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티엘뉴스] 누구에게나 유토피아(Utopia)는 있다. 홍길동의 ‘율도국’처럼 사람들은 평화롭고 평등하고 살 맛 나는 세상에서 살고 싶어 한다. 스폰서 없고 돈 없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을 ‘정’이라 치부하며 빌어먹기에 급급한 슬픈 현실을 벗어나고 싶다. 성냥갑 같은 획일적인 공간에 수억 원을 들여 간신히 터전 하나 마련하니, 그새 십여 년이 훌쩍 지나버려 청춘 타령만 하는 허무한 세상이 싫다.
그런 면에서 발트 3국은 유토피아의 한 면을 보여준다.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휴양지 개념의 파라다이스가 아니다. 평화를 사랑하고, 서로를 존중하는 사람들의 터전이 발트 3국이다. 신이 선물한 아름답고 풍요로운 자연환경을 잘 보존하면서도, 그것을 해치지 않고 삶의 질을 높이는 기술적 진보를 이루고 있다.
글·사진 l 편성희 기자 psh4608@ttlnews.com
취재협조 l 발틱커넥팅, 주한라트비아대사관, 에스토니아관광부, 핀에어, 탈링크실자라인, 바이칼투어, 유럽으로
발트 3국의 허리 ‘라트비아’(Latvia)
저녁놀이 질 무렵 라트비아(Latvia) 땅을 밟았다. 노을에 더욱 붉게 타오르는 단풍과 주황색의 오래된 건물, 눈에 담는 족족 19세기 유화를 선물 받은 느낌이다. 도시는 온통 옛 건물이다. 건물 안은 라트비아인의 정겨움과 생활의 지혜가 눈길을 끈다. 발트 3국의 가운데에 있는 라트비아는 자연과 옛 유산, 사람에 반할 수밖에 없는 나라이다.
여유 있는 북유럽의 대도시
이른 아침부터 직장인과 학생이 긴 다리로 성큼성큼 바삐 걷는다. 북유럽 최대의 무역·상업·금융의 도시로 손꼽히는 곳이 리가다. 그래도 서울처럼 복잡하지는 않다. 자동차와 트램, 오토바이, 자전거가 뒤섞여 이동하지만 답답하지 않고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인다. 여행자의 설렘이 반영돼 생긴 착각은 아니었던 게, 사람들 표정이 밝다. 무엇을 물어봐도 쾌활하게 답해준다. 주변을 보니 벤치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는 사람도 있다. 유치원생들은 낙엽이 곳곳에 떨어져있는 잔디에서 선생님과 뛰놀고 있다.
국토의 40% 이상이 녹지인데, 산을 찾아보기 힘들다. 숲이 대부분이다. 리가 곳곳에 있는 크고 작은 공원은 대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상쾌한 공기와 여유로운 마음을 가질 수 있게 하는 삼림욕장 같다.
리가에서는 아르누보 양식(1890~1900년대 초)의 건물을 많이 볼 수 있다. 주로 시내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예술의 문외한이 보더라도 건물 하나하나가 문화유산이다. 구(舊)시가지에는 그 이전 시대의 건축양식과 문화가 보인다. 세계사에서나 볼 수 있었던 길드(Guild)가 여전히 활동하고 있고, 800여 년의 세월동안 더 견고해진 성베드로교회(사진 ▼)는 구시가지의 가치를 더욱 높이고 있다.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다.
신이 만든 유화 ‘가우야 국립공원’
라트비아에서도 경치가 압도적인 곳이 가우야 국립공원(Gauja National Park)이다. 시굴다를 비롯해 여러 개의 크고 작은 마을을 품고 있는 넓은 공원이다.
그곳에 있는 투라이다성(Turaida Castle)에 오르면 단풍진 숲 사이로 가우야강이 흘러가는 경관이 장관이다. 전설에는, 13세기 초 리보니아검의 형제기사단이 투라이다성을 쌓으면서 마을이 생겼다. 리브족의 족장이 아내가 부정하다고 오해해 가우야강 둑에 매장을 했다. 아내의 눈물이 강을 타고 흐르며 동굴과 기암절벽을 만들었다고 한다. 현재 투라이다성은 리브족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박물관으로 보존하고 있다.
가우야 국립공원에서는 카약, 트레킹, 하이킹, 삼림욕, 스키, 봅슬레이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 특히 동계스포츠 인프라를 잘 구축해 ‘라트비아의 겨울 수도’라고도 불린다.
라트비아= 편성희 기자 psh4608@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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