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티엘뉴스] 올해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 영화 중 개봉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던 영화 '상류사회'(감독 변혁)가 8월 29일에 개봉했다. 야망과 욕망으로 얼룩진 상류층을 그려내는 영화 '상류사회'에서 '무서운 야망녀'로 파격 변신한 배우 수애와 믿보배(믿고 보는 배우) 박해일이 부부로 만났다.
학생들에게 인기와 존경을 동시에 받는 경제학 교수 '태준'(박해일)이 우연한 기회로 촉망받는 정치 신인으로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게 되는 한편, 그의 아내이자 미래 미술관의 부관장인 '수연'(수애)이 재개관전을 통해 관장 자리에 오르려 한다. 그러나 '수연'의 미술품 거래와 '태준'의 선거 출마 뒤에 미래 그룹과 민주당의 어두운 거래가 있었다는 것이 밝혀지고 두 사람은 완벽한 상류사회 입성을 눈앞에 두고 위기에 처하게 된다. 개봉을 앞두고 극 중 '태준' 역을 맡은 배우 박해일을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Q. 영화의 완성을 봤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
A. 기술 시사에서 봤는데 당시에 미완성이었다. 궁금해서 언론 시사회에서 마저 봤고 책만큼은 나왔다고 생각한다. 책에서 이러한 장면들이 어떻게 보일지 경험에 의해서 상상도 해보긴 했지만, 구체적으로 현장에서 찍다 보면 배우분들도 살아있는 생명체다 보니 감정 패턴이 바뀔 수 있다. 책에 있는 내용이 템포 있게 담긴 것 외에는 책만큼 나왔다고 첫 번째 느낌이 들었다. 책에서 떠올려보게 되는 어떤 캐릭터나 작품의 이야기 등을 감안했을 때 책에서 전향하려는 것들은 담겨있지 않나 싶다.
Q. 이 작품에 끌렸던 이유는?
A. 작품의 이야기가 끌고 나가는 속도도 좋았고 우선 '나'라는 필모를 가지고 있는 배우가 '장태준'이라는 인물을 책을 통해서 만나봤을 때 궁금했다. 익숙히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고 필모에서 만나본 캐릭터도 아니었기 때문에 '장태준'이라는 작품 속 캐릭터에 호기심이 생겼었다. 그 친구가 돼보고 싶다고 말씀드린 게 그 이유였던 것 같고 그 인물이 작품 속에서 처한 환경을 느껴보고 싶은 동기가 됐었다.
Q. 생각보다 '오수연' 캐릭터는 욕망을 갈구하는 인물임에 비해 '장태준'은 어느 정도 선이 있었다.
A. 영화를 보시는 관객분들은 둘만 본다면 부부이기도 하지만, 남편 '장태준'이 수애 씨가 한 '오수연' 캐릭터에게 브레이크를 걸어줄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장태준' 또한 '오수연'처럼 가속력이 있었다면 결과는 못 나왔을 것 같다. '장태준'만 봤을 때는 대부분의 현실적인 캐릭터인 것 같다. 그보다 더한 욕망에 허우적거리는 캐릭터들이 많기 때문에 보편적인 캐릭터에서 관객분들의 시선 또는 한배를 태워주고 영화 속에 안내해주는 캐릭터라고도 생각했었다. 다양한 인물들의 색깔이 많은데 '태준'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궁금증도 있었다
Q. 두 캐릭터가 불륜 행위를 하는데 느낌이 다르다.
A. 똑같이 불륜을 해도 시선이 조금 다르다. '오수연'은 쿨하게 넘어가서 아무렇지 않은 일처럼 끝까지 끌고 간다. 같은 행동을 해도 다른 지점이 있고 차이가 있다. 각 인물이 가지는 유혹의 장치라고 봤다. 달려가는 캐릭터인 건 공통적으로 맞는데 제어가 안 되는 상황을 유혹이라고 봤다. 각자 욕망의 크기가 다를 수 있는 인물들이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 그 이후의 상황들에서 만약에 '태준'이 선을 지킨다는 캐릭터라면 '수연'은 저돌적으로 더 달려가려고 했을 때 유혹이라는 장치 안에서 이 인물들은 어떻게 대처할지, 감독은 아마 그런 장치를 넣은 것이 아닐까 싶다. 유혹이라는 것이 따라오는 것은 일반적인 것 같다.
Q. 수애 씨가 적극적으로 작품을 같이 하고 싶다고 했다던데.
A. 제안을 먼저 한 것은 맞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정식으로 받았다. 구체적으로 대화 나눌 자리가 있었는데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시나리오 작가 협회가 배우에게 주는 상을 둘이 같이 받았었다. 수상을 하고 저녁 먹을 때 만나서 작품에 대한 운을 먼저 뗐다. 너무 반가웠다. 사실은 제대로 만난 적이 없었다. 시상식이나 수상할 때 정도만 만났었는데 데뷔 기간 차이가 얼마 나지 않아서 언제 한번 동료로서 만날 수 있겠다고 예상은 하고 있었다. 고마웠다. 나도 해보고 싶은 호기심 가는 캐릭터를 만나면서 수애 씨도 만났다는 것이.
Q. 수애 씨가 팬층을 나타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A. 나도 팬이다. 각자 작업을 할 때 모습에서 서로 팬이었던 것이고 현장에서 같은 작품으로 만나는 경우가 궁금했다. 극 중 부부이기도 하고 하다 보니 호흡도 어떻게 맞춰갈지에 대해 궁금한 지점도 있었지만, 되게 편했다. 긴장했는데 너무 편해서 부담을 빨리 덜게 된 케이스였다. 부부 역할이긴 하지만 동시적인 느낌이 있다. 영화 안에서 애정표현도 거의 없다. 친구처럼 하는 대사 느낌도 있고 그러다 보니 그게 오히려 더 빨리 적응할 수 있는 원동력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독특한 부부 컨셉인 것 같다. 수애 씨가 '오수연'이라는 캐릭터로서 많이 준비되어있는 느낌이었고 그래서 과감하게 제안해준 것 같다. 고맙게 생각한다.
Q. 다음에 한다면 오누이로 하고 싶다는 얘기도 있다. 닮았다는 반응이 있던데 어떤가?
A. 남매 한 번 해볼까요? (웃음) 사기를 한번 쳐볼까요? 수애 씨가 팜므파탈 해보고 싶다고 넌지시 던졌는데 잘 어울릴 것 같다.
Q. 노출에 대한 걱정이나 19금 장면에 대한 부담에 대한 얘기가 많았다. 배우로서 열심히 찍은 부분이기도 한데 블라인드 시사 때 호불호가 갈렸다고 한다. 개인적으로의 생각은?
A. 우선 나를 포함해서 영화 속에서 노출까지 해야 되는 여배우들과 같이 자리를 해서 영화촬영 들어가기 전에 얘기를 많이 나눴다. 감독님과 같이 불편한 부분이나 작품적으로 배우들의 의견을 최대한 다 꺼내놔서 들었다. 그것이 정리되지 않으면 현장에서 굉장히 힘들어지기 때문에 여러 번 그 시간을 가졌다. 대사를 하고 감정을 보여주는 것 외에도 몸으로도 대사를 해야 하는데 스태프들이 세팅하고 있는데 배우와 감독의 이견 조율이 안되면 예민한 촬영이 된다. 그러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힘들다. 의견이나 노출 부분에 대해서 말을 못 하는 상황이 있다면 내가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먼저 제안했다. 충분히 얘기하고 서로 감독님과 이견을 조율하고 만족할 때 충분히 정리된 상태에서 하자고 했다. 실제 촬영장에서는 딱 필요한 만큼만 찍었다. 배우들도 문제없이 만족스럽게 찍은 거로 알고 있다. 주연 배우보다 신인 배우는 보통 발언권이 약하다. 나랑도 연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도 있었다.
Q. 다른 촬영할 때 이로 인해 차질이 있었던 적은 없는지?
A. 나는 아직 없었다. 같은 방법을 계속 고수했다. 감독님과 구체적으로 얘기를 나눴고 상대 배우랑 찍는 순간까지도 구체적으로 얘기를 나눴다. 그게 결과물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찍는 상황을 서로 부담 없이 각자의 역할에 집중해서 찍을 방법이긴 하다. 꽤 오랜 시간 동안 개봉 후까지도 고려해야 되기 때문에 조금의 부담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 같다.
Q. 대사 맛이 은근 있다. 장르가 블랙 코미디는 아닌지 많이 터졌다.
A. 웃을 거라고 생각 못 했다. 관객분이 많지는 않았지만 웃으시는 모습에 놀랐다. 예상 못 했다. 그냥 수애 씨랑 편안한 느낌 부부 느낌을 보여줄 뿐이었는데 디테일한 부분을 잘 보시는 것 같다.
Q. 최근에 한 '덕혜옹주'(감독 허진호)나 '남한산성'(감독 황동혁)과 다르게 특유의 능청스러움을 보여준 게 반가웠다.
A. 교수 신분이고 표면적으로 정치계 초입하는 모습까지 보여줘야 하는데 그 사이에 빈틈과 인간미도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대사나 상대 배우와 호흡이 편하게 보였다면 다행인 것 같다. 상황이 솔직하게 했던 것 같다. 애창곡은 아니지만 버즈의 '가시'도 사실 열심히 불렀다. 원래 다른 곡이었는데 저작권 해결이 안 됐다. 하루 이틀 남기고 바뀌었는데 주어진 시간 안에 하느라 오히려 어색한 느낌이 있다. 원래 생각했던 곡은 저작권 해결이 안 됐으므로 노코멘트.
Q. 실제 모델이 따로 있었는지?
A. 구체성을 애써 연출과 만드는 사람끼리는 찾으려고 했지만 대입하려고 한 적은 없었다. 그렇다고 진짜 실물들과 맞아떨어진다고 생각도 못 했다. 이번 캐릭터는 나름 뉴스에서 뉘앙스를 얻어간 게 있기는 하다. 영화 초반에 티비 토론회 같은 걸 한다. 평상시 때 이 영화를 선택하기 전에는 가볍게 보던 것을 시나리오에 있길래 봤었다. 촬영을 YTN 방송국과 하니까 방송국 부스랑 실제 경력이 오래되신 앵커분도 출연하셨다. 옆에는 실제 교수님께서 계셔서 굉장히 기가 눌려서 쉽지 않았다. 직접 겪어보니까 어려운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 장면을 찍기 전까지 (TV에서) 주의 깊게 봤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뉴스에서 시사와 정치의 많은 분량을 보다 보니 시나리오에 녹일 수 있는 것이 느껴지고 주의 깊게 보고 그랬다.
Q. 영화와 비슷하게 실제로 일어난 일들 때문에 불편하거나 그런 건 없었나?
A. 영화보다 더한 건 맞다. 영화가 현실을 못 따라간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더더욱 난감하거나 그러지 않았다. 어차피 창작물이기 때문에 현실을 대입시키는 건 개인적으로 도움받고 싶지 않다. 다큐가 아니니니까. 관객분들께서 어떻게 보실지가 궁금하다.
Q. 정치인 역은 처음인데 소감을 말하자면?
A. 제대로 한 건 아니고 맛을 한번 봤다는 느낌인 것 같다. '장태준'이라는 인물이 휘말리게 되는 역동의 시간을 가진다. 막상 해보니까 그게 너무 힘들었다. 순수한 학자의 느낌에서 시작했다. 시민은행이라는 사회 열정을 가진 자세로 출발한 건데 정치권 제안이 들어왔을 때 순수한 목표였고 그 기회를 딱 잡았다. 그런데 마음대로 안 된다. 그 설정의 '태준'은 정말 힘들었다. 앞뒤 양옆으로 옥죄어오는 상황 등 그런 기분들이 너무 힘들었다. 사람과 사람 간의 일이기도 하다.
Q. 변혁 감독님과 함께 해서 좋은 점은?
A. 연출 하신 지 오래되고 경력이 있으셔서 배우들에게 부담을 안 주셨다. 느낀 걸 말해달라고 하신다. 모든 배우의 자신이 느낀 작품의 이야기나 각자 캐릭터의 이야기를 다 취합해서 들으시고 얘기를 잘 나눴던 거 같다. 촬영할 때는 큰 울타리를 만들어주셨다. 배우들이 편하게 놀고 카메라 감독님도 편하게 배우들을 동선 제안 두지 않고 무리 없이 찍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영화적 색깔이 인물의 심리를 따라가다 보니 일부러 제약을 안 준 것 같다. 아쉽다고는 생각 안 든다.
Q.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 잡은 배우이다. 이 자리 오기까지 컸던 욕망과 앞으로 생각하는 욕심이 있다면?
A. 재미없을 수도 있는데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때 크기가 작든 크든 해온 만큼 이 작품을 포함해서 앞으로 해나갈 시간을 꾸준히 관객들과 얘기 나누고 싶다. 선택당하는 입장이다 보니 배우들도 나이를 먹을수록 만나게 되는 캐릭터나 이야기의 깊이도 달라진다. 나한테 내 나이에 상류사회를 하게 된 것도 어떠한 변화다. 역으로 돌아갈 수도 있겠지만 그런 식으로 계속 해가 지나면서 영화로 관객분들 만나는 게 제일 바라는 욕망이다.
Q. '상류사회'만의 관람 포인트는?
A. 누구나 성인이라면 떠올려볼 수 있는 소재이기 때문에 보시면 영화 속의 모든 캐릭터가 각자의 욕망을 각자의 색깔로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팔짱 끼고 보다 보면 풍자도 있고 대사의 맛도 있다. 하지만 결국 그 안에 본인도 일부일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그런 걸 느껴보면 좋을 영화라고 생각한다. 남의 얘기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진ⓒ 이민혜 기자 & 영화 스틸컷
이민혜 기자 cpcat@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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