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티엘 뉴스] 대체역사물로 격화된 사회운동과 이를 진압하는 경찰의 무력적 움직임이 만연한 1960년대 일본을 배경으로 한 애니메이션 '견랑전설'(1999, 감독 오이시 마모루)을 원작으로 한 영화 '인랑'(감독 김지운)이 25일 개봉했다. 개봉 후 다음 날 극중 이중첩자로 정체를 숨긴 여주인공 '이윤희' 역을 맡은 배우 한효주와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Q. 미소가 예쁘고 멜로가 어울리는 여배우 느낌에서 새로운 모습을 연기해냈는데 어려웠던 점이나 즐거웠던 부분이 있었나?
A. 영화를 시작하기 전에 배우로써의 각오가 이번 영화에서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점이다. 새로운 얼굴을 꺼내볼 수 있겠다는 생각과 각오를 하고 들어갔다. 감독님이라면 나의 새로운 얼굴을 꺼내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들었다. 그만큼 가지고 있는 것의 틀을 깬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것 같다. 습관적으로 가지고 있었던 어떤 모습들을 경계해야 하고 깰라고 하는 시도를 끊임없이 하려고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것 같다. 늘 벽에 부딪히는 느낌이었다. 나한테 이번 영화 캐릭터는 꽤나 어려운 도전이었고 개인적으로 봤을 때는 처음에 했던 각오들이 생각했던 것처럼 잘 새로운 얼굴을 보여드릴 수 있었던 것 같아서 그 부분에 있어서는 만족하는 편이다.
Q. 감독님 또한 캐릭터에 대한 생각이 확고했나?
A. 그랬던 것 같다. 감독님도 내가 그랬듯이 나한테서 새로운 얼굴을 꺼내고 싶어했던 것 같다. 그게 느껴지기도 했고 계속해서 자극을 주시기도 했다. 내가 '이윤희'라는 캐릭터를 연기할 때 감독님이 생각하시는 모습은 좀더 섹시한 모습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다양한 종류의 섹시가 있겠지만 감독님이 생각할 때 모든 캐릭터가 섹시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어떤 면에 있어서 그거를 표현하는데 부족한 점이 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 벽에 부딪힐 때마다 고민하게 되고 생각하게 만드는 일들이 있었던 것 같다. 연기적으로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인 것 같다.
Q. 원작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원작에서 '이윤희'는 캐릭터 자체가 건조한데 이번에 연기하면서 가져가고 싶었던 지점과 변화시키고 싶었던 점은?
A. 원작의 정서가 워낙 좋기 때문에 원작 캐릭터의 대사들도 직접적으로 영화에서 쓰지는 않았지만, 많이 참고를 했다. 감정적으로 연기할 때 풀어내기 힘들거나 막힐 때 있으면 원작을 돌려보면서 어떤 대사를 했는지 보기도 하고 그랬는데 아무래도 원작의 그 느낌보다는 다른 '이윤희'가 나온거 같기는 하다. 표정도 다양해지고 애니메이션보다 다채로워지지 않았나 싶다.
Q. 원작을 안 본 사람들에게는 복잡하기도 하고 '윤희'가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 혼란스러울 수도 있게 보였다. 감독님과 얘기 나눈 부분이 있었는지?
A. 아무래도 뭔가 맡은 임무가 있었다. '임중령'도 속여야하고 어디까지가 진심이고 어디까지가 속이는 건지 헷갈릴 때가 있었다. 헷갈릴 때가 있어서 감독님께 여쭤볼 때도 있었고 그런 부분에 있어서 디테일을 디렉팅해주셨다. 초반부의 '이윤희' 설정은 관객에게 다가올 때 속이고 있는 모습이고 나중에 알고 봤을 때 스파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관객들이 알아차리면서 연기가 다른게 있으면 좋겠다는 상의를 하면서 찍었던 것 같다.
Q. 정우성, 김무열, 강동원 모두 두 번째 맞춰보는 호흡이다. 세 분의 매력은?
A. 더 반갑고 더 편하고 더 좋았던 것 같다. 세 분 다 얼굴이 너무 잘생겼다. 인성도 훌륭하고 오빠들이니까 잘 챙겨줬다. 이 영화에서는 강동원 씨랑 제일 많이 보는 거였으니까 아무래도 제일 많이 의지를 했던 배우였다. 우성 선배는 언제 봐도 반갑고 영화 촬영장 아니어도 지나가다가 보면 반갑다. 무열 오빠는 너무 오랜만에 만났는데 역시나 연기를 참 잘하고 그때보다도 훨씬 더 좋은 쪽으로 변해있는 모습을 보면서 좋았다.
Q. 강동원과의 미국 스캔들로 화제가 됐었는데.
A. 지금까지 나와있는 것이 다다. 특별하게 말할 것이 없다. 그냥 맛집 공유하는 사이이고 일정이 맞아서 간 것이 다인데 너무 그게 커졌다. 워낙에 지방 촬영 이런게 많으니까 가면 그 지역의 맛집이 뭘까 검색하는 것이 일이다. 촬영이 힘드니까 맛있는 것 먹고 풀고 하려고 검색해서 서로 보내주기도 했다.
Q. 주로 멜로 작품에 참여하는데 어쩐 작품들을 즐겨보나?
A. 멜로 좋아한다. 호러는 잔상이 오래 남아서 힘들기 때문에 못 본다. 주로 보는 것은 멜로나 휴머니즘인데 최근에는 '아이 필 프리티'(감독 에비 콘, 마크 실버스테인)를 재미있게 봤다. 자존감을 높여주는 영화이다. 유쾌하고 경쾌한 영화인데다가 주연 에이미 슈머 연기도 너무 좋았다. 영화 보고나면 기분도 좋아지고 자존감 떨어지는 분들께 추천한다.
Q. 최근에 소소하게 행복을 느낀 적, 한효주의 소확행은?
A. 그야말로 그냥 친구들이랑 맛있는 거 먹을 때이다. 유일한 낙이다. 여름이니까 평양냉면 좋아한다. 먹을 생각하면 설렌다.
영화 '인랑'은 남북한 정부가 통일준비 5개년 계획을 선포한 후, 강대국의 경제 제재가 이어지고, 민생이 악화되는 등 지옥 같은 시간이 이어지고 있는 혼돈의 2029년, 통일에 반대하는 반정부 무장테러단체 '섹트'가 등장하자 '섹트'를 진압하기 위해 설립된 대통령 직속의 새로운 경찰조직 '특기대'가 정국의 주도권을 장악, 이에 입지가 줄어든 정보기관 '공안부'는 '특기대'를 말살한 음모를 꾸민다. 절대 권력기관 간의 피비린내 나는 암투 사이, '특기대' 내 늑대로 불리는 인간병기 비밀조직 '인랑'에 대한 소문이 떠돌기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15세 관람가.
이민혜 에디터 cpcat@ttlnews.com
사진ⓒ 엔드크래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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