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델베르크 다리
유럽여행 중 “가장 좋았던 곳이 어디였냐?”는 질문을 받으면 언제나 독일이었다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은 독일이 지루한 곳이라 느끼지만 그렇지 않다. 문학과 영화 등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들 때문에 그런 편견이 생긴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독일은 볼거리가 많은 곳으로 여행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아름다운 자연은 물론 독일인의 문화를 엿보는 것에 빠져있었다. 정서가 맞았다고 해야 할 거 같다. 독일의 도시 중에서도 하이델베르크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하이델베르크, Heiligenberg
날씨가 도와줬으면 더 좋았을 것인데 이 날 해님이 구름 뒤에 수줍게 숨어있었다. 하이델베르크가 기억에 남는 것은 사람들 때문이다. 유럽여행 중 긴 시간을 함께 했던 동갑내기 친구 둘과 퇴사하고 유럽을 동경해서 여행 온 누나와 함께 여행을 했었기 때문인데 고마운 사람들이었다.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연락은 끊겼지만 어디서든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란 말이 맞았으면 한다. 조용한 도시였다. 날씨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도시는 활력을 잃은 듯 했다. 그러나 독일 최고의 관광지답게 마켓에 진입하자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반겨주는 거 같았다. 통성명 없이 미소로 서로를 환대했다.
▲전쟁의 상흔, 하이델베르크 성
독일에 들리면 많은 사람들이 하이델베르크 성과 대학을 들릴 것이다. 오랜 시간을 견뎌온 건축물에서 험난했던 역사를 볼 수 있었다. 처음으로 이곳에 매력을 느꼈던 것은 우라사와 나오키의 '몬스터'라는 만화 때문이었다. 작품성이 뛰어나고 인간의 선과 악의 대립을 잘 드러내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거닐던 음산했던 거리가 바로 이곳 하이델베르크였다.
▲하이델베르크 강과 마을
도시 전체가 불에 옮겨 붙은 듯 강렬했었다. 붉은색 다리, 성 그리고 집. 하이델베르크 성에 올라서 보면 도시의 분위기가 최고조에 오르지만 아래에서 바라보는 세상도 꽤 인상 깊었다. 흥분되는 것 같았다. 시각적 자극은 오묘하게 나의 기분을 조절하려고 들었다. 그러나 그 불을 식히듯 옆에는 강이 흐르고 있었다. 마음이 정화되는 것 같았다. 대조라는 것은 때론 불안을 불식시킨다.
네 명의 남녀는 그렇게 하이델베르크를 느끼며 나란히 서서 느리게 걸었다. 아무도 말이 없었다. 같은 곳을 바라보지는 않았지만 서로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들리는 것 같았다. “아름답지 않아?”
여행 칼럼니스트 김지훈_ tripadviser.xyz
◆김지훈 칼럼니스트는…
“죽음, 그 순간을 경험한 후 삶이 달라진 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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