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티엘뉴스] 후쿠시마현 반다이아즈마 고원의 깊은 산속에는 신비로운 전설이 깃든 호수가 있다. 바로 고시키누마(五色沼) 군락 중에서도 ‘마녀의 눈(魔女の瞳)’이라 불리는 히라누마(瞳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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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 분화로 형성된 이곳은 눈부신 코발트 블루빛을 띠며 방문객들에게 마치 마법 같은 풍경을 선물한다. 이름처럼 마녀가 지켜보는 눈동자 같은 모습은 자연의 신비로움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하이킹 코스를 따라 숲길을 걷다 보면 나무들 사이로 푸른 빛이 언뜻언뜻 보이기 시작한다. 조금 더 걸음을 옮기자 갑자기 눈앞에 드넓은 호수가 펼쳐졌다. 첫눈에 호수를 마주했을 때, 숨이 멎을 만큼 아름다운 푸른빛이 눈앞을 가득 채웠다.
맑은 날에는 하늘과 맞닿은 듯한 에메랄드빛 물빛이 신비하게 빛났고, 구름이 드리워진 날에도 물속 깊이 반사된 풍경은 마치 마녀가 비밀스럽게 속삭이는 듯한 오묘한 느낌을 주었다. 이곳을 ‘마녀의 눈’이라 부르는 이유를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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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의 눈’이라는 이름은 오래전부터 이 호수를 둘러싼 전설에서 비롯되었다. 마을 사람들은 이 호수를 신성하게 여겼고, 마치 마녀가 무언가를 지켜보는 듯한 고요한 호수의 모습에서 신비한 기운을 느꼈다고 전해진다. 에메랄드빛 눈동자처럼 맑고 투명하지만 그 안에 깊이를 알 수 없는 어둠이 숨어 있는 듯한 모습은 실제로도 신비로웠다.
히라누마로 향하는 길은 울창한 숲길로 이어져 있다. 걷는 내내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와 새들의 지저귐이 귓가를 스쳤다. 때로는 흐르는 개울을 건너기도 하고, 작은 야생화를 발견하며 소소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숲길 중간중간 마련된 쉼터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물과 간식을 먹었다.
히라누마가 있는 고시키누마는 계절에 따라 전혀 다른 풍경을 선물한다. 봄에는 녹음이 우거지고, 여름에는 신록과 맑은 물빛이 돋보인다. 가을에는 붉고 노랗게 물든 단풍이 물 위에 비치며 황홀함을 더한다. 특히 겨울에는 호수 주변이 눈으로 덮여 마치 동화 속 한 장면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호수 가장자리에는 작은 벤치가 마련되어 있어 잠시 앉아 풍경을 바라보았다. 물결 하나 없는 잔잔한 수면은 마치 거울처럼 주위 풍경을 비추며 고요함을 전해 주었다. 바쁜 일상 속 소음이 완전히 사라지고 자연의 숨소리만이 들려왔다.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마음 속 깊은 곳까지 맑아지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 주요 정보
추천 방문 시기: 5월~10월(특히 가을 단풍 시즌은 절경)
필수 준비물: 걷기 편한 등산화, 물과 간단한 간식, 방풍 재킷
이동 방법:
JR 후쿠시마역에서 렌터카를 이용하거나 반다이아즈마 하이킹 버스를 이용해 접근 가능
조도다이라(浄土平)에서 시작해 트레킹 코스를 따라 히라누마까지 도보로 이동
소요 시간: 왕복 약 2-3시간(코스 난이도: 초중급)
이정임 작가(도호쿠 랜드 코디네이터)
정리= 김종윤 기자 yoons35@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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