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온라인여행사(이하 OTA)들의 한국 여행시장 점유 추세가 급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최근에는 굴지의 GDS 업체들과 잇따른 제휴를 성사시키며 호텔 공급에 이어 항공 발권 영역까지 진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현실화가 얼마 남지 않았으며 향후 관련 토종 여행사들의 입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조짐이다. 해외 OTA의 한국 여행 시장 본격 진출에 따라 큰 변화가 예상되는 한국 여행 시장 세력 구도를 트래블인사이트가 조망했다.
공동취재 l 편성희·양재필·임주연 기자
취재협조 l 한국관광공사·한국여행업협회·익스피디아코리아·아고다닷컴·프라이스라인닷컴·서울마케팅리서치·글로벌코리아
FIT 이용자 선택은 토종? OTA?
개별·자유여행(이하 FIT)자의 수는 급격하게 늘고 있다. 마치 과거 패키지 여행자 수가 늘어날 때의 시절을 보는 것 같다. 기술력의 진보 기간이 짧아질수록 FIT 이용자는 손쉽게 새로운 도구를 이용하기 위해 시간 비용을 감수하고 있다. 그들은 기존의 토종 여행사를 ‘구시대의 유물’쯤으로 여기는 것 같다. 온라인 여행 커뮤니티에는 하나투어, 모두투어, 참좋은여행 등의 키워드는 찾아보기 힘들다.
증가 둔화하는 패키지, FIT 수요는 급등세
우리나라 국외여행 시장의 대부분을 점유하는 여행사는 일명 ‘종합 여행사’로 토종 기업이다. 하나투어, 모두투어, 노랑풍선, 참좋은여행, 롯데관광, 한진관광, 투어2000 등을 꼽을 수 있다. 토종 여행사의 주력 수입원은 패키지 여행상품이다. 항공사, 현지 여행사 또는 한국 랜드사와 협력해 항공과 숙소, 현지 프로그램 및 국외여행인솔자, 가이드, 기사 등을 사전에 기획하여 판매한다.
1989년 대한민국 정부가 해외여행을 전면 자유화하면서 패키지 여행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일부 여행사의 과장·과대광고, 사고 책임대응 회피 또는 지연, 현지 가이드의 도에 지나친 쇼핑, 선택관광 강요 등의 문제가 발생하며 소비자의 불만족도가 높아졌다.
현재 패키지 여행자 수는 수년 전처럼 40%에 육박하는 증가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종합 여행사 위주로 평균 20% 남짓한 증가세에 머물고 있다.
반면 개별·자유여행(이하 FIT)자의 수는 급격하게 늘고 있다. 마치 과거 패키지 여행자 수가 늘어날 때의 시절을 보는 것 같다. FIT 이용자는 여행사에서 에어텔 상품을 구매하거나 여행사를 통하지 않고 스스로 온라인과 현지에서 정보를 탐색해 여행한다. 인터넷의 대중화와 정보수집, 자동번역, 온라인 커머스 기술력의 발전 등 여행자가 여행사에 찾아가지 않더라도 여행계획을 세우고 항공, 호텔, 현지 투어 등을 이용하기 수월한 저변이 조성됐다.
고객에게 외면당한 토종 여행사
토종 여행사의 고객 수요가 줄어들지는 않고 있지만, 한해 해외 출국자 수를 놓고 보면 여행사는 이용자에게 외면당하는 분위기다.
우리나라의 해외 출국자 수는 지난해 1900만 명을 넘어서 올해는 2000만 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그러나 여행사들 실적은 현저하게 떨어진다. 한국여행업협회(KATA) 회원사 실적 합계를 보면 2014년 1050만여 명, 지난해 1342만여 명을 회원사가 송출했다. 지난해에만 많게는 600만 명이 토종 여행사를 택하지 않은 셈이다.
한국여행업협회 회원사 수가 1659곳 밖에 되지 않아, 1만 2000여 곳으로 추산하는 우리나라 여행사 전체의 실적으로 보기에는 오차 범위가 클 수 있다. 하지만 온·오프라인으로 대리점 및 제휴사를 통해 자사 상품을 판매하며 80%에 육박하는 시장 점유율을 보이는 주요 종합 여행사들이 회원사로 있으므로 협회·업계 관계자는 “추이는 틀리지 않는다”고 의견을 밝혔다.
유형별 송출 통계를 보면 FIT는 이미 상당수의 패키지 여행자층을 흡수했다. 한국여행업협회 자료에 의하면, 회원사를 통해 FIT를 이용한 사람은 2014년 482만여 명, 2015년 635만여 명이다. 같은 해 에어텔을 포함한 패키지 이용자 수가 494만여 명, 624만여 명으로 나타난 것을 분석하면 FIT는 이미 패키지 이용자 수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정보 기반의 FIT, 여행사에 대한 니즈
그런데 산업 업종 구분으로 보면 FIT 이용자가 사용하는 웹사이트와 앱도 사실 여행사이다. 카약처럼 온라인플랫폼사업체로 자사를 정의한 커머스 기업도 있지만, 대부분은 여행업체이다. 그들은 한국에 지사나 사무소를 두고 있는 다국적 글로벌 여행기업으로 온라인 시스템을 중심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한 OTA(Online Travel Agency)이다.
OTA는 주요 거점 지역을 제외하곤 각 지역 마켓에 홍보·마케팅·제휴업무 위주로 지사 혹은 사무소를 설립한다. 여행 판매 업무를 하지 않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우리나라로서는 여행수입을 외국에 넘기는 외화 누수에 해당하는 경우이기 때문에 그들을 눈엣가시 같은 존재로 여길만하다. 지난해 하반기 익스피디아가 한국 여행업에 등록하며, 글로벌 OTA로서 귀감을 살 만한 행동을 했지만, 실제 대부분의 여행수입은 외국 본사로 통합하는 행보를 보였다.
익스피디아에서 국내 호텔을 예약해 원화로 신용카드 결제할 때, 결제페이지 상의 요금보다 카드명세서의 요금이 더 높은 것도 이런 구조에 기인한다. 원화⇒외환 환전 및 송금 등의 과정에서 수수료가 추가로 붙어서 고객의 카드명세서에 합산된 요금으로 명시된다. 익스피디아의 대리점 사업조직인 익스피디아탭(Expedia TAAP)도 수수료를 외국 본사에서 정산해 각 담당 국가에 지급하는 구조로 알려져 있다. ‘명시하지 않는 수수료’까지 포함하면, 실제 글로벌 OTA의 상품은 우리나라 토종 여행사가 판매하는 것보다 비싼 상품도 많다.
FIT 이용자는 20~30대가 대부분이다. 1년 전부터는 40대 초반의 이용자 수의 증가율도 예년보다 높아졌다. 그들은 익스피디아, 아고다닷컴, 호텔스닷컴, 부킹닷컴 등을 활용하는 데에 익숙하다. 1~2년 전부터는 스카이스캐너, 호텔스컴바인 등 항공 가격이나 호텔 가격을 비교하는 플랫폼 사이트 및 앱(APP)와 친숙해졌다. 올해부터는 카약(Kayak), 트래블하우 등 항공과 호텔, 렌터카, 현지투어 등의 가격을 종합 비교할 수 있는, 더욱 진보된 시스템과 벗하려고 한다.
기술력의 진보 기간이 짧아질수록 FIT 이용자는 손쉽게 새로운 도구를 이용하기 위해 시간 비용을 감수하고 있다. 그들은 기존의 토종 여행사를 ‘구시대의 유물’쯤으로 여기는 것 같다. 온라인 여행 커뮤니티에는 하나투어, 모두투어, 참좋은여행 등의 키워드는 찾아보기 힘들다. 특가 항공권, 현지 투어, 현지 호텔 및 리조트 추천, 특정 풀빌라·호텔·리조트 브랜드, 먹을거리, 놀거리 등이 주요 관심사이다. 가격은 쉽게 비교할 수 있으니, 자신이 정말 만족할 수 있는 여행 계획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고 싶어 한다.
뒤처지는 패키지식 FIT 수익 모델
여기에 토종 여행사가 간과하는 부분이 있다.
토종 여행사는 아직까지도 패키지 여행상품 판매에 특화한 비즈니스 구조로 FIT 이용자에게 다가가려고 한다. 각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수많은 상품을 특가, 특정 일자 항공좌석 다량 보유, 전세기 특가, 긴급 모객, 기획자 추천 상품 등으로 재구성해 판매하고 있다.
그런데 천천히 따져보면 이름만 다양하지 구성 내용은 별반 다르지 않다. 각 상품의 마진율에 맞춰 항공편을 다르게 하고 항공 출·도착시간에 맞게 일정을 약간 조정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행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숙소도 미정인 채 계약해 출발 이틀 전에서야 확정되는 상품이 많다. 미성숙한 현지 가이드의 재량으로 사전에 명시된 현지 일정 프로그램 시간이 급격히 줄거나 형식상 거치는 수준으로 전락해버리기도 하는 상품이 많다. 기사로 치면, 같은 내용을 순서만 바꿔서 다른 제목으로 게재하고, 근거가 불명확해 온라인편집국 식으로 책임 소재를 회피해 게재하는 표절 기사, 어뷰징 기사와 다를 바 없다.
마케팅·홍보 전략도 FIT 이용자의 구미를 당기지 못하는 실정이다. 키워드 광고, 애드 배너, 기사성 광고, 블로그를 통한 바이럴 홍보, SNS 상품 홍보 및 인터넷 방송까지 다양한 방법을 추진하고는 있다. 그러나 효과는 극히 미비한 편이다. 담당자도 효과를 자세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오직 기대효과만 설명할 뿐이다. 한 여행 전문 홍보마케팅 대행사 관계자는 “종합 여행사의 마케팅 방법은 KPI나 ROI가 절대 나올 수 없는 구조”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우선 담당자가 경험과 관련 지식이 부족하고, 그나마 그들도 자주 바뀐다. 무엇보다도 여행사 대표가 창의적인 홍보·마케팅 계획을 지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마케팅리서치연구소 허정 상무는 “방법의 문제가 크다”고 말했다. 허정 상무는 “FIT 이용자는 보다 확실한 정보를 알고 싶어 한다. 또 자신에 유용한 정보를 취사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이미 갖췄다. 자사의 상품정보도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눈속임 식의 홍보 또는 응대만으로는 FIT 이용자의 환심을 살 수 없다는 얘기다.
커머스 리서치 전문 회사 글로벌코리아는 가전, 의류, 유·아동, 식품 등 쇼핑몰 유통 카테고리 중에 ‘이용자가 가장 신뢰하지 않는 상품평’으로 여행을 선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비전공자, 잦은 보직 이동, 중복 업무 등의 업무 환경이 토종 여행사의 홍보·마케팅 효과를 줄이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요인 중 하나이다.
수익성 간파한 OTA의 선진 전략
OTA의 행보는 토종 여행사와 사뭇 다르다. 그들은 마케팅·홍보에 전력을 기울인다. 담당자를 채용하는 데 있어서, 최소 7년 이상의 경력자부터 서류를 받아준다. 심층면접을 통해 기업의 비전을 공유하고 관련 업무 목표까지 정해놓고 몇 개월간의 과정을 관찰해 비로소 채용을 결정한다. 최초 연봉은 주요 토종 여행사 마케터 담당자의 두 배 이상이다. 수습 시기의 급여도 토종 여행사 담당자보다 높다.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OTA는 검증된 인재를 뽑지 않고 ‘검증한’ 인재를 채용한다. 그것도 임원 한두 명의 시선을 넘어서 시스템이 채용여부를 결정하는 구조이다. 또 실적만 놓고 평가하지 않는 시스템으로 다각적인 관점에서 직원을 채용하고 계발을 지원하고 있다. 그런 환경에서 마케터는 FIT 이용자의 선호도에 최대한 근접한 작품을 내놓고 있다. FIT 이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제공하고, 마치 광고가 아닌 것처럼 포장도 잘한다. FIT 이용자에게 글로벌 OTA는 ‘여행사’가 아닌, ‘여행 포털’로 다가섰다.
글로벌 OTA는 수익률의 한계도 극복했다. 이 과정에는 미래 소비자의 성향을 예측해 과감하게 인적구조를 재편하고 투자한 모험의 시기가 있었다.
온라인 시스템 및 차세대 플랫폼 시스템 구축에 과감하게 비용을 투자했다. 이와 함께 차세대 비즈니스 모델 추진 구조에 맞는 인력을 재편성했다. 그렇다고 무작정 해직시키지는 않았다. OP에서 상품 기획 및 정보제공자, 마케터, 글로벌 제휴 담당자 등으로 재교육의 기회를 주고 함께 가는 길을 모색했다. 또 합리적인 성과급 제도를 병행해 새로운 길에 대한 우려를 줄이는 한편, 직업에 대한 동기부여를 심어줬다.
그들은 항공과 호텔에만 업무 영역을 제한하지 않았다. 다양한 현지의 소규모 현지 투어 업체를 협력사로 끌어들여 수많은 현지 투어 상품을 온라인에 출시했다. 자국 내의 시장 수요만 바라보지 않고 빠른 속도로 세계에 진출한 점도 수익률을 높이는 데 주효했다. 글로벌 웹표준화에 적용한 차세대 온라인 플랫폼은 어느 브라우저와 디바이스에서도 쉽게 호환할 수 있어, 글로벌 OTA의 빠른 세계 시장 적응을 도왔다.
응답하라 토종 여행사
물론 글로벌 OTA와 토종 여행기업의 자본 규모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또 FIT 이용자가 모르는 토종 여행사의 경쟁력도 많다. 하지만 글로벌 OTA도 대자본을 축적하지 못했던 시절이 있었다. 또 오프라인 비즈니스 모델에서 온라인 시스템으로 대대적인 전환을 한 적도 있었다. 그때마다 액수는 다르지만 큰 비중의 비용을 들여서 변화를 추진했다.
토종 여행사도 같은 물음에 답해야 할 시기이다. 이미 5년 전 2011년 7월, 익스피디아가 한국 시장에 진출했을 때 토종 여행사는 질문을 받았지만 즉시 답하지 않았다. 한국 시장에 적응할 수 있을까, FIT에 수익이 얼마나 남을까 하는 이런저런 이유를 들며 회피했다.
익스피디아, 아고다닷컴 등을 사용하는 사례가 온라인에서 주목을 받은 후에야 움직이는 몇 발 늦은 행보를 보였다. 규모 있는 여행사들이 관련 온라인시스템을 구축하고 하나프리, 프리모두 등 자유여행 브랜드를 만들어서 인지도를 높이려고 한다. 글로벌 OTA도 가까운 기간 내에 한층 발전한 사업모델을 선보일 것이다. FIT 이용자 역시 앞으로도 똑똑해질 것이다. 알파고의 그것보다도 빠르지 않을까.
그러나 시장은 변수가 많다. 계산대로 움직이지 않는 시장에서 토종 여행사들이 혁신할 기회는 열려 있다. 기존의 글로벌 OTA가 놓치고 있는 부분을 찾거나, 그들의 생각을 뛰어넘은 비즈니스모델이 토종 여행사에서 나오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죽어가고 있다는 한국 여행 시장, 최근 1~2년 사이에 강남·구로 등 벤처·디지털 밸리에서 여행사 창업이 늘어나는 이유는 반전이다.
편성희 기자 psh4608@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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