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P에서 호주머니 가득 홍콩을 담았다
Confluence 20+, SEOUL 디자인 전시회
2017-08-31 17:19:56 | 김세희 에디터

지난 25DDP홍콩의 빛이 켜졌습니다. 아시아로는 최초로 아트바젤(Art Basel)의 사랑을 독차지한 홍콩벌써 5년이 돼 갑니다. 


Dream, Design, Play를 뽐내고 있는 한국의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를 그들(홍콩디자인센터 : HKDC) 선택했습니다가을 바람이 숲을 찾아온 요즘, 디자인둘레길 2층을 천천히 걸으며 홍콩을 우리 호주머니에 주어담고 올까요? 더군다나 무료랍니다!


 

명함부터 남달랐던 그, GARY CHANG

 

물이 평평하고 잔잔하게 흐르면 안정감이 느껴지고, 나무가 높게 솟아있으면 힘이 느껴지곤 하죠. 그 사이에 구불구불하게 나있는 둘레길은 비로소 우리를 움직이게 합니다. 그렇게 시작했어요! 땅에 떨어진 밤과 도토리를 줍듯 DDP 둘레길을 2층부터 4층까지 천천히 나아갔을 뿐인데, 아득하고 그윽한 지점에 도달하니 말도 안 되는 공간들이 압축파일(ZIP)처럼 들어있었죠. 이번 Confluence 20+ 디자인 전시회 프리뷰에서 만난 홍콩 유명 건축가 장즈챵(Gary Chang)의 작품이 그랬습니다.   
 


장즈챵은 자신의 집을 '트랜스포머 하우스'로 만들어 수많은 상을 받았다고 해요. 실용적으로 잘 정리된 설계 콘셉트는 유년 시절에 살았던 좁은 공간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고밀도 및 급속한 도시 발전에 발맞춘 것 같은 그의 혁신은 확실히 미래지향적었어요. 그러면서도 한 켠으론 홍콩의 고층 아파트가 떠오르던 순간이었죠. 그는 자신의 수첩에 담긴 보물같은 각종 도면들을 흔쾌히 보여주었습니다. 돌이켜보니, 자신의 예술 원천을 사이에 두고 기꺼이 대화를 나누었던 그의 유연한 사고야말로 홍콩 디자인의 비전이 아닐까 싶네요. 그나저나 참 동안입니다.


 

Confluence 20+국제 순회 디자인 전시 프로젝트입니다. 20명의 예술가들이 패션, 광고, 건축, 음악, 멀티미디어 등 서로 다른 영역의 경계를 뛰어넘어, 홍콩 크리에이티브 생태계(Creative Ecologies of Hong Kong)를 표현하는 데에 목적이 있죠. 올해는 지난 4월에 밀라노디자인위크에서 막을 올렸는데, 2주간의 짧은 기간 동안 총 9만 5천명이 방문했다고 하네요. 현지 및 해외 매체의 주목을 받으며 밀라노 디자인상 후보에도 올랐다고 합니다. 두 번째로 6월에는 홍콩에서 반갑게 시민들을 만났고, 세 번째로 한국에 상륙한 거죠. 생물이 살아가면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걸 생태계라고 하지요. 홍콩디자인센터(HKDC : 홍콩 정부지원자금으로 운영되는 비영리기구)는 개최 도시의 이미지에 따라 전시 스타일과 작품 구성을 다르게 변화시키면서 소통한다고 합니다. 이번 큐레이터는 저우완메이(Amy Chow)였어요. 2007년에 밀라노, 뉴욕, 런던, 서울 등지에서 열렸던 <창작 9707>를 담당했던 분이죠.  


 

올해는 홍콩특별행정구(HKSAR) 설립 20주년입니다. 그 세월 동안 홍콩은 다채로운 문화, 지역, 거주지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어 홍콩만의 독특한 예술 동력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홍콩의 아티스트들은 중국과 서양, 전통과 혁신, 공예과 과학기술의 결합을 넘나들며 고유의 시야를 만들어낸다고 하네요. 중견 및 신진 디자이너가 긴밀히 협력할 수 있는 환경 속에서 크리에이티브 인재를 계승하는 데에 깊은 관심을 둔다고 합니다. 이번 전시는 한국에도 많은 시사점을 안겨 줄 듯합니다.

 

서울 에디션:

안상수 + 황빙페이

 

 

그럼, 서울만의 특징은 어떤 게 있을까요? 그게 아마도 감상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국내 저명한 시각디자이너로서 '안상수체'로 알려진 파주 타이포그라피 학교 교장, 안상수와  2010년 홍콩국제포스터트리엔날레(Hong Kong International Poster Triennial 2010) 금상 수상자인 황빙페이(Stanley Wong)의 특별 협업 작품 <창문 설치(Window Installation>가 전시되어 있는 게 바로 그것이죠. DDP에 위 사진의 작품이 있는 곳을 살펴보면 "앗!"하고 알아차리게 될 겁니다. 

 

홍콩 아트를 담고,
홍콩 감성을 줍다. WHY?



중국인의 가치관을 다음과 같이 표현합니다.


"장강의 흰 모래는 셀 수 없이 많지만, 티끌 하나를 통해 볼 수 있고, 큰 바다는 어마어마하게 넓고 크지만 물거품 하나를 통해 볼 수 있으며, 이름 모를 산들은 높고 험하게 이어져 있지만 주먹만한 돌 하나를 통해 짐작할 수 있다."

-주량즈(2015), <인문정신으로 동양 예술을 탐하다: 以小見大>, 알마출판.

 
 
홍콩의 아트를 담고, 홍콩의 감성을 줍는 일은 아마도 그런 맥락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홍콩의 조각일지도 모르는 것들 속에서 우린, 홍콩에 이끌려 홍콩의 속살을 느껴볼 수 있을 테니까요. 홍콩을 다녀온 이들에게도, 아직 경험하지 않은 이들에게도, 담고 줍는 건 꼭 필요한 경험인 셈입니다. 어쩌면 이번 Confluence 20+감상법일지도 모르겠네요. 가을 바람을 벗삼아 떠나볼까요? 우리 호주머니가 두둑해질 거예요. 가을, 결실의 계절이잖습니까.
 

 

김세희 에디터 sayzib@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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