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티엘뉴스▶트래블인사이트]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요즘 여행·항공업 종사자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언제 여행경기가 좋았던 적이 있었나?”라며 반문하는 분도 있다. 그런데 정작 해외 출국자 수는 매년 늘어난다. 항공사가 신규 지역에 취항하고 외국 항공사도 한국에 진출하는 등 신규 노선이 개설 되는 소식을 들으면 수요가 있다는 거다. 동계 여행·항공시장 현황을 통해 여행산업 침체의 내외요인을 분석하고, 내년 시장을 전망해본다.
항공업계, 구조조정·비용절감
대한항공(KE), 아시아나항공(OZ) 및 국적 LCC 등 국적사 대부분이 수백억 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오너가 구조조정과 비용절감을 공개적으로 이야기 하고 있다.
M&A를 한 그룹사는 기내식만 빼고 다 바꾸겠다는 선언을 했다. LCC사들은 일본과의 경제 보복문제로 주력 수익 노선인 일본 노선을 대거 감편, 운휴 등을 하면서 힘든 보릿고개를 넘기고 있다. 그 와중에 한 LCC사는 매물로 나왔다가 결렬되었다는 소식도 들린다.
최근 모 외항사 GSA는 마케팅 담당 인력을 권고사직 조치했다. 모 외항사 역시 구조조정을 했다. 인력이 나가도 새로 충원을 하지 않고 있다.
일부 여행사는 무급휴가 등 인건비를 감축하는 구조조정에 들어갔고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여행사 역시 허리띠를 바짝 졸라맨 모습이다.
여행업계, 패키지 모객 저하 심각
이번 동계시즌 패키지업체의 모객이 어렵다는 것은 많이 알려져 있다. 1군 여행사 중에는 유럽 뿐 만 아니라 동남아, 중남미 등에도 인솔자를 보내는데 지역에 상관없이 25일 단위로 출장을 배정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2군 여행사의 유럽패키지 상품의 경우 인솔자의 출장배정 간격을 보면 어려움을 짐작할 수 있다. 동계시즌에는 보통 3주에서 4주 간격으로 인솔출장 배정하는 것이 기본이며 모 여행사는 출장 간격이 무려 6주 간격이라고 알려졌다. 그만큼 패키지 모객이 안 된다는 것이다.
대개 동계시즌에는 해외패키지 수요가 적어지면서 인솔자들이 일이 없어 자체휴가를 가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올해의 경우는 더욱 상황이 악화되었다고 이구동성이다. 기존 정규직 인솔자를 운영하고 있는 대형여행사의 경우 2020년 1월부터 정규직에서 계약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소문이다. 여행사의 수익 때문에 여행 서비스의 질을 무시하고 일당제 인솔자를 사용하는 저가 패키지 상품에 인솔자를 파견하는 업체마저도 이번 겨울에는 일이 없다고 하소연이다. 그나마 모객된 상품도 현지 여행사와 가이드의 수익이 되는 선택관광을 거부하는 경우가 점점 늘면서 고객과 가이드의 속 깊은 갈등은 깊어만 간다. 결국 수익률 저하로 이어지며 시름만 깊어간다.
동계 전세기도 실패 느낌?
올해 전세기 운영 성적은 그리 좋지 않았는데, 여행 성수기인 1~2월 동계 전세기 예약 현황도 예년과 달리 낙관적이지 않다는 반응이다. 국내 주요 종합·패키지여행사가 판매하고 있는 겨울 전세기를 보면 전반적으로 고객 모집(이하 모객) 상황이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전세크루즈 모객 현황도 그리 성적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오클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카이로, 그리스, 씨엠립 등의 전세기와 아시아나의 리스본, 카이로, 멜버른, 다카 전세기 등이 있다. 대한항공의 오클랜드 전세기는 11월22일 기준으로 절반 정도 모객률을 보이고 있지만, 예년에 비해 저조한 상황이다. 특히 에어뉴질랜드(NZ)의 신규취항으로 전세기 모객에 난항이 생길 우려도 생겼다. 아무리 국적기라 해도 비슷한 일정에서 50만 원 정도 비싸면 고객은 외항사를 택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라는 게 관련 상품 담당자들의 설명이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에는 포르투갈 리스본 전세기가 그나마 선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포르투갈로 처음 직항 운항하는 편의성도 경쟁력이고, jtbc <비긴어게인> 등이 여행객의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스페인에 집중했던 여행 패턴이 포르투갈로 비중을 높이는 추세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반응도 있다. 해당 상품 담당자들은 문의율이 꾸준해서 좋은 성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지방 전세기 ‘풍요 속 빈곤’
한편 지방 출발 전세기 현황은 ‘풍요 속 빈곤’이란 말을 실감한다. 김해-치앙마이(제주항공·7C), 무안-치앙마이(태국), 무안-씨엡립(캄보디아), 무안-비엔티안(라오스) 전세기 등을 운항한다.
청주 지역도 다양한 전세기를 운항한다. 베트남 퀴논(뱀부항공 QH) 나트랑 (베트남항공 VN), 중국 하이난 전세기. 괌 전세기(제주항공 7C), 필리핀 클락 (팬퍼시픽 8Y) 중국 장자제(사천항공 3U), 베트남 하노이(제주항공 7C), 태국 치앙마이 (타이비엣젯항공 VZ) 씨엠립(스카이앙코르항공 ZA) 등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해를 거듭할수록 전세기 수익성이 좋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내년에는 특히 옥석을 가려서 전세기 사업을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미 주변 환경이 바뀌었고 모객을 위해 가격을 내리면서 전세기의 경쟁력은 점점 낮아지고 있는 게 위험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지방 출발편은 모객 미달로 취소하는 경우도 예년보다 늘어나는 것도 이를 방증한다는 설명이다. 항공사 측에서는 모객 부담감이 큰 하드블럭 대신 소프트블럭으로 운영을 해 여행사에 판매를 독려하고 있지만 체감효과는 크지 않고, 내년에도 상황은 좋아지지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면세점도 여행상품 판매해
‘여행은 유통’이라는 말은 여행사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여행에 필요한 항공과 호텔은 온라인에서 쉽게 예약할 수 있다. 여기에 ‘여행’과 땔 수 없는 소비자를 정확하게 타깃(Target)하는 면세점이 항공, 숙박, 여행 등 서비스를 주도적으로 제공하는 플랫폼 사업자로 변신하게 되는 점이 기존 여행사를 위협하는 큰 요인으로 나타났다.
11월 12일 롯데면세점은 인터넷면세점을 통해 통합 여행 서비스 '트립플러스(TripPlus)'를 도입했다. '트립플러스'는 호텔과 항공, 여행자보험 등 해외여행을 떠날 때 필요한 서비스를 면세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한 번에 이용할 수 있도록 통합한 시스템이다. 시스템 운영을 위해 롯데면세점은 호텔 OTA '아고다'와 액티비티 플랫폼 '클룩'과 제휴했다.
신라면세점 역시 여행상품 플랫폼인 ‘신라트립’을 12월에 론칭한다. 여행사와 랜드사 등이 입점해 직접 운영, 판매할 수 있는 오픈마켓 형태이다. 특징으로는 인플루언서들이 제작한 여행정보영상이 여행정보에 강점을 가질 것이라고 알려져있다. 이미 입점 랜드사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급격하게 여행사와 면세점 간의 입장이 바뀌었다. 기존에는 온라인에서 여행사가 면세점 배너와 코드를 이용해 면세점을 홍보하고 약간의 수수료를 받는데 그쳤다면, 이제는 면세점이 여행사의 역할을 대신하는 플랫폼 사업자로 성장했다. 예를 들어, 여행을 갈 소비자가 면세점 사이트에서 항공과 호텔, 액티비티 예약 후에 면세쇼핑을 할 수 있다.
면세점의 여행 플랫폼은 자유여행 고객이 주로 이용할 전망이지만, 시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여행사는 이제 거대 유통의 일개 영역으로 흡수될 모습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유통플랫폼보다 면세점이 위협적인 이유를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여행사 기만하는 중소여행사 활성화 광고
올해는 여행사의 이미지가 하락한 내외적인 사건·사고도 수차례 발생했다. SBS, jtbc 등 지상파, 종편 언론에서 종합여행사-현지 여행사(랜드사)의 거래 관계 및 갑을관계 기획취재, 헝가리 여행객 사고 등이 여행사의 이미지 및 신뢰도를 하락시켰다는 분석이다.
최근에는 페이스북에서 여행사 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무료여행 광고’가 등장해 자칫 대형 사고를 유발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페이스북에서 중소여행사 활성화 캠페인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설문에 응답을 하면 선착순 200명에게 VIP 여행권(480만 원 상당)을 준다는 것이다. 실체를 알 수 없는 ‘한국관광동호회’란 유령단체와 ‘*금융서비스’ 라는 이름이 나오긴 하지만 정확한 실체를 알 수 있는 것은 ‘*금융서비스’ 가 전부다. 여러 개의 계정으로 광고를 하고 있어서 눈여겨보지 않으면, 현혹될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비판했다.
본지에서도 무료여행 이벤트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해당 이벤트를 신청해 전화번호를 남겼다. 며칠 후에 ‘*금융서비스’에서 전화가 왔고 ‘**코리아’라는 곳에서 VIP센터 팀장 직함을 가진 사람이 기자를 만났다(취재 목적상 기자임을 밝히지 않았다). 그는 기존 보험상품을 상담해주고 자신들이 권하는 상품으로 갈아타게 하는 데에만 한 시간 가량이나 기자를 설득했다.
상담만 하면 여행권을 사은품으로 증정한다는 말도 ‘거짓’으로 확인했다. 보험상담 후 신규 가입을 해야 무료여행권을 준다는 것이다. 여기에 20만 원이 넘는 제세공과금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결국 기자의 신상과 보험내역만 ‘털리고’ 가입을 하지 않아서 광고 내용과 달리 무료 여행 혜택은 받지 못했다.
기자는 이벤트를 대행하는 업체와 연락을 시도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금융서비스’의 마케팅 담당은 기자 신분을 밝힌 다음부터는 계속 출장 중이라며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 요즘 유행하는 보험 세일즈 회사의 DB 마케팅이다. 마케팅이라기보다는 허위 광고를 통해 DB를 수집하는 사기성 행각이 짙다고 업계 전문가 및 소비자는 입을 모았다. 그들의 목적은 소비자와 직접 대면해서 보험을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소비자를 끌어오기 위해 마치 480만원 상당의 무료 여행권을 준다고 소비자를 기만하는 것이다.
또 여기에 1인 당 내야한다는 20만 원이 넘는 제세공과금의 실체에 대해 업계에 물어봤다. “제세공과금으로 이름 붙은 개인부담금과 현지 옵션 등을 포함하면 결국 제 돈내고 저가 패키지를 가는 것”이라고 말해준다. 또 자신의 정보를 제공한 사람 중 60세가 넘는 사람들은 이벤트 해당이 안 된다고 한다. 노년 고객은 보험DB로서 가치가 없다는 뜻이다.
무료 여행을 미끼로 소비자를 기만하는 여행 이벤트가 곳곳에서 발견되며 건전한 여행업을 힘들게 하고 있다. 상담만 하면 무료로 간다는 여행을 돈 내고 갈 이유가 없지 않은가?
여행 소비 심리 분석 및 전망
‘해외여행비를 늘리겠다’는 의견이 3년 만에 최저치로 나타났다. 그 이유로는 경기침체와 No재팬 영향으로 하반기 감소폭이 커졌다. 또한 국내여행도 경기침체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여행비 지출의향 하락 추세 지속
여행비 지출의향은 두 차례의 장기휴일(5월 징검다리 연휴, 10월 추석연휴)이 있던 2017년 급상승했다. 해외 43.2%, 국내 38.5%로 2016년 대비 각각 4.9%포인트(p), 2.8%p 늘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 다음해인 2018년에 해외는 42.3%(-0.9%p)로 전년수준을 유지한 반면, 국내는 36.0%(-2.5%p)로 하락해 2016년 수준으로 회귀했다. 아직 2019년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1월~10월까지의 조사결과를 보면 올해 해외여행비 지출의향은 39.2%로 전년대비 3.2%p 떨어졌다. 하락폭이 지난해(0.8%p)의 4배 수준이다. 한편, 국내여행비 지출의향은 34.5%로 1.5%p 감소해 작년 2.5%p에 이어 2년 연속 하락하고 있다.
'No 재팬'이 찬물 뿌린 심리 회복 안 돼
2019년 결과를 월별로 들여다보면 ‘No 재팬’ 이후 여행심리에 나타난 변화를 확연히 읽을 수 있다. 1~6월 해외여행 지출의향은 40% 내외(39.8~40.9%)에서 큰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7월 인기 해외 여행지인 일본에 대한 여행심리가 급속도로 냉각되며 해외여행 지출의향이 전월대비 3.2%p 하락한 37.5%를 기록했다. 이는 2016년 5월(33.3%) 이후 37개월 만에 최저치이며, 3개월이 지난 10월까지 별다른 반전 조짐이 없다.
반면, 국내여행 지출의향은 2019년 10개월간 큰 하락 없이 보합세를 유지했다. No재팬 운동이 여행시장 전반에 끼치는 영향은 예상보다 컸다. 여행수요가 동남아 등 일본 외 지역으로 상당 수 대체되기는 하였지만 3%p 이상 하락한 상태는 계속되고 있다.
▲ 자료 컨슈머인사이트
EDIT 권기정 기자 john@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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