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에 버리고 간 차, 형사상 문제 될까요?
2021-01-23 12:29:18 , 수정 : 2021-01-23 12:31:51 | 김윤미 변호사

[티티엘뉴스] 2021년의 시작과 함께 한반도는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영하 20도를 넘나드는 추위로 얼마 전 내린 폭설이 녹지 않아 도로가 빙판길이 됐는데요. 이런 날은 출퇴근에 직접 차량을 운전하기보다는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좋겠죠.

 

 

눈에 미끄러져 움직이지 않는 차량을 그냥 방치한 채 운전자가 현장을 이탈한 경우, 어떤 법적 책임을 지게 될까요? 형사처벌을 받게 될까요.

 

우리나라 형법은 일반교통방해죄를 규정하여 도로의 차량흐름을 해하거나 방해하는 경우 징역 또는 벌금의 형으로 처벌하고 있습니다.

 

형법 제185조(일반교통방해) 육로, 수로 또는 교량을 손괴 또는 불통하게 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그러나 천재지변에 해당하는 폭설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차량을 두고 온 것으로 인해 형사처벌을 받는다면 매우 억울하겠죠. 예상할 수 없었던 많은 눈이 단시간에 쏟아져 스노타이어 등이 대비되지 않은 상태로 도로를 주행한다면 연쇄 충돌과 같은 더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이에 운전자가 차량을 세워놓고 현장을 떠나게 되기까지의 전후 사정을 고려하여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하여 형사처벌을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천재지변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차량을 방치하게 된 경우는 정당행위 중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라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정당행위는 ① 법령에 의한 행위, ② 업무로 인한 행위, ③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 구분되는데, 의사가 수술하기 위하여 환자의 몸에 상처를 내는 행위는 업무로 인한 행위로 처벌하지 않는 것이 그 예입니다. 이러한 정당행위는 ①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②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③보호 이익과 침해이익과의 법익균형성, ④긴급성, ⑤보충성 등을 고려하여 인정됩니다.

 

따라서 사안의 경우 폭설로 인한 긴급한 상황에서 차량을 도로에 두고 가는 방법으로 자신과 타인의 신체의 안전을 도모하려 한 것이므로 일반교통방해죄의 위법성이 조각되어 처벌받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형법 제20조(정당행위)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만약, 정당행위로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폭설에 운행할 수 없어 차량을 길가에 주차하여 교통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았다면 차량 방치에 대한 책임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사례는 운전자도 예상할 수 없었던 폭설 상황으로 인해 어쩔 수 없었기에 인정된 경우로, 차량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면서 고의로, 혹은 부주의하여 도로에 차량을 방치하게 된 경우 형사상 책임을 지게 될 수 있음을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계속되는 코로나 19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아동학대 사건, 이상기온으로 인한 폭설 등으로 2021년의 시작이 무거운 것 같습니다. 신축년, 신성한 기운을 가졌다는 ‘흰 소“처럼 모두 한마음으로 역경을 이겨내는 한 해 되시기 바랍니다.

 

김윤미 변호사

 

정리= 임민희 에디터 lmh1106@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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