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티엘뉴스] 제주도로 가긴 가지만 뭐 사실 특별히 볼 게 있나? 올레길을 완주했으니 이제 뭘 하지? 요즘 같은 때에 관광지에 들르긴 싫은데 좀 한적한 곳 없을까? 한 달 살기에 도전하지만 사실 뭘 할지 모르겠어.
이런 고민을 하시는 분들에게 좋은 곳을 소개합니다. 여행 테라피스트 김홍덕 기자가 전하는 '이제 웰니스야'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 '밭담길'입니다.
화산석으로 인해 돌과 자갈이 많은 제주의 밭. 그 밭에 흩어진 돌덩어리들을 농산물 경작을 위해 바깥으로 들어내기보다는 옆으로 쌓는 게 훨씬 쉬웠겠죠? 그래서 자연스럽게 생긴 것이 밭담이요, 그걸 따라 난 길이 밭담길입니다.
제주의 거센 바람을 막아주며 농작지의 경계 역할을 하게 된 밭담길이 나중에는 마소로부터 농작물을 보호하는 기능까지 더해졌으니 논농사가 힘들었던 제주민들에게는 참으로 일등 공신인 셈이죠.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2013년에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한 밭담길은 사실 제주 어디를 가든지 쉽게 볼 수 있지만 그중에서도 걷기 좋은 코스로 개발된 곳들이 8개나 있습니다. 제주 전역에 흩어진 밭담길의 길이는 2만2000km, 중국의 만리장성보다 길다고 하니 놀랍습니다.
제주 올레길이 해안과 마을을 따라 이어진 것이라면 밭담길의 특징은 담벼락을 끼고 있어서 정겹다는 것입니다. 때로는 동네 어귀에서 시작하고 때로는 저수지를 끼고 도는 밭담길 8개 코스는 대체로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정도면 걸을 수 있습니다.
올레길 코스를 하루에 한두 구간씩 완주하기엔 버거워 하는 분, 주야장천 코스 완주에 목표를 두고 힘들게 걷기보다는 가뿐하게 천천히 걸으며 동네 구경도 하고 밭담길 표지판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으며 슬로 워킹을 즐기고 싶으신 분. 가끔씩 눈에 띄는 점방이나 고즈넉하고 한가로운 카페에 들러 쉼을 갖고 싶으신 분들에게는 아주 좋은 힐링여행 코스가 아닐까요.
밭담길 구간에서는 이정표도 앙증맞습니다. 돌무더기를 의미하는 ‘머들’. 이 머들이네 가족 5명은 귀여운 마스코트로 방문객들을 맞이합니다. 성인 기준으로 허리와 가슴 높이, 어린 아이 기준으로는 눈높이 정도에 캐릭터 이정표가 있어서 금방 눈에 띄는 것도 착합니다. 그러나 사실 이 길을 아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널널하게 산책 기분으로 걷는다는 건 행복한 덤이기도 해요.
이제 제주도에 가시면 걸도사보다는 헐랭이 도보여행족이 되어 여유로운 쉼을 가져보세요. 8개 코스의 3개의 샵에서는 기념품을 파는 진열대와 카페도 운영을 합니다. 교통 노약자 혹은 서너 명 단위의 소규모 힐링 여행을 통해 ‘그래, 오길 잘했어’라는 생각을 하고 싶으시다면 밭담길을 걸어보세요.
코로나19 펜데믹 시대의 여행은 이제 사진 찍으러 마구마구 돌아다니거나 관광지에 줄 서서 기다리기 보다는 쉼와 여유가 있는 웰니스가 대세입니다.
김홍덕 외신기자 (hordon@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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