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후쿠시마 여행] 하포다이 코스에서 만난 반다이산
2025-02-18 21:05:55 | 이정임 작가

[티티엘뉴스] 반다이산(磐梯山)은 사계절 내내 등산객을 사로잡는 후쿠시마현의 상징적인 명산이다.
 




여러 등산로 중에서도 하포다이(八方台) 코스는 반다이산으로 향하는 가장 짧은 코스이자, 편리한 접근성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인기 코스다. 넓은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어 자동차를 이용하는 방문객에게 특히 적합하다. 이번 등산에서는 하포다이 코스를 따라 반다이산 정상까지 약 2시간 30분의 여정을 떠났다.

 

아침 일찍 도착한 하포다이 등산로 입구는 이미 등산객들로 북적였다. 넓은 주차장에는 여러 지역에서 온 차량들이 줄지어 있었고, 등산 준비를 마친 사람들이 기대에 찬 표정으로 산길을 향하고 있었다. 입구에는 코스 안내판과 주의사항이 표시되어 있어 경로를 확인하고 안전 수칙을 다시 한번 숙지했다.


하포다이 코스는 비교적 완만한 경사를 따라 이어지며, 초반에는 숲길이 주를 이뤘다. 울창한 나무들 사이로 스며드는 아침 햇살은 숲속을 은은하게 비추며 산책길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다. 가끔 새소리와 바람 소리만 들리는 고요한 숲길은 도시의 소음을 잊게 해 주었다.

 

등산로 중반부에 이르자 숲을 빠져나와 넓은 고산 지대가 나타났다. 이곳에서는 남쪽으로 이나와시로호(猪苗代湖)가 드넓게 펼쳐져 있었고, 호수 위로 반짝이는 햇빛이 아름답게 반사되며 환상적인 장관을 연출했다. 숨을 고르며 잠시 앉아 바라본 풍경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그곳에서 만난 다른 등산객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여정을 공유했다. "이렇게 가까운 코스로 정상까지 갈 수 있어서 가족과 함께 오기 좋다"는 이야기에 서로 공감대를 이뤄냈다.

 

2시간 30분 정도의 여정 끝에 드디어 반다이산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에서 보이는 광경은 단순히 "멋지다"라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장관이었다. 북쪽으로는 화산 폭발로 생겨난 우라반다이(裏磐梯) 지역의 호수와 늪들이 보였고, 남쪽으로는 반짝이는 이나와시로호가 펼쳐져 있었다.

 

맑은 날씨 덕분에 멀리 있는 아즈마 연봉과 주변의 봉우리들까지 선명하게 보였다. 정상에는 이미 도착한 등산객들이 여유롭게 풍경을 감상하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배낭에서 간단한 간식을 꺼내 먹으며 이 순간을 오래도록 기억에 담기 위해 눈을 감고 바람 소리를 느꼈다.

 


정상에 서서 산을 둘러보니 화산 활동으로 인해 드러난 바위들과 화구호의 흔적이 보였다. 반다이산은 1888년의 대규모 폭발로 인해 산 북쪽 사면이 무너져 지금의 지형을 형성했다. 하지만 그 재난 속에서도 자연은 다시 회복하며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냈다.

 



등산을 마치고 정상에서 내려오며 이 산이 품은 전설과 화산의 이야기를 되새기니, 반다이산은 단순히 "산"이 아니라 시간을 품은 자연의 예술 작품처럼 느껴졌다.



하산길은 오르막 때와는 또 다른 여유를 선물해 주었다. 아침에 걸었던 숲길을 다시 지나며 들리는 바람 소리는 마치 작별 인사를 건네는 듯했다. 주차장에 도착해 산을 돌아보니 노을빛이 산의 능선을 부드럽게 감싸고 있었다. 하루의 여정을 마무리하며, 반다이산이 주는 경이로움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 주요 정보
 

소요 시간: 하포다이 코스 왕복 약 4~5시간(정상까지 편도 약 2시간 30분)

난이도: 초보자도 쉽게 오를 수 있는 완만한 경사

주차장: 넓은 주차장이 있어 차량 방문에 편리함(무료 또는 소액 주차비)

필수 준비물: 방수 등산화, 물, 방풍 재킷, 간단한 간식

방문 시기: 5월~10월(특히 가을 단풍철에 절경을 감상할 수 있음)


 


이정임 작가(도호쿠 랜드 코디네이터) 

정리= 김종윤 기자 yoons35@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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