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조차 찾아가기 어려운 산간벽지였지만 최근 들어 신칸센이 개통돼 여행객 수가 많이 늘어난 곳이 있다. 특히 15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지난해 일본 전체 흥행 수익 1위에 오른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의 주요 배경지로 알려지며 일본의 주요 인기 관광지로 급부상한 기후 현을 찾았다.
글·사진= 김정민 에디터 jm7474@ttlnews.com
나고야 국제공항에서 차를 타고 북쪽으로 2시간 남짓을 달리자 기후현의 북부 히다 지방에 접어든다. 기후현은 일본의 몇 안 되는 내륙 현으로 북동부에는 약 3000m의 히다 산맥으로 둘러싸여 외부로부터의 침입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덕분에 기후현은 다소 폐쇄적이고 독자적인 문화를 누렸고, 지금까지도 그 문화와 더불어 울창한 자연을 잘 보존하고 있다.
에도시대의 정취에 젖다
다카야마 후루이 마치나미
다카야마는 작은 교토라고도 불리는데, 400년 전 만들어진 격자형 시가지가 잘 보존돼 있다. 번성했던 에도시대에 지은 거리의 수많은 건물과 주택이 그대로 있어, 기후현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여행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다카야마의 옛 거리를 거닐다 보면 골목 모퉁이에서 사무라이나 기모노 복장을 한 옛사람이 튀어나오더라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것만 같다. 일본 특유의 고즈넉한 분위기에 흠뻑 젖어 전통거리를 걷다 보면 과거로 시간여행을 하는듯한 기분이다.
거리에는 현지인들에게도 사랑받는 카페와 잡화점, 맛집이 즐비하다. 얼마 전 방영된 JTBC <최고의 사랑>에서 윤정수와 김숙이 다카야마에서 낮술을 즐겼던 양조장도 바로 이 거리에 있다. 200엔을 내고 작은 사케 잔을 구입하면 전시된 사케를 종류별로 한 잔씩 시음해 볼 수 있다고 하니 애주가라면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예쁜 마을
히다 후루카와
히다 후루카와에는 폭이 개울 정도 되는 수로가 마을 한복판을 관통하고 그 수로 안에는 어른 팔뚝만 한 크기의 총천연색 잉어들이 살고 있다. 에도시대 양식의 건물들이 아련한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거리 분위기와 수로를 춤추는 듯 헤엄치는 비단잉어의 모습은 여행객의 마음을 훔치기에 충분하다.
원래 농지 개발을 위해 만들어진 수로는,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수질이 많이 더러워졌다고 한다. 1968년부터 마을 주민들의 노력으로 수질을 개선했고, 개선된 후에는 깨끗하게 보호하고자 수로에 잉어를 키우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잉어가 1000여 마리에 달한다고 한다.
일본 3대 온천
게로 온천
게로 온천은 일본의 무수한 온천들 가운데 ‘일본 3대 명탕’으로 꼽히는 온천중의 온천이다. 에도시대 때에 유학자로 명성을 떨친 하야시 라잔이 게로 온천을 “군마현의 구사츠, 효고현의 아리마와 더불어 일본의 3대 온천이다”라고 극찬하면서부터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 게로의 온천수는 류머티즘과 운동기능 장애 치료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한 번만 온천욕을 해봐도 온몸의 피부가 매끄러워지는 것을 바로 느낄 수 있다.
게로 시에선 개구리의 울음소리인 “개골개골”의 일본식 표기인 ‘게로게로’와 발음이 비슷한 탓에 도시 곳곳에 개구리 상징물을 자주 볼 수 있다. 한적한 온천가를 산책하면서 다양한 개구리 상징물을 찾아보는 것도 개구리 마을을 여행하는 색다른 재미다.
게로 시는 한국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SBS 드라마 <나쁜 남자>의 촬영지로도 이름이 알려졌다. 드라마를 촬영했던 장소에는 ‘나쁜 남자의 촬영지였다’는 안내판이 있어서 한국인 관광객의 포토 존으로 인기가 높다.
온천가는 작은 시내지만 유카타를 입고 아기자기한 골목과 기념품 가게를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족욕탕에 발을 담근 채, 이곳의 별미인 온천물로 데워진 따끈한 푸딩을 떠먹다 보면 세상 근심이 사라지는 듯한 기분이다.
기후 현 전통마을
게로 합장촌
일본은 홋카이도 등의 북부 지역뿐만 아니라 산간 지역인 중부에도 겨울이 길고 눈이 많이 오는 편이다. 합장촌은 눈이 많이 오는 기후 현 일대의 산간 마을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모양의 가옥들로 이뤄진 마을이다. 겨울철에 눈이 쌓여서 지붕이 붕괴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지붕을 뾰족하게 만들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두 손바닥을 모으고 합장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합장촌으로 불리게 되었다.
게로의 합장촌은 오래전에 만들어진 마을은 아니다. 기후 현 최대의 합장촌으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시라카와고’(白川鄕)가 있는 시라카와무라(白川村)의 일부 지역이 댐 건설로 수몰되게 되자, 그 건축물들을 해체해서 이곳으로 이전한 것이다. 시라카와고의 합장촌까지 가기 어려운 경우 게로의 합장촌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
히다규를 맛보다
다카야마 SAKANA
때 묻지 않은 자연 덕에 기후 현에는 예부터 최고급 먹거리와 특산품이 가득하다. 특히 히다, 다카야마 지역에서는 고베규, 마츠자카규와 함께 일본 3대 소고기로 불리는 ‘히다규’가 유명하다.
히다규 요리를 만드는 식당 중에서도 Hida Takayama Sakana는 히다규와 가이세키 요리를 다루는 식당인데, 최고의 히다규 레스토랑으로 정평이 나있다. 일본 소고기 최고 등급인 A5급 히다규를 식당 주인이 직접 구워서 대접하는데, 고기가 입에서 살살 녹는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구나 싶은 정도의 히다규를 맛볼 수 있다. 식당 주인이 사케 소믈리에 자격증이 있을 만큼 일본 술에 대해 아는 것이 많으므로 주인이 추천하는 사케를 한잔 곁들이는 것도 좋다.
Hida Takayama Sakana
주소_ 1126-1 Echigomachi, Takayama 506-0033, Gifu Prefecture
전화_ +81 577-36-1288
영업시간_ 12:00-15:00, 17:30-22:00
홈페이지_ www.takayama-sakana.com
에디터의 추천 여행
01. 5060세대를 위한 추천
◼︎ 고원에서 즐기는 환상의 라운딩 ‘데일리 구조 CC’
데일리 구조 CC는 하쿠산(백산) 연봉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히루가노 고원의 해발 1100m에 위치한 아름다운 클럽이다. 여름철은 폭염과 따가운 햇볕 때문에 골퍼들에게는 무척이나 가혹한 계절인데, 데일리 구조 CC는 여름에 홋카이도보다도 시원해서 한여름의 라운딩을 위한 천혜의 골프장이다.
데일리 구조 CC는 총 9680야드의 27홀을 갖추고 있고, 스즈키 겐지로가 설계한 코스는 고원의 자연지형을 탁월하게 활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자작나무와 삼나무 등 울창한 수목에 둘러싸인 골프장은 각 코스가 나무들로 구분돼 하쿠산 연봉의 풍경과 조화를 이룬다. 편안함과 자연미를 만끽할 수 있는 웅대한 코스의 골프장이다.
서로 다른 매력의 레이크, 리버, 마운틴 3개의 코스로 이루어져 있는데, 레이크 코스는 비교적 평탄해서 여성에게 인기가 있고 마운틴코스는 데일리 구조 CC의 챔피언코스로 상급자들이 선호한다.
◼︎ 온천욕과 함께 즐기는 골프 ‘게로 컨트리클럽’
게로 시내에서 남동쪽으로 약 10km 정도 떨어진 게로 컨트리클럽은 높은 지대에 잘 어울리는 통나무집 분위기의 클럽하우스이다.
산악 타입의 오르락내리락하는 식으로 코스가 만들어져 있어서 단조로운 코스에 비해 더욱 재미있게 라운딩을 즐길 수 있다. 전용 카트를 타고 쾌적하게 18홀을 돌고 나서 숙소로 돌아가 온천을 즐기면, 세상에 이런 호사가 없구나 싶은 기분이다.
◼︎ 게로 온천 ‘수명관’
온천으로 유명한 도시인만큼 많은 온천 료칸이 있지만, 그 가운데 수명관(스이메이칸, 水明館)은 1만여 평의 부지에 4개의 건물을 보유한 게로 온천 내 최대 규모와 역사를 자랑하는 특급 료칸 호텔이다.
246개의 객실과 다실, 공연장, 일본식 정원 등을 갖추고 있으며, 밤하늘을 보면서 온천을 즐길 수 있는 노천온천과 실내 대욕장 등이 있어 다양한 천연 온천욕을 체험할 수 있다.
02. 2030 세대를 위한 추천
◼︎ 이타도리 카약
기후 현의 세키 시와 미노 시를 흐르는 이타도리 강은 기소 3대강 중 하나인 기소 강의 지류로, 깨끗한 강물과 청정한 자연이 눈길을 사로잡는 곳이다.
이곳은 깨끗한 수질과 더불어 큰 바위들이 만들어내는 급류가 일품이기 때문에 카누나 카약을 즐기기에 최적의 장소로 유명하다. 카약을 처음 타보는 사람도 쉽게 배울 수 있도록 레슨을 받을 수 있으므로 누구나 이타도리 강에서 카약을 즐길 수 있다.
◼︎ 레일 마운틴 바이크
레일 마운틴 바이크는 폐지된 기후 현 구카미오카 철도를 재활용하여 마운틴 바이크를 결합한 신감각의 스포츠 액티비티이다. 나란히 고정된 자전거 2대를 탑승자가 페달을 밟아 2.9km의 철로 위를 달린다. 전동 어시스트가 주행을 돕기 때문에 남녀노소 누구나 가볍게 즐길 수 있다. 뒷좌석이 붙어있는 형태도 준비되어 있기 때문에 커플은 물론, 온 가족이 함께 즐기기에도 아주 좋다. 레일의 연결 부위에서 전달되는 기분 좋은 진동을 느끼며 산속의 멋진 자연경관을 즐길 수 있다.
◼︎ 코사카 폭포 트레킹
게로 온천에서 자동차로 30분 거리에 위치한 코사카 폭포는 5만 4000여 년 전, 화산 활동이 만들어낸 웅장한 산 속에 자리하고 있다. 물의 숲으로도 불리는 코사카 일대에는 200여 개의 아름다운 폭포가 있다. 환상적인 숲길을 따라 트레킹을 즐기며 다양한 폭포를 감상할 수 있다. 트레킹 코스는 짧게는 약 1시간 반부터 길게는 4시간 이상까지 다양하고, 짧은 코스의 경우는 가벼운 운동화만 있으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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