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북촌을 수놓는 갤러리 단정의 전시
정독도서관 옆 작은 골목길에서 만나는 백두산과 회령자기
2022-11-18 23:15:03 | 이린 아트칼럼니스트

[티티엘뉴스] 갤러리단정이 올 가을 북촌의 고색창연한 가을을 새롭게 수놓는다. 우리 민족 영혼의 성지, 백두산을 일백 번 넘게 오르며 아름다운 사계절을 필름 카메라에 담았던 이정수 작가의 사진 작품 8점과 두만강 유역에서 우리 도자 문화의 꽃을 피운 함경북도 회령 지방의 ‘회령자기’를 현대 생활 문화에 접목한 최창석 도예가의 작품 35점이 함께 어우러져 ‘백두산과 회령자기’의 감동적인 만남을 시도했다. 


▲회령백두주병

 

사진과 도예, 서로 다른 분야에서 열정적 삶을 살아온 두 사람은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 인연을 맺었다. 국내에서 백두산과 금강산 사진가로 손꼽히는 이정수 작가는 남북 문화 교류가 활발하게 진행되던 시절 북한 측으로 부터 5대 명산(백두산, 금강산, 구월산, 묘향산, 칠보산) 촬영을 의뢰 받을 만큼 실력과 경험을 인정받았다. 

 

경기도 여주시에서 35년간 도예가로 활동해 온 최창석 작가는 함경북도가 고향인 부친이 어릴 적 자주 들려준 ‘회룡자기’ 이야기를 기억하고 25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직접 지은 전통 가마에서 수없이 많은 실패와 시도를 반복하며 회령자기와 현대 도예 문화와의 접목과 발전적 계승의 토대를 마련하고자 노력 중이다. 


▲회령진사흘림화병

 

두 사람의 삶을 사로잡은 주인공, 백두산과 함경북도 회령은 원래 한 뿌리와 다름없다. 백두산 흙이 바로 회령자기의 모태인 점토인 셈이고 백두산 나무가 일으킨 불길이 쾌활하면서 씩씩한 무늬를 완성하는 화신(火神)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연결 고리는 실제로 회령자기의 호쾌한 형태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남백두에서 본 천지가 푸른 자기에 비치는 듯하고 천지폭포 주변 다양한 토양의 색이 회령자기의 다채로운 색감과 놀랍도록 닮았다. 남백두 주상절리가 회령다각주병에 생생하게 재현되어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지녔다. 백두산을 호령하며 달리던 고구려인들의 기상처럼 씩씩한 진사의 붉은 기운이 회령자기 표면에 용암처럼 꼬리를 물며 흘러내린다. 백두대간의 물, 불, 흙이 모여 만든 대자연의 풍경이, 도예가도 예상치 못 했던 예술 세계를 멋진 디자인으로 표현해내는 것이다.

 

 



▲백두산 천지 겨울

 

<백두산과 회령: 더불어 호탕하게>에 전시된 작품이 전달하는 메시지는 자유롭게 오갈 수 없는 백두산에 대한 그리움이자 우리 도자 문화에서 잊혀가는 회령자기의 찬미의 다름이 아니다. 전시는 11월 20일까지. 

 

한편 이번 전시를 후원한 사단법인 동북아평화협력네트워크는 현실 가능하고 접점이 높은 남북 협력사업 아이템과 콘텐츠 개발 등 교류 협력사업을 통한 지속적인 관심과 집중을 창출하는 단체다.

 

이린 아트칼럼니스트 art.marcomkorea@gmail.com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