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 기행(4) 평화의 갈망, 지투나 모스크(Aghlabid Ez-Zitouna Mosque)
2016-09-19 23:11:34 | 권기정 기자

1-4 평화의 갈망, 지투나 모스크(Aghlabid Ez-Zitouna Mosque)

 

 

지투나 모스크는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의 성스러운 곳 중 하나로 손꼽히는 곳이다. 아랍 건축물에 대한 첫 인상은 모스크의 뾰족한 첨탑과 둥근 돔 지붕이 어울어진 직선과 곡선의 조화다. 유럽의 화려한 건축물과 달리, 외관은 소박하다 못해 투박한 느낌마저 들지만, 내부는 방과 방을 잇는 크고 작은 문들로, 마치 메디나의 골목을 헤매는 느낌을 들게 한다. 꽃과 숫자를 연상케 하는 화려한 장식과 아라베스크 문양, 그 자체만으로 장식이 되어 버리는 아랍문자까지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건축물들이 즐비하다. 723년에부터 130여년 동안 만들어진 이곳은 거의 1300여년이 다된 유서가 깊고 유명한 모스크이다. 색색의 타일로 장식된 이곳은 튀니스의 성스러운 지역이며 가장 크고 오래된 사원 중의 하나이다. ''지투나''라는 뜻은 올리브나무를 의미하며 ''올리브 나무의 모스크''로도 불린다. 7세기 아그흐라비드(Aghlabid, 723년) 시절에 새로운 수도 건설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오베이드 알라 이븐 알 합합(Obeid Allah Ibn-al-Habhab)이 건축하였다고 전해지는데 9세기 경 다시 재건되어 오늘날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이름도 지투나(Zitouna) 혹은 자이투나(Zaytouna) 모스크라 불리워지고 있다. 자이투나 라고하면 언뜻 생각나는 것이 있다. 바로 '이라크평화ㆍ재건사단으로 파견된 우리의 자이툰부대(Zaytun Division)이다. 평화를 상징하는 ‘올리브’ 라는 이름의 자이툰이 부대의 애칭으로 사용되었다. 예전에 이 모스크를 지었던 사람도 역사의 부침 속에 있었던 이 도시가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 평화를 뜻하는 올리브나무의 모스크라고 지은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지금은 그때의 사람들이 바라는 대로 평화로운 모습으로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고 있다.

 

 

튀니스의 수크 안에 있는 이 모스크에 대해 사람들은 좁고 낡은 시장 한가운데 이렇게 커다란 건물이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아그흐라비드 시절 지투나 모스크가 중심이 되어 세워졌고 그것을 중심으로 구시가지가 발전해서 지금의 모습으로 변화되어 온 것이라 추측할 수 있는데, 예로부터 모스크가 있는 지역은 가장 중요한 물이 있고 먹을 것이 있으며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했던 기능들이 있어 자연스럽게 모스크를 중심으로 시장이나 구시가지가 형성되었다고 한다.

 

지투나 모스크는 이슬람의 마드라사(교육기관)의 역할을 하였다. 초기 건립당시 도서관, 학생 기숙사를 갖추어 초기 대학의 구심점이 되었다. 지금도 이슬람지역의 모스크에 가보면 대부분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이슬람의 종교지도자인 ‘이맘’을 중심으로 아이들에게 꾸란을 가르치고 있다. 그러한 형태로 오늘날까지 존재하는 유명한 모스크로는 이집트 카이로의 알 아즈하르 (972년 건립), 모로코 페스의 알 카라윈 (862년 건립) 을 들 수 있다. 튀니지에 1950년 최초로 유럽식의 대학교가 도입되기 전까지는 이곳에서 많은 지식인들을 배출한 우리의 서당과 향교의 역할을 하였다. 현재 이곳은 예전의 영화를 뒤로 하고 아잔소리가 우렁차게 울리는 이슬람의 예배당으로 사용되고 있다. 역사를 잃지 않은 도시 튀니스 그리고 그 안의 지투나 모스크, 이들은 문명화된 현대사회에서 과거의 것을 잘 지킴으로 더욱 매력적인 모습을 지켜나가고 있다.

 

역사를 잃은 도시는 천박하다.

 

건축학자 손세관 교수는 ‘역사를 잃은 도시는 천박하다’고 그의 글에서 말했다. 이렇게 오래된 건물 하나에서 많은 역사적 사실과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묻어있다. 아라비안 나이트에서 처럼 끝없는 이야기와 설화들이 있는 오래된 도시 속에 있노라면 새삼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부럽게만 느껴진다. 오래된 시장과 같이 흥망성쇠를 같이한 지투나 모스크, 이곳은 지투나 모스크와 더불어 아름다운 풍경을 만드는 주변의 오래된 도시들이 매력적이다. 이미 앞선 글에서 언급한 것 같이 이슬람 특유의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타일로 장식된 주변의 건물들과 조화롭게 서있는 것을 보면서 참으로 아름답다는 생각을 해본다. 지투나 모스크는 수크의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다. 모스크 가까이 있는 수크 엘-아타린느(souk el-Attarine, 향수 장인들의 시장) 시장도 향기로운 기름과 향신료로 가득한데 13세기부터 시작된 곳으로 모스크와 그 역사를 같이 하면서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해왔다. 지투나 모스크는 이슬람신도가 아니어도 모스크의 마당까지는 들어갈 수 있으나 내부는 아쉽게도 들어갈 수 없다. 단지 건물 밖의 조그만 안내판 -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는 안내를 보면서 이 모스크의 역사를 짐작해본다. 지투나 모스크의 중앙 건물은 인근의 로마의 유적지에서 가져온 200개의 대리석 기둥을 이용해 건설하였다. 모스크의 미나렛(첨탑)은 전통적인 모스크 미나렛의 원형의 보존하고 있어서 그 가치가 매우 높은데, 이슬람 특유의 문양으로 화려하게 외부가 장식된 사각형 모양의 미나렛은 19세기에 증축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초기의 건축양식과 후반부의 건축양식이 공존하는 모양으로 이슬람을 상징하는 녹색 지붕에 금으로 장식한 3개의 원형구가 탑을 이루고 있고 그 아래 백색의 말굽모양의 아치로 장식된 창들이 눈에 띤다. 이것은 스페인의 안달루시아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데 이곳 지투나 모스크 뿐만 아니라 카이로완에 있는 그레이트 모스크에서도 똑같이 볼 수 있다.

 

지투나 모스크의 기도실은 튀니지 사람들이 유럽의 도시와 교역을 하였다는 증거로 베네치아산 유리로 만든 거대한 샹들리에가 걸려 있으며 지투나 모스크 건축당시 많은 건축자재들을 로마 카르타고의 유적에서 가져오기도 하였는데 여기에 사용된 200개의 대리석 기둥들은 로마의 분위기가 풍기는 기둥과 조각품들로 장식되어 있고 각기 다른 곳에서 가져와 상단의 모양이 다르다. 이슬람의 입장에서 보면 이교도의 건물의 재료를 이용하여 알라의 집을 꾸민 조금은 아이러니 하지만 덕분에 카르타고 유적지의 로마의 흔적들을 여기서 찾아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지투나 모스크를 가장 아름답게 볼 수 있는 곳이 현지에서 ‘테라스’ 라 말하면 다들 아는 팔레스 오리엔트(palais d’Orient)라는 가게이다. 이 가게 옥상에서 지투나 모스크의 미나렛(첨탑)과 메디나의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어, 위치가 좋아 많은 관광객들로 붐비는 곳이다. 이외에도 다른 가게에서도 옥상을 새롭게 꾸며서 관광객들이 올라간다. 여행객들은 가이드를 따라 오거나, 가게 앞의 호객꾼들이 부르는 소리에 이 가게에 와서는 테라스에서 메디나의 전경을 감상하고 나서 그 후에 수공예 카펫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 사지 않을 거라도 카펫에 대해 듣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가게 주인 입장에서는 전경관람을 위해 관광객이 오니 사람이 모여 일단 좋고, 물건 팔아서 좋고 물건을 팔지 않더라도 입소문 나서 좋은 것이다. 더욱이 가이드가 데려온 고객이 물건을 구입하면 일정부분 판매금액이 수수료로 가이드에게 지급되니 한마디로 ‘누이 좋고 매부 좋게’ 이들이 살아가는 방식인 것이다. 이와 비슷한 곳이 모로코 페스의 가죽염색공장인데, 염색작업장 테너리(Tannery)를 중심으로 있는 가죽신발과 가방 가게들이 손님을 유치하기 위해 민트잎을 주면서 관광객들에게 테너리를 구경시킨다. 여기서 가죽 신발도 사고 가방도 구입하는데 주인 역시 악다구니를 하지 않는다 물건을 사면 알라의 뜻에 따라 감사한 거고 안사도 그만인 것 같다.

 

지투나 모스크 남쪽에는 튀니스에서 최초로 오트만 제국 스타일로 지어진 모스크인 유세프 데이(Youssef Dey, 1616) 모스크가 있다. 근처 엘 베르카(el-Berka) 시장은 노예시장이 있었던 곳으로 주로 튀니스 인근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해적들이 노예들을 공급했다고 전해진다.

 

권기정 기자  john@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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