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티엘뉴스] 흑인 최초로 럭셔리 패션브랜드 루이비통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던 버질 아블로(Virgil Abloh)가 41세의 나이로 작년 11월 고인이 됐다. 세계 유명 패션인사와 셀럽의 애도 물결이 끊이지 않는다. 오랜 친구이자 협업을 해 왔던 미국 가수 카니에 웨스트, 일본 팝아티스트 무라카미 마카시 등 깊은 슬픔을 표했다.
▲2029 루이비통 런웨이에 있는 버질 아블로
1980년에 출생한 그는 36살에 최고 패션하우스의 남성복 콜렉션 수석 디자이너가 되며 세상의 주목을 받았다. 서아프리카 가나출신의 가난한 이민자 부모를 둔 버질은 유명한 패션스쿨 졸업자도 아니었다. 시카고 근처인 일리노이에서 태어나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마이클 조던의 농구를 즐겨보며 성장했다,
빈궁(가난하고 궁색한, 궁핍한)한 삶을 대물림하는 것이 싫었던 아버지는 “엔지니어가 되라”고 하셨고, 버질은 위스콘신 공대 토목공학 석사, 일리노이 공과대 건축학 석사를 수료했다. 대학에 입학하자마 “학업에는 50%만 전념하겠다”고 친구들에게 공언한다. 나머지 절반의 시간과 에너지는 자신의 관심사인 미술사와 클럽 디제이 같은 취미활동에 열정을 쏟았다고 다수의 인터뷰에서 언급했다.
그런 그가 멘토로 꼽는 아티스트 가운데 마르셀 뒤샹(Marcell Duchamp 1887-1968)은 항상 제일 먼저 언급된다. 뒤샹은 2017년 뉴욕 그랜드 센트럴 팰리스 전시회 주최측에 화장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남성용 변기를 제출하면서 샘(Fountain)이라고 작품 제목을 붙였다. 소위 ‘레디메이드’작품을 제출하는데 성공했으나 전시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당시 전시장에서 버려졌지만 미술사에서 20세기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뒤샹의 샘 작품
하늘의 별이 된 시대의 아티스트 버질은 2017년 하버드대학교 디자인스쿨 초청 강연에서 자신의 디자인 언어에 대해 7가지를 나열하면서 첫 번째로 뒤샹을 꼽았다. “게임의 룰을 넘어서 기준을 바꾸고, 도발적이고 아이러니한 시도를 통해 다음 미술의 새 장을 연 사람”이라고 칭송했다.
“Overthought the game, changed parameters, provided something provocative and ironic, put something that became a launch pad for other forms of art”
뒤샹에게 영감을 받은 아이디어를 차용하여 2012년 파이렉스 비젼(Pyrex Vision 2012)이라는 패션사업을 시작했다. 폴로클럽과 타미 힐피거 등 당시 인기있던 의류 브랜드 가품을 40달러 구입해, 농구의 신 마이클 조던을 상징하는 등번호 23을 스크린 프린트 디자인으로 입혀 550달러에 되팔았다. 이 브랜드를 시작으로 자신의 명성을 점차 쌓아 나가면서 예술적 실험과 함께 상업적으로 성장해 나갔다.
파이렉스비전의 성공 이후, 2013년 자신이 설립한 밀라노 소재 기업 오프화이트(Off-White)로 첫 번째 패션하우스이자 두 번째 사업의 CEO가 되며 유럽과 미국 주요도시로 패션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그리고 2018년부터 세상을 떠날 때까지 루이비통 남성복 예술 감독이었고, 유명세를 이어가며 21년부터 영국 왕립예술대학 객원교수로 지냈다. 나의 변호사이자 대변인은 바로 프랑스 다다이스트 마르셀 뒤샹이라고 했던 시대의 아티스트가 그립다.
이린 아트칼럼니스트
art-together@kaka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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