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티엘뉴스] “그림이란 끊임없이 유동하는 세계를 담아내야 하고, 관습에서 벗어난 붓질로 작가와 관람객이 함께 새롭게 경험하는 것이어야 한다.”
[갤러리현대] 이강소_Photo by 이영민 (1)
쉽게 말하면, 생각하지 않고 그냥 그리는 붓질이어서는 안 된다는 거다. 그렇게 이강소 화백은 60년 가까이 그림을 그려왔다.
이강소 화백은 회화 입체 설치 퍼포먼스의 전위 미술을 모두 실험한 작가로 현대미술사에서 중추적 인물로 평가받는다.
간결하면서도 힘이 넘치며 예측 불가능한 이미지와 에너지를 형성하는 획의 회화를 펼친다. 이 화백의 작품은 동양 예술인으로 필획의 함의와 힘을 창작에 활용하여 움직이듯 구사하는 기(氣)를 실현한다는 극찬을 이끌어낸다.
갤러리현대에서 진행하는 이번 개인전 <몽유>도 그렇다. 작가가 1990년대 말부터 2021년까지 완성한 회화 30여 점을 엄선했다.
[갤러리현대] 01_이강소, 강에서-99184, 1999, Acrylic on canvas, 259 x 194 cm
[갤러리현대] 11_이강소, 청명-17122, 2017, Acrylic on canvas, 117 x 91 cm
일필휘지로 남긴 역통적인 붓질과 여백이 아름다운 대형 회화, 여러 층휘로 칠한 거친 추상적 붓질과 새와 나룻배 등 1980년대 말부터 작가의 작품에 아이콘처럼 등작한 구체적 형상이 공존하는 회화 회색이나 흑백의 모노톤 회화의 극적으로 대비되는 형형색색의 눈부신 컬러를 사용해 평면의 캔버스에 무한의 공간성을 구현한 실험적 신작 회화 등을 함께 선보인다.
몽유는 그의 회화 작품에 작가의 독창적 세계관이 구체화되는 방식, 그 형식적인 차이에도 불구하고 1970년대 실험미술 작품과 1980년대부터 최근의 회화작품이 공유하는 문제의식 등을 살피는 전시다.
[갤러리현대] 06_이강소, 청명-20063, 2020, Acrylic on canvas, 130.3 x 162 cm
[갤러리현대] 10_이강소, 청명-20018, 2020, Acrylic on canvas, 112 x 145.5 cm
“꿈속에서 놀다” 정도로 풀이할 수 있는 전시 제목 ‘몽유’는 이강소의 철학적 세계관을 함축한 키워드이자, 그가 작품에 담고 싶은 시대적 명제라 할 수 있다. 그는 무척 자명해 보이는 이 세계가 실은 꿈과 같다고 해석한다. 어린 시절부터 학습한 동양철학과 양자역학 등에 기반을 둔 그의 이러한 통찰은 작품 곳곳에 자연스럽게 스며있다.
1층 전시장에서는 작가가 작품을 통해 전달하려는 ‘기’의 양상이 잘 나타난다. 만물의 기운을 붓으로 시각화 하는 것은 작가로서 이강소 화백에게 큰 과제였다. 그는 보이지 않는 ‘기’가 존재한다고 믿고 항상 ‘기’를 이미지로 남기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았다. 지하 전시장과 2층 전시장에서는 역동적인 획과 대담한 여백의 다채로운 변주에 집중한다.
[갤러리현대] 이강소 - 몽유_작가 스튜디오 전경 (3)
이 화백은 계산하거나 의도된 사고를 최대한 배제하고 붓을 든 손의 감각과 자연스러운 호흡에 따라 생각할 겨를도 없이, 일련의 획을 캔버스에 그린다.
작가가 붓과 손, 감정과 정신이 혼연일체를 이룬 상황에서 남긴 자동, 다양한 붓질은 관객을 무한한 상상의 세계로 초대한다. 2층 전시장에서는 1990년대부터 이 화백이 청명 연작의 강렬한 주홍과 농담이 다른 군청의 붓질이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 화백 스스로 ‘그려진 그림’이라 작품을 설명하듯, 그는 작가의 주관적 감정 표현이나 의도, 일방적인 정답 제시를 피하고,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입자와 에너지, 이곳과 저곳, 있음과 없음, 나와 너 등 그 모든 시공간의 찰나를 마치 신선처럼 오가며, 예상하지 못한 기운찬 붓질로 관객에게 세계를 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이 화백에게 작품은, 세계가 고정적이고 불편하고 자명하다는 근대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려는 부단한 수행의 결과이자. 끊임없이 부유하고 율동하는 만물의 진실을 드러내는 일인 것이다.
<몽유> 전시회는 8월 1일까지 갤러리 현대에서 열린다.
이린 칼럼니스트 art-together@kaka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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