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티엘뉴스] 최근 한 주한관광청과 국내 대형항공사가 공동으로 국내 주요 여행사 대표와 임원을 초청해 장장 일주일짜리 VIP팸투어를 진행했다며 보도자료를 냈다. 플래카드를 앞에 두고 10여명이 같이 찍은 사진 한 장이 담긴 이 보도자료를 보며 참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관광청과 항공사들이 아직도 대형여행사에 목매고 있구나 하는 점이다. 대형여행사들은 항공 좌석을 대량으로 사가고, 여행객도 많이 보내주니 항공사와 관광청이 줄을 서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결국 “사장들 초청해서 많이 팔아 주십쇼”라는 말을 에둘러서 VIP팸투어라고 말하고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소위 여행업계에 여전히 ‘접대여행’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하나, 괴리감이 느껴진 사진 속 풍경은 대형여행사 사이에 낀 낯선 얼굴이었다. 한명의 국내 토종 OTA(온라인여행사) 대표가 그 주인공. 10여년전 국내 토종 온라인 여행사를 표방하며, 혁신적인 젊은 사업가로 호불호도 갈리고 이름도 날렸던 모 대표는 나이 지긋한 토종 패키지여행사 대표와 임원들과 함께 있었다.
이 여행사는 새로운 현지 여행 플랫폼을 표방하며 야심차게 사업을 추진해 나가면서 100억원 넘는 투자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사진에서 그를 발견했을 때, 결국 차별화가 희석되고 대형패키지 여행사들과 비슷한 궤도를 걷고 있다는 세간의 혹평이 더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새로운 단품 상품과 플랫폼 OTA를 표방하지만 결국 여행업의 끝은 이것저것 다 해주는 종합여행사가 한계인가 하는 자조적인 생각이 들었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젊은 OTA가 10년도 안 돼 역량을 인정받아 여행업계의 보수성을 극복하고, 토종 여행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의미도 있어 보였다.
외부에서 보는 여행업은 참 아름답고 유망한 산업이다. 하지만 속은 언제나 진흙탕이다. 게다가 현재 여행업계는 과거와는 급이 다른 대내외 악재로 서 있기 조차 힘든 풍랑을 맞고 있다. 늘 있어왔던 풍경이라 또 괜찮아질 것이라 자위하지만, 이상하게도 이번엔 진자 심각해 보인다.
급이 다른 악재를 만나면 견디거나 변화하거나 튀거나 셋 중에 하나밖에 없다. 그동안 대형 토종 여행사들은 잘 견뎌왔지만 최근에 빠르게 무너지기 시작했고, 일부는 OTA를 표방하며 변화를 도전했지만 결국 패키지 여행사와 크게 다른 길로 가지 못하고 있다.
여행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요즘 다 피부로 느끼고 있다. 이번에는 진정으로 큰 허리케인급 변화의 폭풍이 다가오고 있는 것을.
그럼 선택지는 하나만 남았다.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되면 어설프게 변화를 시도하거나 어중간하게 버티지 말고 영리하게 튀어야 한다.
*팸투어= Familiarization Tour(사전답사여행)를 줄인 말로 주로 여행업계에서 쓰는 말이다. 보통 신규 여행상품을 개발하거나 출시를 앞두고 미리 여행지를 보고 인프라를 살펴보는 여행을 말한다.
양재필 여행산업전문기자 ryanfeel@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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