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왕립(Royal)에서 인종차별까지 최초 민간항공사 KLM의 101년 스토리
2020-02-17 16:38:44 , 수정 : 2020-02-18 00:49:31 | 권기정 기자

[티티엘뉴스] 요즘 민감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젠더(Gender) 이슈와 인종차별 문제다. 지난주 네덜란드(Netherlands) 암스테르담(Amsterdam)에서 한국으로 오는 KLM항공기에서 한글로 쓴 ‘화장실 사용금지’ 메모로 촉발된 이슈가 게시판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2월 13일 밤 항공사는 급하게 기자인터뷰를 잡고 다음날 14일 아침 한국, 일본, 뉴칼레도니아 지역 사장 등이 참석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기자 간담회 당일엔 '인종차별논란' 단어가 한국 포털 점유율 1위인 네이버(Naver) 실시간 검색어 1위에 등극하기까지 했다.

 

 

지역 사장, 지사장 등은 사과문을 낭독한 뒤 공손하게 허리를 90도 가까이 굽히며 사과했다. 그러나 사과문에서부터 KLM은 피해자 및 한국인의 마음을 정확하게 헤아리지 못한 듯 보였다. 이 문제를 단순 승무원 개인이 ‘화장실 사용금지’를 썼다는 프레임으로 가려는 의도가 다분했다는 현장의 반응만 봐도 그랬다. 이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시간에도 역시 화장실 사용금지 등의 이야기만 했다.

 

사실 대한항공(KE)이나 아시아나항공(OZ) 기내에서도 '화장실 사용금지' 표시는 가끔 볼 수 있다. 화장실에서 냄새가 난다던가 고장 등의 이유인데 이번 경우는 다른 것이 비행기에 탄 한국인 승객을 잠재적인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환자로 인식했다는 게 문제였다. 잠재적인 동양인 감염자와 섞이기 싫다는 것이다. 마치 미국에서 백인들이 ‘흑인들을 더럽다’ 라고 표현한 것과 비슷한 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도 한국인만 읽으라는 듯 한국어로 썼다.

 


만약에 영문과 한글 두 개를 같이 병기했다면 문제가 되지 않고 넘어갈 수도 있었겠지만 한글로만 써 놓은 것 그리고 해당 사실을 항의하는 승객에서 한 기내 승무원의 고압적인 자세, 그리고 기내 승무원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우려'라는 언급 등 인종차별적인 행동과 발언이 지극히 한국인을 무시하는 승무원(그들 사과문에 의하면)의 사고관이 드러난 셈이다. 그런데 KLM의 한국·일본·뉴칼레도니아 지역 사장도 승무원과 생각은 별반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이번 사안은 “인종차별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사과문 내용이 축소된 것임을 스스로 시인하는 뉘앙스를 보였다. 이번 이슈가 '인종차별'이라 인식하지 못하는 그들의 사고에 기자 및 좌중은 순간 할 말을 잃었던 것 같다. 기자 한 명은 혼잣말로 “이슈를 인종차별 스캔들로 만든 항공사"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커뮤니티를 비롯한 SNS에서는 "한국인 얼굴마담(이문정 지사장) 세워놓고 어설픈 사과까지... 비참하다", "정말 큰 잘못을 저질러 놓고는 본사 사장이 오지 않았다. 한국을 무시하는 태도에 기분 나쁘다", "KLM 먹여 살리지 말자. 타 항공사 이용하면 된다. 네덜란드 솔직히 얼마나 가냐", "100주년 기념일 때 받은 볼펜을 부러뜨려 버렸다" 등 KLM불매운동까지 일으킬 태세이다.

 

한국 국민과 승객에게 사과하는 기자회견 역시 이들이 가진 인종차별의식을 그대로 보여줬다는 여론의 싸늘한 반응. '문제의식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 것이다. 앞에서 고개를 숙여도 그들의 의식이 변하지 않는다면 이런 일은 또다시 일어나지 말란 법 없다.

 

 

세계 최초의 민간 항공사로 올해 101살이 된 KLM항공(KLM Royal Dutch Airlines). 네덜란드의 여왕 빌헬미나(Helena Pauline Maria Wilhelmina, 1880 ~1962, 제위 : 1890~1948)로부터 '왕립'(Royal) 칭호까지 받은 품격 항공사이다. 지난해 10월 7일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253번 게이트에서 진행한 100주년 기념 행사에서는 당일 항공기에 탑승하는 기념으로 모든 승객들에게 백설기 떡과 100주년 로고 볼펜을 증정하고 포토존에서 촬영하는 승객에게는 즉석 사진 인화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미 기자가 확인한 댓글 중에는 100주년 볼펜을 부러뜨려 버린 사람도 있다.

 

한국에서 KLM의 품격은 곤두박질쳤다. 역사에도 남았다. 나무위키 KLM 소개페이지 상단에는 '왕립' 칭호를 받았다는 내용이, 하단에는 '인종차별 이슈'가 최근 업데이트 됐다.

 

네덜란드는 서유럽에서 인종차별이 심한 나라 중 하나로서, 현지 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은 이 사건은 일과성 해프닝이 아니라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이 사태와 그에 대한 잘못된 사과로 인해, KLM을 넘어 네덜란드 자체를 불매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으며 더 나아가 네덜란드의 마르크 뤼터 총리, KLM이 왕립 항공사인 만큼 빌럼알렉산더르 국왕까지 언급하면서 네덜란드 정부적인 차원에서 사과를 촉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권기정 기자 john@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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