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훈의 유럽 유랑]9화▶ 스위스 베른, 여유로운 수도는 없다
2016-04-12 21:38:15 | 김지훈 칼럼니스트


▲베른의 한 정류장. 버스에서 내려서 귀가하는 행인

 

그땐 그랬다. 스위스 수도도 여유롭겠지? 아니었다. 세계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수도는 분주하다. 왜 그럴까? 베른도 예외는 아니었다. 퇴근 시간이 다가와서일까? 건물 밖으로 쏟아지는 사람들은 나를 향해 달리는 거 같았다. 버스트 키튼의 1925년 작 ‘일곱 번의 기회’라는 영화 속 한 장면이 떠올랐다. 예식 복장을 한 사람들에게 숨이 가쁘게 쫓기는 장면으로 이후 영화 ‘청혼’에서 차용되기도 했다. 잘 차려 입은 베른의 시민들은 영화 속 엑스트라 같았다.

 

베른은 세련된 곳이었지만 삭막했다. 비가 내렸기 때문에 도시의 차가움을 더 짙게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따뜻하게 대해줬던 사람들도 나를 차갑게 스쳐지나 갔다. 서러움마저 느껴졌었다.

 

유럽에 있는 동안 서울만큼 복잡한 세상을 보지는 못한 거 같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서울은 외국인에게는 역동적인 공간이라 좋아할 수도 있다. 상대적이라는 것은 무섭다. 내가 복잡한 세상에 있었다고 복잡한 것이 싫다는 게 참 우스웠다. 여유로운 것이 무조건 좋았다. 당연한 것일까? 스위스의 여유로움을 깬 곳 베른은 나에게 좋게 다가온 도시는 아니었다. 


▲베른 전경


도시 이곳저곳을 맴돌던 나는 극도의 스트레스를 느꼈다. 춥고 배고팠다. 그리고 피곤했다. 차가운 도시인을 피해 숨어든 곳은 작은 공원이었다. 벤치에 앉아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멍하니 카메라 액정만을 쳐다봤다. 스마트폰도 없었던 시기라 우리는 진지해졌다. 친구와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친구는 유학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했고 난 복학 후 학교의 필요성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어떻게 대화를 정리했는지는 생각나지 않는다. 요즘은 분노하게 만든다는 “넌 잘할 거야”라는 말로 서로를 위로했을 것이다.


  
높은 지대가 필요했다. 도시를 한눈에 바라 볼 수 있는 그런 곳에 가고 싶었다. 우리는 걸어서 올라갔다. 유럽에서 아름다운 광경을 바라보고 싶다면 무조건 높은 지대로 올라가면 된다. 아름다운 도심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어디에서도 통하는 방법인 거 같다. 마음이 평온해졌다.


▲베른 시내와 아이


스위스 취리히로 떠나는 길, 한 아이가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해주었다. 카메라에 그 모습을 담았다. 고마웠다. 지친 여행자의 마음을 달래주었다. 어떤 작은 행동과 말은 감동으로 자리한다. 요즘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죄송합니다”, 등 기본을 나타내는 말들을 듣기가 힘들어졌다. 나부터 하는 것이 힘들어진 것은 아닐까?

“下心의 마음을 가져봅시다.”

 

여행 칼럼니스트 김지훈_  tripadviser.xyz

◆김지훈 칼럼니스트는…
 “죽음, 그 순간을 경험한 후 삶이 달라진 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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