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투어] 한국미술명작 58점 기증… 컬렉션으로 이름 남긴 故 이건희 삼성 회장
2021-08-04 14:40:55 , 수정 : 2021-08-04 14:51:58 | 이린 칼럼니스트

[티티엘뉴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선보이는 ‘이건희 컬렉션’이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생전 “문화유산을 모으고 보존하는 일은 ‘우리 모두의 시대적 의무’이다”라고 말했던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발언처럼, 그의 의지는 유지로 받들어져 잘 보존한 미술명작을 세상에 선보이게 됐다. 
 

고(故) 이건희 회장 유족들이 기증한 이건희컬렉션은 미술사적 가치는 물론 규모에서도 미술관 역사상 최대 기록이다. 근‧현대미술사를 아우르며 20세기 초 희귀하고 주요한 국내 작품에서부터 해외 작품까지 포함,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의 질과 양을 비약적으로 보강시켰다. 전체 1488점 중 한국 작가 작품 1369점, 해외 작가 작품 119점으로 구성돼 있다. 부문별로는 회화 412점, 판화 371점, 한국화 296점, 드로잉 161점, 공예 136점, 조각 104점, 사진 및 영상 8점 등으로 고루 분포되어 있다.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장욱진, 유영국, 변관식, 이응노, 권진규 등 한국미술사 거장들의 작품을 대거 포함했다. 

 

이상범, 무릉도원도, 1922, 158.6x390cm

 

장욱진, 소녀_나룻배, 1939_1951, 14x29cm(2)

 

7월21일부터 내년 3월13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윤범모) 서울관에서 전시하는 에는 한국인이 사랑하는 작가 34명의 주요작품 58점이 등장한다. 
 

특히 미술애호가이자 국립현대미술관과 각별한 인연을 맺고 있는 배우 유해진이 이번 전시 오디오가이드 재능기부에 참여해 호응이 높다. 친근한 목소리로 관람객에게 깊은 감동과 여운을 전할 유해진의 전시해설 오디오가이드는 국립현대미술관 모바일 앱(App)을 통해 누구나 들을 수 있으며, 전시실 입구에서 오디오가이드 기기 대여도 가능하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번 전시가 개최될 수 있도록 미술사적 가치가 높은 국내·외 미술작품을 대량 기증해주신 고(故) 이건희 회장의 유족들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국립현대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시작으로 양질의 기증 작품을 국민들이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증대하고, 지속적으로 조사·연구하여 미술사 연구의 지평을 넓히는 기회로 삼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변관식, 금강산 구룡폭, 1960년대, 120.8x90.5cm

 

 

나혜석, 화녕전작약, 1930년대, 33x23.5cm

 

백남순(1904-1994), 낙원, 1936년경, 캔버스에 유채; 8폭 병풍, 173x372cm.

 

<낙원>은 백남순이 오산 시절, 전라남도 완도에 살고 있던 친구 민영순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한 선물로 보냈던 작품이다. 마치 서양의 아르카디아 전통과 동양의 무릉도원 혹은 무이구곡도의 전통을 결합한 것처럼, 동서양의 도상이 혼합된 독특한 느낌의 풍경화이다. 캔버스 천을 바탕으로 하되, 전통의 병풍 형식으로 장황을 한 것도 이색적이다. 해방 이전 제작된 백남순의 작품으로는 유일하게 남아있는 그림이다.

 

변관식(1899-1976), 금강산 구룡폭(金剛山九龍瀑), 1960년대, 종이에 수묵채색, 120.5x91cm.


 

<금강산 구룡폭(金剛山 九龍瀑)>은 금강산을 주제로 한 ‘소정 양식’이 정점에 도달한 시기에 그려진 것으로 구룡폭포와 주변의 바위 모습이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되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근경의 너럭바위에 앉거나 서서 빼어난 장관에 심취한 듯 폭포를 바라보는 두 명의 남성은 실제 현장의 공간적 크기를 실감케 한다.

 

김종태(1906-1935), 사내아이, 1929, 캔버스에 유채, 43.7x36cm.

 

현존하는 김종태의 작품은 대표작 <노란 저고리>를 포함 총 4점만 알려져 있다. ‹사내아이›는 4점의 현존 작품 중 하나로 ‹노란 저고리›와 같은 1929년에 제작되었다. 마치 소녀와 소년이 쌍을 이룬 것처럼 ‘노란 저고리’를 입은 소녀는 볼그스레한 볼을 가진 앳된 표정으로 정면을 직시하는 반면, 초록과 남색 한복을 입은 소년은 졸음에 겨워 의자에 기댄 모습으로 그려졌다.

 

장욱진(1918-1990), 공기놀이, 1938, 캔버스에 유채, 65x80.5cm.

 

장욱진이 양정고보에 재학 중 조선일보 주최 제2회 «전국학생미술전람회»에 출품하여 ‘사장장(최고상)’을 받은 작품이다. 얼굴 등 세밀한 묘사는 생략하고 있지만 아이를 업은 소녀를 포함하여 인물의 자세와 동세가 매우 정확히 표현되었고, 구도 또한 잘 짜여져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이중섭(1916-1956), 황소, 1950년대, 종이에 유채, 26.5x36.7cm.

 

‹황소›는 이중섭이 가장 애호했던 작품 소재 중 하나이다. 그는 일본 유학 시절부터 소를 즐겨 그렸는데, 통상적으로 ‘소’는 인내와 끈기를 상징하는 한국의 상징물이었다. 이 ‹황소›의 경우, 강렬한 붉은 색을 배경으로 세파를 견딘 주름 가득한 황소의 진중하고 묵직한 모습을 담았다. 힘차면서도 어딘지 애잔한 느낌을 자아내는 것은 이중섭 황소의 공통된 특징이다. 붉은 황소 머리를 그린 작품으로 현존하는 것은 총 4점인데, 그중 이 황소는 1976년 처음 알려지기 시작했다. 

 

박수근(1914-1965), 절구질하는 여인, 1954, 캔버스에 유채, 130x97cm.

 

‹절구질하는 여인›은 박수근 특유의 색감과 마티에르가 완성도 있게 구사되어 있다. 1960년대가 되면 박수근 특유의 양식화가 진행되는데, 이 작품은 그 전의 무르익은 기량과 정제된 기법의 구사가 잘 드러나 있다. 타계하기 직전인 1964년에도 동일한 도상의 작품을 제작하였는데 후기에 제작된 작품들에 비하면, 이 작품에는 인물의 이목구비와 손동작 등에서 개성적이고 구체적인 묘사가 감지된다. 

 

이린 칼럼니스트 art-together@kaka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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