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는 신라의 유물로 박제된 죽은 도시가 아니었다. 어릴 적 수학여행으로 가는 불국사와 석굴암의 유적지가 아닌 자유롭고 활기찬 도시가 옛 것과 적절하게 어우러진 곳이다. 특히 젊은 층과 중장년층이 어우러진 관광과 문화의 공간으로 탈바꿈했다는 느낌이 강했다. 문경새재는 고즈넉한 가을의 분위기와 함께 좋았고 양양 석계종부와의 음식디미방 체험은 문화와 전통을 새로운 이해라는 점에서 좋았다.
권기정 기자 john@ttlnews.com
[전통문화 체험관광]
첨성대와 대릉원
경주 대릉원 인근으로 갔다. 첨성대와 대릉원을 중심으로 한 신라문화유적지와 인근 카페, 음식점과의 경계는 이질적으로 느껴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자연스럽게 어울어졌다. 경직된 문화가 아닌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해설사의 설명으로 그동안 잘 알지 못했고 오해했던 과거의 문화에 대해 이해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경주라는 도시가 주는 ‘오래되었다’는 이미지는 오해였다는 생각이 든다. 첨성대를 배경으로 피사의 사탑에서 즐겨찍는 포즈의 사진촬영과 인근 카페에서 즐기는 경주빵과 커피라는 이질적인 조합은 여행의 기억을 풍성하게 해준다.
[생태테마관광]
문경새재 생태박물관
문경이라는 지역이 다양한 생태자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랬다. 그린도시를 표방하는 문경은 2017 생태테마관광육성사업지로 선정되어 ‘길 위의 역사, 고개 생태문화와 함께하는 옛길 사업’을 진행한다. 인근의 주흘산과 황장산, 희양산 등의 산과 이곳에 깃들어 사는 멸종 위기의 생물들을 비롯해 생물 다양성이 존재하는 곳이다.
문경새재 생태공원
문경새재를 방문했을 때 가볍게 둘러볼 수 있는 작은 공원이다. 특히 공원 안으로 데크가 잘 조성되어 있어 사진 찍기에도 좋은 곳이다. 가을의 끝 무렵이라 억새가 많이 있어 멋진 풍경을 만들어주었다. 가을이외에도 봄과 여름에도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줄 수 있는 곳이다.
[지역 명사와의 만남]
석계종부 조귀분 명사
여행에서 그 결과물로 무엇인가 손에 쥐면 좋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 곳이었다. 바로 음식디미방 체험. 17세기에 저술된 146가지의 음식의 조리법이 기술되어 있는 최초의 한글요리책이다. 17세기의 음식이라는 점이 매우 신기했고 그것을 다시 재현해 만들어 보는 체험이 흥미를 이끈다. 석이편이라는 떡을 만들어보았는데 석이버섯과 쌀가루, 잣으로 만드는 간단하지만 맛있는 떡이었다. 17세기 당시는 설탕이라는 것이 없었던 시절로 지금처럼 떡에 단맛이 없는 담백하고 잣의 고소한 맛이 강하게 나는 떡이다. 갓 쪄낸 뜨끈한 떡을 통해 박제된 전통이 아닌 살아있는 전통을 즐기며 만드는 즐거움까지 나눌 수 있는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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