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트래블] 속초 자생식물원과 94세 거장 알렉스 카츠의 꽃
2022-08-06 20:04:01 | 이린 아트칼럼니스트

[티티엘뉴스] 2022년 올해 94세가 된 거장 알렉스 카츠(b.1927-)가 긴 코로나 기간에 작업식에서 만든 작품은 다름아닌 꽃이다. 한남동에 문을 연 오스트리아의 국제적 갤러리 타데우스로팍에서 <꼿들, Flowers>이라는 제목으로 전시를 했다. 지난 20년간 작가가 작업 해 온 꽃 시리즈와, 초록을 배경으로 해 정원을 연상케 하는 초상화가 함께 전시됐다. 

 

▲Alex Katz 밀짚 모자 2, 2021 Oil on linen 121.9 x 243.8 cm.

 

일상에서 지친 나의 영혼을 살리고, 

다시 떳떳한 나로 오늘의 인생을 다시 걷기 위해

나는 초록으로, 숲으로 간다 

 

실물보다 크게 그려진 꽃은 조용하지만 강렬한 아름다움을 자아내며 화면 속으로 관람객을 끌어들인다. 그는 프랑스 인상주의 작가들의 방식대로 꽃에 밝은 색상을 부여하는 빛과 대기를 자연에서 직접 포착하며 작업한다. 과감한 화면 구성 방식을 통해 마치 클로즈업을 한 듯 영화적 효과를 내 전시장에서 마치 그의 정원을 산책하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알렉스 카츠 전시가 열리고 있는 서울 한남동 타데우스 로팍 전시장. photo by 이린

 

카츠의 신작 이중 초상화는 녹색 배경에 배치돼 있다. 초상화의 주인공은 윙크를 하거나 미소를 짓고 있어 자연과 더불어 존재하는 평안한 인간의 심리상태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작가가 인터뷰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과거, 미래가 아닌 ‘즉각적인 현재'에 관람객을 몰입시킨다.

 


▲Alex Katz 아이리스, 2019 Oil on linen 182.9 x 121.9 cm.

 

긴 코로나의 터널을 지나면서 많은 사람들은 언제 일지 모를 미래의 행복이나 자아실현 대신, 바로 오늘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함, 그리고 현실에 집중했다. 추상적이지도, 현실적이지도 않은 그의 작품은 삶 속에 표류하는 작은 부분에 초점을 맞추며, 작품의 이야기보다는 순수한 지각에 기인하여 시적이고 추상적 사고를 유도한다. 


 

속초의 명품 식물원이 주는 숲의 위로 ‘숲캉스’

식물 덕후라면 반할 온전한 휴식의 공간

 


일상에서 지친 나의 영혼을 위로하고, 다시 떳떳한 나로 오늘의 인생을 다시 걷기 위해 주말에는 초록으로, 숲으로 간다. 

 

코로나19는 사회 전반을 걸쳐 여행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까지 바꿔 놓았다. 여름이면 광활한 바다가 먼저 생각나지만 코로나의 장기화로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 길어지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적은 숲캉스도 인기다. 

 

속초여행이라면 대부분 동해바다, 설악산, 중앙시장탐방과 맛집투어로 나뉜다. 그중 산으로 가고 싶지만, 한번 오르면 되돌아오는 꽤 먼 여정은 피하고 싶다면? 계절을 막론하고, 도심의 차량 소음 대신 은은히 퍼지는 초록빛 가득한 나무, 풀향기에 취해 지친 마음을 달래고 싶다면 식물원으로 가보자 

 

2012년에 문을 열은, 설악산의 아름다움을 축약해 놓은 곳이 바로 ‘설악산 자생식물원’이다. 이름만 들어도 바람에 실려온 꽃내음 가득, 고즈넉하고 향기로운 속초 바람꽃 마을에 위치해 있다. 

 

▲설악산자생식물원 photo by 이린
 


속초의 북쪽에 위치한 이 마을은, 1961년 군사정권에 의한 집단 이주로 생겨났다. 한동안 자활촌으로 불리다가 2004년부터 바람꽃마을 이라는 명칭을 얻었다. 바람꽃은 우리나라 높은 산지에서 자라는 야생화다. 집집마다 하얗게 피어난 바람꽃으로 잘 가꾸어진 마을의 전원 풍경도 아름답다


자연생태학습장으로 입소문

 

이곳에는 설악산 자생 및 희귀식물 총 122종 5만 여본이 계절별로 피어난다. 기존 천연림을 훼손하지 않고 야생화 단지와 천연림을 조화시켜 자연친화적으로 조성된 곳이다. 다른 지역에서는 보기 힘든 아름다운 야생화를 만나볼 수 있다. 

▲자생식물원 내부 photo by 이린

 

주변 지형을 최대한 보존하고 활용한 사방댐과 연계한 수생식물원 및 설악산 희귀식물을 관람할 수 있는 암석원이 있다. 가족방문객을 위해 마련된 미로원도 어린이들에게 인기다.  피크닉을 부르는 잔디 광장도 있어 연인, 친구와 여행 코스로도 제격이다. 

 

▲자생식물원 테마 photo by 이린

 

식물원은 암석원, 수생식물원, 야생화단지, 숲속탐방로, 자연산책로까지 길을 걷는 내내 즐길 콘텐츠가 풍성하다. 설악산 자생식물들과 멸종· 희귀식물과 고산지대 식물을 한 곳에서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운 도보여행 코스다. 탐방객들의 다양한 생태학습을 위해 2012년 조성된 이후, 다양한 수목과 식물이 주변 환경을 거스르지 않고 자연스레 식재되어 있고 물오리 버들치 원앙 수달 등도 서식한다. 

 

자생식물원은 1982년 한국에서 최초로 유네스코 생물권 보존지역으로 지정된 설약산인 만큼, 다양하고 아름다운 수목과 각종 동식물의 지표가 되는 곳이다. 해설이 필요하면 숲해설가의 해설도 들을 수 있다. 110㏊의 면적에 난대 식물원 45종 9810본을 비롯 향료식물원 135종 4만4516본, 암석원 72종 4만2400본, 자연학습원 358종 17만8821본, 습지식물원 81종 8만9510본 등 총 364종 48만8637본의 테마원과 자연생태보전원이 마련되어 있다. 

 

보통 ‘박물관’이라 하면 실내공간을 연상한다. 자연 그대로의 천연 숲에 산책로를 조성해 놓아 더욱 특별하다. 각양각색의 초화류, 지피류, 관목류를 대규모로 식재 자연에서 힐링할 수 있는 명품 숲이다. 속초시립박물관과 국립산악박물관, 국립등산학교 사이에 위치한다. 산책로는 1.1㎞ 정도로 숲속에 조성돼 있다. 

 

산책로 곳곳에 5개의 전망 쉼터도 조성돼 있다. 가족이나 연인 친구 누구나 피크닉 삼아 방문해도 좋은 장소다. 숲 속 곳곳에 벤치를 설치해 노약자나 휴식이 필요한 여행객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산책길에 때론 다람쥐 등 동물도 마주 할 수 있다. 울창한 숲이 뿜어내는 피톤치드로 온몸이 샹쾌해 진다.

 

배우며 체험하는 숲체험교실 및 숲속마켓

 

대자연속에 설치되어 있는 수련장은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자연에 대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교육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설악권역 멸종·희귀식물과 고산지대 식물 위주로 조성된 설악산 자생식물원에서 관찰과 체험을 통해 자연학습을 할 수 있는 곳이다. 백합나무 숲 아래 자연 개울은 물속 곤충과 식물을 관찰할 수 있는 학습의 장이 되고 있다 2014년부터 시작해 유치원, 어린이집, 초등학교 어린이들과 청소년까지 대상을 확대해 진행하고 있다.

 

가을에는 (9월부터 11월까지) 2주 간격으로 토요일마다 숲속 마켓도 열린다. 숲속마켓에는 속초 출신 셀러들이 참여해 공방, 공예 및 음료 등 다양한 제품 판매와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설악 자생식물원은 고단한 일상에 지친 영혼들을 위로해주는 안식처이자 살균 정화 작용까지 갖춘 최고의 여행지다. 스트레스와 바쁜 일상에 지친 우리들에게 색다른 정취를 느끼게 한다. 설악산의 호쾌함과 장대한 아름다움도 물론 한 몫 한다. 자생식물원 인근에 척산 온천장에서의 온천욕과 족욕 체험을 비롯하여 부엉이전시까지 함께 둘러봐도 좋다.
 

▶이용시간 09:00 ~ 18:00

▶연중개방

▶입장료와 시설사용료 모두 무료

 

이린 아트칼럼니스트
art-together@kaka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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