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티엘뉴스]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내용을 토대로 영화적 픽션을 더해 넣어 제작된 크리처 사극 액션 '물괴'(감독 허종호)가 12일 개봉했다.
중종 22년, 거대한 '물괴'가 나타나 백성들을 공격하기 시작, '물과'와 마주친 백성들은 그 자리에서 잔인하게 죽임을 당하거나 살아남아도 역병에 걸려 끔찍한 고통 속에 결국 죽게 된다. 한양은 삽시간에 공포에 휩싸이고 모든 것이 자신을 몰아세우는 '영의정'(이경영)과 관료들의 계략이라 여긴 '중종'(박희순)은 옛 내금위장 '윤겸'(김명민)을 궁으로 불러들여 수색대를 조직한다. '윤겸'과 오랜 세월을 함께한 '성한'(김인권)과 외동딸 '명'(이혜리), 그리고 왕이 보낸 '허 선전관'(최우식)이 그와 함께하며 물괴를 쫓게 된다. 사물 物 괴이할 怪 '물괴'는 과연 어떤 존재일까?
극 중 물괴 수색대의 수색대장 ‘윤겸’의 딸 '명이' 역을 맡은 배우 혜리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Q. '물괴' 처음에 보고 어땠나?
A. 처음 봤을 때 나 말고는 아무것도 안 보였다. 선배님들도 그렇게 말했었는데 어떤 말인지 너무 뼈저리게 느낄 정도로 나만 보여서 재미있었는지 없었는지 '물괴'가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관객분들은 나보다 전체를 봐주실 테니 재미있어하시면 좋겠다. 풀샷에 조금만 걸려도 나만 봤다. 신인의 마음으로 돌아간 것 같다. '저렇게 나오는구나, 왜 저렇게 생겼지?'라고 생각하면서 처음 티비 데뷔했을 때 생각이 새록새록 났다. 그렇게 긴장하면서 봤다.
Q. 큰 스크린에 자신의 모습을 본 기분은?
A. 언론 시사회 때 처음 봤다. 촬영은 작년 여름에 마쳤는데 그사이에 한 번도 안 보여주셨다. 작은 모니터로 살짝 보면서는 그냥 영화가 잘 편집되어 간다고 생각했는데 스크린으로 보니까 확실히 달랐다. 긴장도 되고 설레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감정이 들었던 것 같다.
Q. 드라마 하다가 영화를 찍어보니 다른 점이라면?
A. 제일 많이 달랐던 것은 찍고 나서 개봉을 기다리는 것이었다. 요즘은 사전제작 드라마가 많기는 한데 그동안은 했던 것은 생방송처럼 찍자마자 나가는 방식이 많았다. 그런 게 제일 좀 설레는 기분이었다. 드라마는 촬영 당시에 정신이 없고 잘 시간도 없고 대본이 나오면 바로 읽고 외우기 바쁘다. 현장에서 열정을 불태워서 하기 바쁜 시간이었다면, 영화는 생각보다 텀이 있을 때가 있었다. 80회차 정도 중에 35회차 38회차가 나와서 길게는 일주일도 쉬었었고 촬영 사이사이에 하루 이틀 쉬기도 했다. 물론 스케쥴표가 크랭크인부터 크랭크업까지 나와서 보다 보니 쉬는 날짜도 많고 그래서 잠도 푹 자고 편하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오산이었다. 이렇게 촬영하는 게 처음이다 보니 이틀 정도 쉬고 촬영 현장에 가면 또 처음 촬영하는 기분이었다. 일주일 후에 가면 그 전에 감정을 잊었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해서 촬영 현장 끝났을 때 어떤 감정으로 찍었고 기분이 어땠는지, 어떤 때에 OK 사인이 나왔는지 적기 시작했다. 다음 촬영 전에 그전에 썼던 걸 읽고 하니까 그 호흡이 유지가 되었다. 이렇게 하는 게 맞는지 틀린지 모르겠지만 나만의 유지할 방법을 조금 배운 것 같다.
Q. 촬영 중 중요하게 어떤 역을 해야 한다고 분석했나?
A. 처음에 대본을 보고 마음이 갔던 부분은 영화 전체로 봤을 때나 시대적으로 봤을 때 여자들이 이런 역을 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었다. 수많은 수색대 사이에서 혼자 여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뭐일지, 어린아이가 도움이 되는지 물었을 때 '명이'는 "걱정하지 마세요. 겁도 없고 용감합니다. 여러분들보다 더 나은 사람일 수도 있어요"라고 답한다. 그렇게 답할 수 있는 충분한 조건을 가진 당차고 씩씩하고 연약하지 않은, 어느 상황에서 사건에서 방해되지 않는 인물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영화들을 봤을 때 여자 캐릭터가 불필요한 사건을 만든다거나 잡혀간다거나 이런 여러 가지의 걸림돌로 민폐 여주인공 느낌이 있는 경우가 많다. 영화 전체로 봤을 때 여자, 남자가 아닌 수색대로써 이 인물이 같이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뒤떨어지지 않고 함께 '물괴'를 잡았으면 좋겠다는 게 제일 컸던 것 같다. 의술로써 도움이 될 수도 있고 그 전에 사냥을 많이 해서 활을 잘 쏘니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생각보다 발차기 같은 액션도 할 줄 알고 몸 쓰는 것들이 있다. '명이'가 가만히 있을 수 없어 하는 성격과 모습도 그런 역할인 것 같아서 애착이 가고 캐릭터가 좋았던 것 같다.
Q. 대본과 봤을 때 못 느꼈던 포인트나 차이점은?
A. '선전관'과의 관계가 어떻게 느끼셨을지 모르겠지만 고민이 많았다. '물귀'가 나온 난리 통에 어느 정도의 깊이로 표현을 해야 관객들이 이해가 될지, 너무 로맨스 사랑으로 치우쳐서 서로만 보고 있는 게 말이 되냐고 느낄까봐 걱정했다. 생각했던 건 '선전관'을 처음 봤을 때 '명이'는 자기 또래의 멀끔한 남자를 처음 본거였다. 맨날 아빠랑 아재의 더벅머리만 보면서 같이 지내다가 마주하게 되면서 신세계 느낌으로 호감을 확 느낄 수밖에 없던 것 같다. '선전관'의 입장에서는 '명이'의 당차고 자기가 가지지 못한 용감함에 매력을 느낀 것 같다. 표현을 안 하기에도 이상하고 너무 하기에도 이상한 관계여서 어떻게 조절해야 하고 선을 잡아야 관객들이 받아들여 주실까 생각했는데 몽글몽글한 첫사랑, 귀여운 느낌으로 풀어가려고 얘기했던 것 같다. 관객들이 귀여운 관계라는 그 포인트에서 웃어주시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찍을 때는 우려됐던 부분도 있었다.
영화 중 "우리가 처음 만난 날을 기억해요?"라고 대사했던 부분은 사실 리딩 때도 오그라들었다. 그 부분에서 김인권 선배님이 "놀고들 있네"라고 하는데 관객들의 반응이 그렇지 않을까 생각한다. 귀여운 놈들이라는 느낌으로 받아들여 주실 것 같다. 그게 사실 김인권 선배의 애드립이었다. 현장에서 그 애드립뿐 아니라 버전을 여러 개 했는데 그 버전이 실렸고 그 포인트가 너무 재미있었다. 생각지 못한 포인트인데 그 안의 입장에서 그렇게 느끼셔서 툭 튀어나온 것 같다. 정말 항상 촬영하는 중간마다 '아이디어가 샘솟으신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많이 내주신다. 디테일한 부분들 때문에 조금 더 이 장면을 재밌게 봐주셨던 것 같다.
Q. 15세인데 조금 잔인한 것 같다.
A. 촬영하면서 과정을 봤으니까 티가 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오히려 잔인했으면 좋겠다고 느꼈다. 보시는 분들은 생각이 다를 수 있다. '물괴'가 어느 정도의 위력을 가졌는지, 사람들에게 어떤 피해를 주고 두려워하는 존재가 됐는지 표현하려면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을 하는데 잘 모르겠다. (웃음) 그렇게 표현 안되면 잡을 이유나 목적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Q. 극 중 시체를 보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하는 '명이'의 심정이 궁금했다. 엄마의 죽음을 보면서 그런 게 무던해진건지?
A. '명이'가 한양에 올라가기 전에 산속에서 은둔 생활 비슷하게 사람 하나 없는 곳에서 아빠와 아재랑 셋만 살던 때에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책 읽는 것뿐이었다. 여태 책에서만 보던 걸 드디어 체험할 수 있겠다는 생각과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게 더 컸던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시체를 봤을 때 뜨악할 수 있는 부분인데 '명이'는 오히려 그런 걸 너무 보고 싶었던 거다. 시체가 있었으면 했던 거다. 죽는다는 건 슬프지만 사건 현장에서 의학 쪽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글로만 보던 걸 현실로 접하게 됐다는 생각 때문에 더 신이 나서 그렇게 실력을 발휘했던 것 같다. 엄마가 죽었던 걸 알게 되는 거는 사실 공간에 가서 인물을 봤을 때 그때 확 갑자기 충격을 받고 깨달은 것 같고 그전까지는 그냥 상상만으로 엄마는 어떤 사람일지, 어디에 있을지, 왜 아버지가 얘기를 안 해주는지 무슨 문제가 있었나 혼자만의 생각으로 생각을 했던 것 같고 당시 상황이 기억난다거나 그런 건 아니었던 것 같다.
Q. 첫 영화인데 사극에 CG까지 어려운 지점이 많았을 것 같다. 선택하게 된 가장 중요한 계기는?
A. 이 영화를 같이 참여를 하게 될 때가 작년 봄 정도였다. 전 작품이 재작년 여름쯤 끝났는데 텀이 좀 있었고 세 개 계절을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서 스스로 잘 흘려보내고 있는 때였다. 스스로 작품을 해야겠다거나 복귀를 해야겠다는 마음도 충분히 고민할 때쯤에 대본을 받았는데 사극이고 크리처물이고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있는 것처럼 연기해야 하는 어려운 작업이라서 더 끌렸던 것 같다. 당시에 내가 예상하는 작품을 만났다면 안 했을 것 같다. 오히려 사극이라 내가 사극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이나 우리나라에 크리처물이 몇 년 만에 나온 건데 같이 만났다는 점에서 궁금하고 나한테 도전할 수 있는 시나리오가 또 있을까 생각했다.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때 갑자기 뭔가 계속 쉬는 시간을 보내고 가만히 있던 나에게 불이 확 붙은 듯한 승부욕이 생겼다. 대본을 보고 감독님과 미팅을 하고 김명민 선배님과 마주하는 순간 '물괴'는 지금쯤 나에게 필요한 작품이고 내가 정말 원했던 작품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작품에 참여했던 것 같다.
Q. 연기적인 부분에서 변신하고 싶었던 것인가?
A. 연기뿐 아니라 그 전에 5년 정도를 한 달에 하루 쉴까 말까 하면서 일을 열심히 했다. 가수 활동도 하고 배우 활동도 하고 예능도 하고 굉장히 바쁜 시간만 보냈다. 그래서 생각이 든 게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며 나를 돌아보는 생각을 하고 싶다는 거였다. 어떤 게 좋아서 하는 거고 내가 지금 뭘 좋아하고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걸 못 느낄 정도로 바쁘게 살았던 것 같았다. 그때쯤에 다행히 다른 멤버들이 활동하고 있어서 앨범 나오는 것이 미뤄지기도 했고 혼자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온전히 나에 대해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당시에는 스트레스 안 받냐고 물어보면 스트레스가 뭐냐고 물어봤는데 정신적으로는 잘 몰랐지만 사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이 아프다. 몰라서 풀 수가 없었는데 몸으로 아프고 열도 많이 난다. 그런 문제가 있어서 내가 어떤 거에 대해서 스트레스받고 어떤 거에 강한지 이런 나에 대해 생각을 했던 8개월이었던 것 같다. 취미도 찾고 가족들과 시간도 많이 보냈다. 그전까지는 쉬는 걸 못했었다. 3일 쉬면 큰일 나는 줄 알고 빨리 일하겠다며 먼저 했는데 웃긴 게 마음먹고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보자며 쉬다 보니 한 달 쉬니까 두 달 쉬고 싶고 계속 쉬고 싶었다. 변해가는 내 모습이 신기했고 재미있었다. 나도 쉴 수 있는 사람이었다. 쉬니까 다음 거에 더 열정을 가지고 할 수 있게 됐다. 이걸 왜 이제 알았나 싶었다. 그런 시간을 가지고 지금까지 계속 일을 했는데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너무 힘들거나 지칠 때가 와서 내가 종일 웃는 시간이 10분도 안된다 하시는 분들은 일주일은 푹 쉬어야 한다. 여건이 안되면 주말에라도 쉬어야 하는 내 금쪽같은 주말에 나가야 할 것 같은 경우가 많다. 맛있는 거 먹어야 될 것 같고 유명한 디저트 집 가야 할 것 같고 친구 만나야 할 것 같지만, 이틀 동안 잠만 자보는 것도 좋다. 오래 쉬는 것도 권장하지만, 그러다가 일을 그만두실까 봐 거기까지는 말 못 하겠다. (웃음)
생각이 꽉 차면 머리가 더는 돌아가지 않았다. 꽉 찬 공간을 조금씩 만드는데 어떻게 하면 만들 수 있을지를 몰랐고, 좀 쉬니까 자연스럽게 그 공간이 만들어지면서 머리가 돌아갔다. 그게 너무 신기했고 그래서 '물괴'가 들어올 공간도 만들어진 것 같다.
Q. '응답하라 1988' 멤버들과는 계속 연락하고 지내나?
A. 아직 한다. 영화 나오고 나서도 언니, 오빠들에게 "드디어 개봉해요!"라고 했다. 1년 정도를 기다렸다. 더 선배님들이라 뭔가 물어보고 대화를 하지 않더라도 응원해준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응답하라 1988'뿐 아니라 여태까지 참여했던 드라마에서 만났던 분들 보면 사람 복, 인복을 타고난 것 같아서 너무 좋다.
Q. 첫 스크린 데뷔도 했으니 다음 해보고 싶은 도전은?
A. 도전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 편인데 차기작으로 보여드릴 영화는 이미 찍었다. 6월 정도에 촬영을 마쳤고 내년에 개봉할 것 같다. 그 작품을 먼저 보여드리고 이후에 어떤 작품을 보여드릴까 생각했는데 나도 좋고 보시는 분들도 좋으면 좋겠다. 두 가지를 다 고려하고 싶다. 항상 남자 선배님들이 많은 드라마나 영화에 참여한 부분이 있어서 언젠가는 여자들끼리 할 수 있는 거 한 번쯤 해보고 싶다. 어떤 장르나 이야기에 제한된 것 없이 뭐든 좋다.
Q. '물괴'에 참여한 혜리에게 혜리가 칭찬한다면?
A. 첫 영화인데 추석 때 개봉도 하고 대단하다고 자랑하고 싶다.
사진ⓒ 씨네그루(주)키다이이엔티/롯데엔터테인먼트
이민혜 기자 cpcat@ttl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