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티엘뉴스] 오직 쓸모 있는 자만이 살아남는 차이나타운에서 각자만의 방식으로 살아온 두 여자의 생존법칙을 그린 영화 '차이나타운'(2014)으로 데뷔해 기존 누아르의 전형성을 전복시켰다는 호평과 함께 칸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되며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백상예술대상, 황금촬영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하며 실력을 인정받은 한준희 감독의 차기작 '뺑반'이 설연휴를 앞두고 1월 30일 개봉했다.
'뺑반'은 경찰 내 최고 엘리트 조직 내사과 소속 경위 '은시연'(공효진), 조직에서 유일하게 믿고 따르는 '윤과장'(염정아)과 함께 F1 레이서 출신의 사업가 '정재철'(조정석)을 잡기 위해 수사망을 조여가던 중, 무리한 강압 수사를 벌였다는 오명을 쓰면서 뺑소니 전담반으로 좌천돼 '우계장'(전혜진)과 '서민재'(류준열)과 함께 미해결 뺑소니 사건 중 유력한 용의자가 '재철'임을 알고 해결해나가는 내용을 그린다.
극 중 '은시연' 역을 맡은 공효진과 티티엘뉴스가 인터뷰 시간을 가졌다.
Q. 영화 어떻게 봤나?
A. 편집본은 보지 못했고 모든 배우가 언론 시사 때 처음 봤다. 처음 봤을 때는 현장에서의 느낌이랑 좀 다른 느낌도 들고 했다. 사실 시나리오 파악 능력이 떨어지는 건지 시대극을 보면 이해를 확실하게 잘 못하는 편이다. 이번 영화를 보면서 모든 인물의 먹이사슬 관계가 얼마나 강렬한지에 대한 것이 다시 한번 새롭게 느꼈다. 시사회 때 영화 시작하면서부터 긴장이 됐다. 모든 세 주연 배우가 멍이 왔었다. 긴장하고 2시간을 봤는데 워낙 화려해서 보고나서 넋이 나갔다가 만나서 많은 얘기를 했다. 원래 했던 영화의 색깔이랑 많이 달라서 새로웠다.
Q. 한준희 감독의 전작은 어떻게 봤는지?
A. 시나리오를 보고 '차이나타운'을 봤다. 색이 다른 영화라고 생각했다. 시나리오 보고는 원래 흥미가 가는 장르의 영화가 아니었다. '차이나타운'을 봤는데 너무 매력적인 영화였다. 캐릭터들도 매력이 많아서 감독님에게 호감이 커졌다. 이런 시나리오는 새로운 그림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장르는 아니었는데 한준희 감독님의 색깔을 입힌게 생각한 것보다 다른 영화로는 보일 수 있을 것 같았다. 화려하고 볼거리도 많아서 두시간 13분이 좀 길어서 걱정스럽기는 했다. 나는 짧은 영화를 좋아한다. 그래도 전개가 좋았다.
Q.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는가?
A. 정석씨 공연도 몇 번 봤고 연기도 같이 5~6개월 했었다. 캐스팅 고민중일 때 정석씨만 된 상태였다. 정말 멋진 역할 만들겠구나 싶었고 정말 저격이다 싶었다. 아무래도 나는 '민재' 역할의 준열씨와 같이 많이 호흡을 맞췄는데 항상 예상보다 잘하는 배우이다. 모든 영화들이 그랬던 것 같다. 멋지게 해냈다. 어떤 것이 나올지 상상이 안되는 배우인데 정말 잘했다. 현장에서보다 잘 담기는 배우이다. 현장에서는 진지하지 않은 편인데도 막상 들어가면 긴장 풀고 잘하는 스타일이다. 스크린으로 그게 뿜어져 나온다. 나도 그런 스타일이다. 그냥 두면 잘하는데 멍석을 깔아주면 못하겠다.
Q. 여러 씬 중 발차기 장면이 정말 멋있었다.
A. 어려웠다. 차 위에 지붕은 밝으면 좀 움직인다. 그래서 한 발로 서서 차는게 정말 무서웠다. 연기라고 해서 했다. 있는 힘껏 차야하는데 마음을 그렇게 먹고 눈 딱 감고 멋지게 하려는데도 마음 먹은대로 잘 안 됐다. 사람 차는게 무섭고 어렵다. 아대를 하고 있지만 그래도 사람을 차는 것은 어렵다. 밑에서 (앵글을) 잡으니 멋있어보이긴 했다. (웃음)
처음 봤을 때 너무 멋진척 하는 것처럼 보일까봐 생각했는데 정석 씨도 그렇고 준열 씨도 자기 연기를 못봐서 서로 최선은 다했지만 칭찬받으면 어색해 했다. 스스로의 모니터링에서 조금씩 더 잘했어야했다고 생각하는게 희망적인 배우라고 생각한다. 2분 전에 한 연기도 아쉬워야하고 모자르다 생각하면서 발전하는 배우인 것 같다. 남자 배우 둘 다 항상 무궁무진하게 발전할 수 있는 배우들인 것 같아서 자극을 받았다. 열심히 하고 치열하게 해서 자극을 많이 받은 것 같다.
Q. '태호'와 극 중에서는 무슨 사이인지?
A. 연인이라고 볼 수 있는 사이이다. 경찰, 검사 팀 사이인데 검사와 경찰팀이 다르다. 서로가 서로를 견제를 하면서도 합동으로 수사해야하고 같은 팀인데 무슨 일이 있으면 누구 탓인지 물게 된다. 합동으로 해서 줘야하는데 종결하지 않으려고 시간을 끌기 위해서 고장냈다. 복잡한 관계여서 어려웠다. 설명한다고 한건데 분위기 파악하다보면 놓칠 수 있다.
Q. 실제로 영화에서 운전을 많이 했다고 하던데.
A. 하긴 했다. 태우고 돌고 다 했는데 태닝이 너무 되어 있어서 화면에는 안 잡혔다. '정재철'이 쫓을 때 전자골목 같은 곳에서 나오는게 전속력으로 달리는게 직접 운전을 한 거였다. 골목이 좁은데 순간적으로 속도를 내야하니 좀 무서웠다. 버스터가 대역을 많이 하게되겠다 생각해서 선팅을 까맣게 한 것 같다. 그 차 안에는 내가 타고 있다. 준열 씨 차에 탔을 땐 옆에 타고 있었는데 목숨을 맡겨도 되는건지 모르겠다고 알아서 하라고 했었다. 준열이가 자기 잘한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스탭들을 굉장히 신뢰했고 준열이가 운동 신경이 정말 좋다. 이런 경험을 할 수 없으니 즐겁게 했다.
Q. 거친 남자들의 수사물이 많은데 여경들이 나와서 좋았다.
A. 범죄오락액션 영화, 스릴러, 코미디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 상상되는데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특이점은 여성 캐릭터들을 꽤 색다르게 그린 부분이었다. 나는 윤과장님이랑 마지막에 둘이서 '이제 경찰은 경찰, 사람은 사람, 괴물이 되지 말라'는 부분에서 얼굴 보고 하는 씬이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화로만 한게 케미 부분에서 아쉽다. 예를 들면 식구들이 모여서 밥 먹는데 밖으로 담배 피러 나오는게 여자 둘이고 클리쉐가 있는 것들 부분에서 감독님이 재주가 있는 것 같다. 과장님이랑 둘이 앉아서 "이제 어떻게 하실 거예요?"라고 할 때 나름 해소감도 있었다.
Q. 초반주에는 '은시연'이 주역 같다가 중반에 '민재'로 넘어가면서 해결하는 거로 역할이 바뀌었다. 어떻게 느꼈는지?
A. 시나리오부터가 원래 그랬다. 어떻게 보면 '민재'의 캐릭터가 기승전이 영화에서 가장 확실하다. 전사도 나오고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는 것, 예전의 모습은 없앤채 변화한 과정들이 있고 아버지 사고를 겪으면서 안경 벗어 던지면서 그때부터는 대결할 자가 없을 정도로 무섭게 바뀐다. 그런게 있는 부분에서 앞에 은시연이 이 상황을 느끼고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따라서 영화 연출을 하다보니 뒤에서 배우의 롤이 바뀌는게 그룹 플레이인 것 같다. 새로운 경험이었다. 아마 두번정도 반복되서 그런 것 같다.
Q. '공블리'에서 '공크러쉬'가 되었는데 어떤 기분인가?
A. '은시연'은 각잡히고 냉철한 여자이다. 흐트러지지 않고 감정이 잘 드러나지 않은 인물인데 아주 오래된 사이인 '기태호'(손석구)하고 만나면서 같이 있으면 조금씩 풀어진다. 인간미가 좀 보이는 씬들은 '태호'랑 만났을 때다. 처음에 시작으로 써있을 때는 FM으로 법 없이도 살 것 같은 여자였다. 그런데 하다보니 멋스럽고 걸크러쉬 있게 터프해진 여자가 되었다. 케미라는게 있어야해서 '민재', '태호' 캐릭터랑 만나면서 살이 좀 붙고 인간미까지는 아니어도 케미가 있게 바뀌었다. 그래서 무슨 냄새냐고 한다던가 잡는 포즈, 걷는 모습 등이 더 각이 풀어졌다. 원래는 더 각 잡힌 역할이었다.
감독님은 경찰의 얘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특수과뿐 아니라 경찰 이야기를 총 통틀어 하고 싶었다고 한다. 여러 포지셔닝의 경찰이 있다. 내사과의 경찰이 있어야 내부에 문제가 없이 갈 거고 뺑소니 현장을 달리는 팀들이 있다. 우계장과 윤과장이 정확하게 다른 일을 하는 것이다. 윤과장은 결혼도 안 하고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 큰 일을 하기 위해 목숨걸고 일하는 사람이고 우계장은 사람, 가족, 내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것 같다. 두 명의 다른 세계로 이야기의 시작이 되는 것 같다.
Q. 공블리 VS 공크러쉬, 어떤 이미지가 좋나?
A. 강력한 이미지가 더 좋다. '품행제로'(감독 조근식) 때 짱 역할도 좋았고 '고령화 가족'(감독 송해성)의 '미연' 캐릭터도 좋았다. 특이한 캐릭터가 연기하기엔 재밌다. 두 개를 다 잘하고 싶다. 전무후무한 캐릭터도 잘하고 싶고 '도어락'(감독 이권)에서처럼 평범한 사람도 연기잘하는 배우이고 싶다. 두 가지가 다 매력이 있다. 햄버거 먹으면 밥 먹을걸 싶고 떡볶이 먹으면 베이글 먹고 싶듯 이런 역할 하면서 정석이 역 보면 재미있겠다 싶었다. 정석 씨는 압박이 크니까 편한 역할을 더 잘했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게 서로 좋은 시너지였다. 감독님이 참 안정적이고 준비가 잘 되어 있어서 현장에 그 많은 스탭과 배우들이 아무 무리 없이 편하게 촬영했다.
사진ⓒ 쇼박스
이민혜 기자 cpcat@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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