박재아 서울지사장 “한·인니 간 항공좌석 수급 절대 필요해”
인도네시아 관광청 최초 서울지사장
각 지역별 FSC·LCC 등 취항 필요 역설
2017-03-14 19:11:42 | 편성희 기자

발리, 롬복 등 아름다운 섬이 가장 많은 인도네시아. 남태평양의 푸른 바다를 머금은 인도네시아가 최초로 서울지사를 설립했다. 그만큼 한국 아웃바운드여행시장에 대한 관심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서울지사장으로 임명된 박재아 씨는 자타가 인정하는 마케팅·PR 전문, 특히 섬 지역 개발 전문가로 유명하다.


글= 편성희 기자 psh4608@ttlnews.com

사진= 권기정 기자 john@ttlnews.com

 

Q 축하한다. 지사장 선임 소감을 듣고 싶다.

 

학계, 비즈니스, 여행업계, 미디어, 정부와 협업을 하며 일을 해왔던 경험이 지사장 선정에 중요한 이유였던 걸로 들었다. 활발한 대 언론관계, 적극적인 소셜미디어 활용, 누구와도 쉽게 친해지는 털털한 성격, 심지어 지나치게 적극적인 성격마저도 긍정적으로 봐주신 것 같다. 사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들이대는’ 성격을 좋아하지 않는다. 화합과 조화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기 때문에 큰 소리로 이야기를 하거나 단도직입적인 표현을 자제한다고 한다. ‘아니다’라는 단정적인 표현보다는 ‘부족하다’(꾸랑)라는 말을 잘 쓴다. ‘맛이 없다’(띠닥 에낙)고 하지 않고 ‘덜 맛있다’(꾸락 에낙)고 말한다. 전체 부정이 아닌 부분 부정을 한다. 부정 중에도 긍정을 담아둔다. 이런 사람들에게 다짜고짜 자기를 소개하고 제안서를 들이댔으니 놀라고 싫어했을 법도 한데, 열정으로 이해해주신 것 같다. 모든 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린다.

 

Q 최초의 서울지사 설립까지 비하인드 스토리가 많을 것 같다.

 

지난해 9월 PATA Travel Mart(아시아 태평양 관광 협회 주최 여행박람회)에 참석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를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참석자들과 ‘따만 미니’(Taman Mini Indonesia Indah)라는 곳에 반나절 투어를 다녀오며 인도네시아의 매력에 푹 빠졌다.
 

그곳은 300개가 넘는 인도네시아 부족들의 의식주를 체험용으로 만들어 놓은 민속촌 같은 곳이다. 한 나라 안에 있는 부족들의 의식주가 달라봐야 얼마나 다르겠나 싶었는데, 언어, 의상, 가옥구조, 음식문화 등 거의 모든 것이 각각 다른 나라라고 해도 좋을 만큼 분명한 차이를 볼 수 있었다. 각 지역을 대표하는 전통의상을 모두 다 입어보고 싶을 정도였다. 다양하면서도 독특한 그들의 개성미에 푹 빠졌다. 귀국하자마자 인도네시아 정부와 관계된 분이라면 수소문해 찾아다니며 설득했다. 인도네시아에 인맥은 단 한명도 없었다.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를 비롯해 자카르타 본사, 각 지방정부 관계자 20명 이상의 관계자와 만났고, 다양한 버전의 제안서를 전달했다.

Q 기존의 부산에 있는 인도네시아관광청 사무소와 업무가 같나.

 

부산은 현재 대구외대 총장으로 계신 김수일(65) 교수님이 대표를 맡고 계신다. 주한 인도네시아 명예총영사를 지내셨고, 인도네시아센터 (Busan Indonesia Center)를 건립하시는 등 인도네시아를 알리기 위해 큰 기여를 하셨고, 열정이 대단한 분이라고 들었다. 아직 뵙지는 못했지만, 빠른 시일 내에 인사를 드리러 갈 예정이다. 부산 사무소에서는 부산, 대구, 대전을 관할한다. 서울·경기권에 인구, 홍보채널이 집중돼 있고, 항공 접근성을 고려했을 때, 전체적인 브랜딩, 마케팅 전략 디자인은 서울에서 주도할 예정이다.

 

Q 인도네시아 관광국의 한국 시장 이해도는 어느 정도인가.

 

2015년 통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를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은 약 34만 명이다. 2015년 부임한 조코위(Joko Widodo) 인도네시아 대통령 산하 정부는 외국인 방문 및 투자를 장려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지난해 6월부터 우리나라를 포함한 169개국에 30일 무비자 입국 제도를 실시했다. 또 많은 예산을 들여 광고, 팸투어, 워크숍 등 한국시장에 인도네시아를 알리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Q 결과는 좋지 않았다. 지난해 한국인 방문자 수는 오히려 줄지 않았나.
 

그게 의아하다. 인도네시아 주변국의 한국인 입국자 수를 비교해 보면 더욱 그렇다. 국토 규모로만 따지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작은 도시인 싱가포르와 마카오의 2015년 한국인 입국자 수는 각각 57만7082명, 55만4144명이었다. 가장 인접국이며 자주 비교가 되는 말레이시아의 한국인 입국자는 42만1161명, 베트남은 무려 115만2349명에 달한다(출처: 한국관광공사).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섬이 있으며, 세계인구 4위, 아세안 10개 회원국 중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가장 큰 ‘대국 중에 대국’ 인도네시아에게는 불명예가 아닐 수 없다.

 

Q 타개할만한 전략이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선임됐을 거고.

 

비약적인 도약(Quantum Leap)을 위해 인도네시아와 관계있는 모든 주체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피력했다. 인도네시아는 곧 발리, 발리는 곧 허니문이라는 공식을 깨고, 비즈니스, 자유여행, MICE, 유학, 롱스테이, 골프, 다이빙 등 다양한 수요를 개발할 필요를 강조했다.

이를 위해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관과도 긴밀한 협조관계를 구축해놓은 상태이다.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관은 이번 임명에 가장 큰 힘을 실어준 주체이기도 하다. 가루다인도네시아항공, 대한항공 등의 인도네시아 취항 항공사와 발리, 족자카르타, 롬복 등 각 지방정부와도 긴밀하게 소통하며 최대한 협력하려고 한다. 향후 1~2년 사이 괄목할 만한 변화를 기대해도 좋다.


▲좌측부터 존 쁘라스띠오(John A. Prasetio)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 박재아 인도네시아관광청 서울지사장

 

Q 인도네시아가 다양한 종류의 관광객을 받을만한 인프라가 있나.

 

음식, 춤, 음악, 종교, 역사 등 이야기 거리와 개발할 지역이 무궁무진한 곳이다. 그래서 스스로 ‘화수분’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한 판’ 신나게 놀아볼 생각이다. 광고, 팸투어, 박람회 참석 등 고전적인 방법도 사용하겠지만, 이 나라를 가장 돋보기에 할 수 있는 독특한 전략과 파트너십을 구축할 생각이다. 차차 공개하도록 하겠다.



 

Q 비싼 항공료도 한국인의 시선을 타 동남아나 호주 등으로 돌리게 하는 것 같다.

 

항공료도 그럴 수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한국을 찾는 인도네시아인이 적을 거라고 생각하는지 항공좌석 수나 항공편수가 부족하다.

인도네시아에는 약 6만 명의 한국인(한국 외교부는 4만1000명으로 추정), 한국에는 약 4만 명의 인도네시아인이 거주한다. 민간에서는 이미 활발한 교류가 일어나고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한류 열풍에 휩싸여 있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한국에서 왔다’라고 하면 수줍게 웃으며, 친절도가 급상승한다. 배우 이민호 씨는 인니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커피 중 하나인 루왁 화이트 커피(Luwak White Koffie)의 모델이다. 가수 이루 씨는 인도네시아 현지의 (주)레젤그룹 홍보모델과 롯데면세점 모델, 제주도 홍보대사이며, 2015년 인도네시아 대학생이 꼽은 최고의 가수로 선정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현지 한류 팬 응답자의 17.8%가 한국 방문 경험이 있고, 한류 콘텐츠 경험 후 64.5%가 한국 방문 의향을 보일 정도이다. 세계 4위의 인구 대국이 형성한 내수시장과 높은 경제 성장률, 그리고 두터운 젊은 소비 인구 층 등을 고려했을 때 향후 더욱 활발히 한류를 전파하고 한국을 방문할 것이라 생각한다.

 

Q 각 항공사도 로드율이 높으면 당연히 증편하지 않을까.

 

현 상황에서는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인도네시아 시장의 괄목할 만한 성장을 위해서 항공좌석 수급은 반드시 필요하다. 가루다인도네시아항공 및 대한항공의 롬복, 족자카르타 직항 취항 및 발리, 자카르타 증편을 연내 추진하는 것이 목표이다.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아시아 등 저비용 항공사의 취항 역시 시장 확장을 위해 꼭 필요한 과제다. 쉽지 않겠지만, 인도네시아인에 대한 한국 비자 면제도 제안할 생각이다. 이를 위해 주한 인도네시아대사관과 긴밀하게 작업을 해 나갈 계획이다.



 

Q 항공사 설득을 위해서라도 한국 인바운드 시장 개발도 필요하겠다.

 

인도네시아 관광청의 역할은 한국인의 인도네시아 유치 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사람들을 한국에 많이 오게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사드(THAAD) 문제로 중국시장에서 한 발 물러난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한류시장을 새로운 기회로 제안할 계획이며, 공연기획 및 음원스트림 서비스 업계 1위인 멜론과도 제휴를 제안할 예정이다. 발리, 롬복에서 한류 콘서트를 열고, 메신저 라인, 카카오톡 등을 통해 티켓판매, 홍보를 해 인도네시아를 아세안 국가이 한류의 중심으로 포지셔닝 할 그림을 그리고 있다.

 

Q 올해 인도네시아의 한국인 유치 목표는.

 

70만 명이다. 마치 영화 <미션 임파서블>에 버금가는 미션이다. 발리에서 돌아오기 전날, 국장 및 관광청 직원들과 노래방에 갔었다. 국장님과 함께 셀린 디온의 노래 ‘The Power of Love’를 함께 부르면서 아래 가사 대목에서 손을 꼭 잡으며 “화이팅!”을 외친 것이 아직도 여운으로 남는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다보면, 두렵고 놀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길을 갈 수 있게 하는 건 역시 사랑의 힘이다. 아직 아는 것이 많지 않고 인도네시아 언어를 비롯해 배울 것이 수 없이 많지만, 사랑의 힘을 배울 ‘준비’가 되어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Q 어떤 지역을 중심으로 한국에 알릴 계획인가.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지시로 ‘뉴 발리 10’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전통문화 체험 등을 제공할 새로운 관광지를 개발하는 것이다. 뉴 발리 10은 △토바 호수 △탄중 켈라양 △브로모 텡거 세메루 국립공원 △보로부두르 사원 △만달리카(롬복 섬) △코모도 섬 △라자 암팟 섬 △모로타이 섬 △탄정 레숭 △사우전드 아일랜드(자카르타) 등이다.

이 지역에 한국인을 유치하는 것이 목표이지만, 한 번에 다 쏟아내지 않고 점진적으로 확장해 갈 예정이다. 가장 먼저 선보일 중점 5대 지역은, 이미 잘 알려진 발리와 자카르타, 점점 주목받고 있는 족자카르타, 롬복 그리고 마나도다. 각 지역의 이미지가 중복되지 않도록 명확한 콘셉트로 상품화하고 홍보할 계획이다. 거리만을 고려하면 크게 세 지역인 발리, 바탐, 자카르타 지역으로 구분할 수도 있다. 발리에서 하루 안에 다녀올 수 있는 근접지인 족자카르타, 롬복, 렘봉안 등은 발리 지역에, 수도 자카르타 지역과 보고르 등 그 인근, 싱가포르에서 많은 이들이 방문하는 바탐과 인근 지역으로 분류하는 방법이다.

 

Q 특히 지사장이 한국에 소개하고 싶은 곳은 어디인가?

 

이번에 롬복을 다녀왔는데, 발리의 부속 섬 정도로 폄하할 지역이 절대 아니다. 롬복은 발리에서 배로 1시간 30분, 항공으로는 25분 정도의 가까운 거리에 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한 마디로 남태평양급 에메랄드 바다에, 물가가 저렴하고, 상업화가 안 된 발리를 떠올리면 좋을 듯하다.

발리와 연계해도 서로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고, 롬복만 따로 허니문 상품으로 마케팅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훌륭한 인프라와 깨끗한 환경, 순수한 정서에 반했다. 특히 미술 작품, 앤티크 가구 등으로 리조트를 꾸며, 단순히 방을 팔지 않고 문화와 철학을 소개하는 훌륭한 럭셔리 리조트들이 눈에 띄게 많았다. 대중적인 호텔로 평가받는 노보텔 롬복 마저도 너무나 훌륭한 휴양 리조트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너무나 마음에 들었던 리조트는 길리 섬의 투구(Tugu Lombok Hotel)와 생기기(Senggigi) 시내에서 가까운 꾼찌빌라(Qunci Villa)다. 특히 투구 리조트가 인상적이었는데, 그 동안 전 세계에 내로라하는 럭셔리 리조트들은 남부럽지 않게 많이 봤지만, 이렇게 오랜 시간 리조트 구석구석을 정성스럽게 힌두, 불교, 이슬람, 중국의 앤티크로 가꾸어 놓은 곳은 처음 봤다. 현재 발리와 우붓은 디자인, 럭셔리 호텔의 춘추전국시대라 할 만큼 놀라운 리조트들이 경쟁적으로 생겨나고 있다.

출처= Wonderful Indonesia(인도네시아관광청 공식 영상)

 

글= 편성희 기자 psh4608@ttlnews.com

사진= 권기정 기자 john@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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