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티엘뉴스] 꿈에 그리던 아파트를 계약하게 된 김 모 씨는 며칠 전 매도인로부터 갑작스러운 계약 파기 통보를 받았다.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매도인이 마음을 바꾼 것. 이사 가기로 마음먹었던 김 씨는 월세방까지 뺐으나 발만 동동 구르게 됐다.
▲엄정숙 부동산전문 변호사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집값이 치솟자 매도 계약을 파기하는 집주인이 늘고 있다. 받은 계약금보다 집값 오름세가 더 커 계약을 진행하지 않는 것이다. 반면, 매수인은 계약금을 보내고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1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계약금을 내고도 매도인에 의해 계약이 파기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현재로선 공인중개사를 통해 거래를 했어도 매도인이 계약 파기를 요구하면 이를 저지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행에 착수하기 전(중도금 납부 등) 까지는 계약금의 두 배를 배상하고 계약을 파기하는 것이 매도인의 정당한 권리이기 때문.
민법 제565조 제1항은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교부자(매수자)는 이를 포기하고 수령자(매도자)는 그 배액을 상환하여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매수인들 사이 '계약 파기 예방법'이 관심을 얻고 있다. 부동산 시장 변화가 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거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반영된 것이다.
이에 대해 엄정숙 부동산전문 변호사(법도 종합법률사무소)는 “매도인의 계약파기는 원칙적으로 계약이행 전에만 할 수 있는 것” 이라며, “매수인이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계약이행을 빨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엄정숙 부동산전문 변호사는 부동산 매매계약 파기 예방법으로 ▶잔금지급일 이전에 일부금을 입금할 것 ▶계약기간을 촘촘히 설정할 것 ▶보통의 계약금보다 더 많이 지급할 것 ▶가 계약금인지 본 계약금인지 분명히 할 것 등 4가지 중요사항을 이행할 것을 강조했다.
계약파기를 막기 위해서는 중도금이나 잔금지급일 이전에 일부를 지급하면 효과적이다. 엄 변호사는 “잔금지급일 이전에 일부 금액을 지급하면 계약이행으로 보아 매도인의 파기가 불가능해진다”고 조언했다.
또한 계약금·중도금·잔금 지급 시기를 촘촘하게 설정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엄 변호사는 “요즘 같은 시기에 집주인이 계약파기를 하는 이유는 시간이 지날수록 집값이 오르기 때문이다” 며 "계약이 반드시 이행되길 원한다면 각 시기를 가까이 두고 즉시 시행하는 것도 파기를 막는 방법"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보통 계약금(매매가의 10%)보다 더 많이 지급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10억 상당의 아파트를 매수할 경우 계약금은 1억이지만, 1억 이상을 계약금으로 보내 매수 의사를 확실히 하는 방법이다.
‘가계약금’인지 ‘본계약금’인지를 두고도 분쟁이 발생한다. 이에 대해 엄 변호사는 “특정이 안 된 가계약금일 경우 매도인은 가계약금만 돌려주면 계약 파기가 가능하다"며 “가계약금 지급 이후 본 계약을 체결할 경우에는 계약 내용을 분명히 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엄정숙 변호사는 경희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제48기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제39기 사법연수원을 수료했다. 이후 서울시청 법률상담 위원, 서울지방변호사회 서민대책특별위원회 위원, 서울특별시 중구청 중구정보공개심의회 심의위원, 서울시청 전, 월세보증금 상담센터 위원 등을 역임했다. 엄 변호사는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에도 다수 출연했으며, 공인중개사 자격도 가지고 있다. 지난 2013년 법도 종합법률사무소를 설립해 현재 대표변호사로 부동산 및 민사법 전문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상인 선임기자 lagolftime@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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