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ukje Gallery] Robert Mapplethorpe_Frank Diaz
[티티엘뉴스] 2년째에 접어든 코로나19(Covid-19)바이러스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에서 코로나 블루를 겪고 있는 우리에게 다채로운 전시회가 열리며 스트레스 해소의 탈출구를 제공하고 있다. 국제갤러리는 2월 18일, 미국의 현대사진작가 로버트 메이플소프(Robert Mapplethorpe, (1946-1989)의 개인전 를 서울점 K2 및 부산점에서 동시 개최했다.
▲ [Kukje Gallery] Robert Mapplethorpe_Lisa Lyon
로버트 메이플소프(1946-1989)
: 초상, 누드, 자화상, 정물 등 흑백사진 연작들로 알려진 미국 사진작가다. 작품에 나타난 동성애적 이미지, 꽃을 중심으로 한 정물화, 셀리브리티 초상화, 폴라로이드 연작, 혼합 미디어 조각 등은 그의 예술적 시도와 기술적 실험을 통해 사진의 범주를 초월하여 일상성 안에서 마술적 환상성과 영화적 서사를 구현했다고 평가받는다. 1989년 에이즈 합병증으로 사망하기 전까지, 메이플소프는 2000여 점 이상의 초상, 꽃, 누드, 풍경, 광고, 정물 사진을 남겼다.
▲ [Kukje Gallery] Robert Mapplethorpe_Two Tulips
메이플소프는 20세기 후반, 세계의 비평가와 예술가들에게 가장 호평 받은 사진작가 중 한 사람이다. 또 사회적 논쟁과 예술의 검열에 대한 담론을 생산하는 등 끊임없이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시대적 아이콘이었다.
메이플소프는 주로 탐미적 정물 사진과 섹슈얼리티를 실험한 사진을 중심으로 사회적 관습과 윤리 의식에서 벗어난 인간의 어두운 욕망과 정교한 사진적 양식성을 구현했다고 평가받는다. 또한 당대 금기시되었던 흑인 남성 누드와 사도마조히즘, 게이 서브컬처 등 포르노그래피적 상상력을 통해 퀴어 미학을 도착적 스펙터클로 전유한 사진 연작들을 발표하며 커다란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1980년대 이후 메이플소프는 세심하게 고려된 조명과 구성, 정밀한 계조를 통해 완벽한 사진적 양식으로 구현된 초상 사진과 누드뿐만 아니라 꽃, 과일, 청동상 같은 정물 사진 연작과 패션 광고 사진까지, 사진 매체의 범주를 초월하여 일상성 안에서 마술적 환상성과 영화적 서사를 구현한 작품들을 발표했다.
메이플소프는 자유와 욕망이 꿈틀거리던 1970~80년대 뉴욕에서 작품의 다양한 물성을 반영한 콜라주, 폴라로이드, 흑백사진, 다이-트랜스퍼(Dye-transfer) 기법의 컬러사진 등을 통해 매체의 경계를 넘나들고 스스로의 욕망을 해방했다. 그러면서 여성, 인종, 성소수자와 같은 타자의 재현에 관한 문제들을 작업에 적극적으로 투영, 터부시되던 사회적 규범에 도전하며 당대 문화 전쟁의 아이콘이자 작가로서 컬트적 위치를 구축해낸다.
이번 개인전은 1970년대 중반에서 1980년대까지 핫셀블라드(Hasselblad 500) 카메라로 구현한 메이플소프의 시그너쳐 흑백사진을 중심으로, 피사체의 친밀함과 경이로움, 강인함과 세속적 욕망이라는 양가적 미학을 통해 문제적 찰나를 완벽한 서사성으로 펼쳐낸 작품들을 소개한다.
▲ [Kukje Gallery] Robert Mapplethorpe_Watermelon with Knife
서울 전시회에서는 K2 1층 ‘Sacred and Profane’에서 셀리브리티의 포트레이트, 은유화된 꽃과 정물, 풍경 사진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절묘한 시대적 감각을 음악 세계에 반영한 전설의 펑크록 가수이자 메이플소프의 뮤즈로 수많은 대중문화적 코드의 사진으로 남은 패티 스미스(Patti Smith), 단련된 여성 신체의 구현을 통해 컬트 사진작가로서의 입지를 다지게 한 보디빌더 리사 라이언(Lisa Lyon), 궁극적 아름다움의 찰나와 본질을 예리하게 포착해낸 리처드 기어(Richard Gere)를 비롯해 트루먼 카포티(Truman Capote), 루이즈 네벨슨(Louise Nevelson) 등 셀리브리티의 포트레이트, 은유화된 꽃과 정물, 풍경 사진 등이다.
K2 2층 ‘The Dark Room’ 전시관은 에로스와 타나토스, 죽음과 섹슈얼리티라는 주제를 정면으로 향하고 있다. 1970년대 후반 메이플소프가 뉴욕 퀴어 하위문화를 통해 포르노그래피와 외설성, 에로티시즘과 예술성의 문제들을 전면에 내세우며 수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문제작들과 이를 확장 재해석한 80년대 흑인 남성 누드 등 핵심 작품들을 선보인다.
오브제화 된 남성 성기, 비밀스러운 사도마조히즘 의식, 굵은 쇠사슬에 거꾸로 매달린 남자, 검은 가죽 잠바와 슬렉스 제복으로 몸을 감싼 피사체, 채찍을 항문에 꽂고 대담하게 화면을 응시하는 셀프 포트레이트, 검은색 구강성교 가죽 장치로 신체를 뒤덮은 사진 등 문제의 연작들은 언캐니한 두려움과 의사 고전주의적 정교함을 보여준다. 이들은 치밀하게 계산된 채광과 구도를 완벽하게 조화시키며 극한의 미학이라는 찬사와 포르노그래피라는 악명을 동시에 부여받은 흑백사진 작품이다.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는 젤라틴 흑백사진, 다이-트랜스퍼 컬러사진 등 다양한 사진적 물성의 양식적 실험을 보여주는 포트레이트, 정물, 청동상, 풍경 사진들을 비롯해 메이플소프가 후기에 천착했던 꽃 사진을 아우르는 다채로운 작업들을 선보인다. “나의 꽃은 어딘가 내부 깊숙이 파고들고 있고, 일반적인 꽃에서는 보이지 않는 어떤 통렬함이 있다”고 말했듯, 메이플소프는 극도로 클로즈업한 꽃을 통해 기립, 발기한 페니스의 암시, 의인화된 신체의 확장으로서 꽃이라는 피사체를 구현하고 있다. 이번 개인전은 3월28일까지 열린다.
이린 칼럼니스트 art-together@kaka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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