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스피디아가 BSP를 통한 본격적인 항공 발권에 착수한다. 익스피디아가 손을 잡은 곳은 현재 토파스(TOPAS)가 유력하다. 토파스는 2014년 9월 아마데우스 플랫폼으로 전격 전향하면서 단기간 점유율이 하락했으나, 이용자들이 시스템에 익숙해지면서 점유율이 다시 올라왔다. 거기에 익스피디아 발권까지 가져간다면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익스피디아-GDS의 콜라보

최근 익스피디아가 국내 최고의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토파스(아마데우스)와 항공 부문 시스템 제휴 협상을 마무리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BSP를 통한 본격적인 항공 발권에 착수하는 것이다.

GDS의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익스피디아와 토파스(아마데우스)의 제휴는 여전히 논의 중이지만 9월쯤 어떤 식으로든 제휴 모델이 발표될 것”이라고 전했다. 익스피디아는 주력 발권 GDS로 토파스(아마데우스)를 정하고, 사이드로 세이버(구 애바카스)와의 제휴를 통해 한국서 발권량이 상당한 아시아나계 노선까지 발권을 실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익스피디아가 토파스(아마데우스)를 선택한 것은 아마데우스 기반의 시스템이 유럽 정통 GDS에 기반을 둔만큼 글로벌 시스템에 적합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익스피디아의 제휴에 힘입어 토파스(아마데우스)는 최고의 우군을 확보하게 된다. 익스피디아가 본격적으로 활동하게 되면 GDS 시장의 점유율도 토파스(아마데우스)가 독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현재 업체마다 수치를 다르게 발표하고 있지만 토파스(아마데우스)가 45~50%, 세이버(구 애바카스)가 42~45%, 갈릴레오(월드스팬)이 13~15% 수준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아직 항공발권 이후 익스피디아의 발권 수준을 예측하기 어렵지만 실제로 토파스(아마데우스)를 통한 익스피디아 발권이 진행될 경우 토파스(아마데우스) 시장 점유율이 10%이상 수직 상승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토파스의 경우 2014년 9월 아마데우스 플랫폼으로 전격 전향하면서 단기간 점유율이 하락했으나, 이용자들이 시스템에 익숙해지면서 점유율이 다시 올라왔다. 거기에 익스피디아 발권까지 가져간다면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토파스는 모두투어와 노랑풍선, 애바카스는 하나투어와 타이드스퀘어, 롯데관광, 투어2000, 갈릴레오는 인터파크투어, 클럽로뎀(와이페이모어), 웹투어, 행복한여행 등을 주요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 FIT 상품 중심의 익스피디아가 항공부분에서 토파스(아마데우스)를 파트너로 낙점하면서, 인터파크투어 등을 고객사로 두어 개별 발권 부문에서 강점을 보이던 갈릴레오의 부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익스피디아의 본격 행보로 여행사들도 긴장을 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항공 제휴가 현실화되고 익스피디아와 GDS간 시스템 최적화가 이뤄진다면, 익스피디아 사이트에서 항공+호텔+렌터카가 실시간 조회 및 예약까지 되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개별 여행시장의 파란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익스피디아의 항공 부문 진출이 업계 어떤 파장을 낳을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진입 초기 여행사들의 FIT 부문 실적 충격은 기정사실이지만, 향후 FIT 시장 파이가 더 커질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여행사들이 그만한 상품, 가격 경쟁력을 가질때만 가능한 이야기다.

동굴 밖으로 나온 익스피디아

그동안 여행사들은 한국 진출 이후 익스피디아의 행보에 대한 관심도가 급격히 떨어졌다. 그 영향력에 대해서는 무시하는 수준까지 왔다. 다른 나라에서는 몰라도 한국에서는 일반 호텔 예약업체 수준의 포지셔닝 밖에 안 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익스피디아가 수년전 한국 시장에 발을 내딛을 때 여행업계는 크게 긴장했다. 세계 최대의 OTA(온라인여행사)가 한국 여행시장을 빠르게 점령할 것이라는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진출이후 뚜껑을 열어보니 ‘빛 좋은 개살구’라는 평이 많았다. 호텔 판매는 한글화되어 인기가 점증했지만 정작 여행 업체로서의 상품 경쟁력은 미미했기 때문이다. 이유는 항공이었다. 익스피디아는 그동안 에어아시아에게 좌석을 받는 수준에서 에어텔 상품을 꾸려왔다. 물량도 적을 뿐만 아니라 노선이 한정적 이여서 다양한 에어텔 상품을 구성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어 국내 LCC들과 제휴 모델을 구상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상품 구성에는 한계성을 보였다.

익스피디아는 아시아 본부는 싱가포르에 위치해 있고, 가끔 한국에 와서 신규 상품을 소개하는 수준에 그쳤다. 기자 간담회에서 항공 부문의 공격적인 개선 가능성에 대해 많은 질문 세례를 받았지만 그때마다 익스피디아는 ‘개선중’이라는 애매한 답변만 내놓았다. 실제로 여행업체로서 항공발권에 필수적인 BSP 신청조차 하지 않은 체 수년을 방치하면서, 여행업계에서는 익스피디아의 운영 능력에 대해 의문을 품었다. 익스피디아가 정통 OTA가 아닌 호텔 예약업체로 한국 시장에 전락했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익스피디아의 지지부진한 행보에 대해 의문이 많지만, 해외 OTA 관계자들은 한국 업체들이 자기 보고 싶은 것만 본다고 지적한다. 외국 업체들의 경우 한국처럼 발 빠른 진출보다 중장기적인 시장 파악 후 본격적인 시스템 구축에 나서는게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H 호텔 예약 전문 업체 관계자는 “이미 호텔 예약시장에서 익스피디아의 영향력은 독보적이다. 호텔 예약 부문에서의 가격 경쟁력과 물량은 국내 업체들이 상대할 수준이 안 된다. 최근에 B사가 여행 사업 부분을 매각한 것도 이와 다르지 않다. 하지만 국내 여행사들은 한국 시장에서 여행사업은 자기들이 최고라는 집단 최면에 걸려있다. 익스피디아가 발톱을 보이지 않고 오랫동안 한국 시장 조사와 간보기를 한다고는 생각 못한다. 익스피디아가 항공 발권까지 본격적으로 하게 된다면 그 파괴력은 상상 이상이 될 것이다. 지금 큰 변화의 한 가운데 있다는 것을 여행사들도 인지해야 한다”고 전했다.

결국 익스피디아는 수년간 한국 시장에 대한 조사와 전략에 대해 고민했고, 조만간 그 결과를 대단위로 보여주게 된다. 현재 일본 및 유럽 주요국, 북미, 남미 지역에서 익스피디아의 상품 경쟁력은 독보적 수준이다. 일본에서는 패키지 물량을 제외한 대부분의 FIT 물량을 익스피디가가 독식하고 있고, 유럽 시장에서도 전통 여행사들이 OTA 익스피디아의 공세로 힘겨워하는 상황이다.

현재 한국 여행시장에서 벌어지는 상황도 글로벌 여행산업의 큰 흐름과 다르지 않다. 대형여행사들의 수익성이 날로 훼손되고 있고, 글로벌 OTA들의 점령이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토종 FIT 여행사들의 몰락 가능성

익스피디아의 항공 발권으로 상품 다양성이 증가할 경우, FIT 시장의 추세적인 팽창으로 수혜를 받던 많은 여행사들이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FIT 중심의 개별 발권 비중이 높은 여행사들의 경우 그 충격파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패키지 상품 비율이 높은 종합여행사들의 경우도 일단 매출 보전은 하겠지만, FIT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터라 그만큼 실적 정체와 하락도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인터파크투어의 경우 익스피디아의 항공 부문 진출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익스피디아는 그동안 개별 발권 시장에서 독보적인 1위를 기록해왔다. 타 대형여행사들이 각자 시스템 물량으로 인터파크투어와 경쟁했지만 항공권 가격경쟁력과 물량면에서 인터파크투어를 능가하는 여행사는 없었다. 인터파크투어가 패키지 부분 상품 경쟁력 상승도 제고하고 있지만, 여전히 개별항공 발권 부문 매출이 대부분이라는 점은 무시하기 어렵다. 최근에는 항공권 경쟁력을 기반으로 호텔 사업 부분에서도 점유율 상위를 달성하는 등 FIT 기반의 상품 경쟁력도 강해지는 형국이었다.

하지만 익스피디아의 항공 진출이 가시화되면서 인터파크투어의 입지는 다소 희석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FIT 여행객들에게 항공권=인터파크투어, 호텔=익스피디아라는 일종의 공식이 있었다. 항공권 부문에서는 인터파크투어의 가격 경쟁력과 다양성을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수요가 대거 익스피디아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B2C 개별 발권 비중이 높은 인터파크투어 입장에서는 최대의 위기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는 것이다.

결국 개별 항공 발권=인터파크투어에서 개별 항공+호텔=익스피디아라는 인식 전환이 이뤄질 경우, 인터파크투어는 예상치 못한 실적 급락을 경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익스피디아의 에어텔 상품과 견줄만한 특단의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대형 종합여행사들오 FIT 상품 판매에 대한 의지가 크게 꺾일 수 있다. 그동안 FIT 수요 흡수를 위한 대규모 시스템 개발과 투자에도 별다른 재미를 못 본 종합여행사들이, 익스피디아의 압도적인 물량과 시스템 최적화로 인해 FIT 수요 유치가 더욱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익스피디아의 항공 부문 진출을 파악한 종합 여행사 중역은 “솔직히 알면서도 답이 없다. 대형여행사라는 자부심을 떠나서 수익 내기가 갈수록 버거워지고 있다. 익스피디아를 비롯한 해외 OTA들이 현재 상황에서 경쟁 구도를 강화한다면, 정말 FIT 모객 경쟁은 아예 포기하고 패키지 상품 판매에나 주력해야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양재필 기자 ryanfeel@ttl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