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시대의 가을, 지친 영혼을 위로하는 전시회 ‘소울스’(Souls)
미국 영상미디어 설치작가 제니퍼 스타인캠프 개인전
갤러리로 들어온 자연풍경, 시공간 경계 허물며 몰입감
2020-10-05 16:50:38 , 수정 : 2020-10-05 18:48:42 | 이린 칼럼니스트

[티티엘뉴스] 코로나19 확산 -> 팬데믹 -> 위드 코로나19 등 코로나19가 지구촌에 번지면서 우울, 분노, 외로움 등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높고 파란 하늘을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은 가을을 살고 있는데도 말이다. 이런 마음을 위로할만한 전시회 ‘소울스’(Souls)가 9월3일부터 10월31일까지 서울 리만머핀과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동시에 열린다. 전시 제목 ‘소울스’(Souls)는 스타인캠프 작가가 정했다. ‘서울’(Seoul)에서 열리는 것에서 연상한 단어이자, 여러 사람의 영혼을 담은 작업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갤러리 벽면에 푸른 잎을 자랑하는 나무가 그려졌다. 빛으로 그려진 바람에 흩날리는 자작나무 나뭇잎사귀는 마치 실재인 듯, 황홀한 광경을 구현한다. 

나무들이 부드럽게, 때로는 거칠게 흔들릴 때마다 비처럼 날리는 잎들이 인상적이다. 작품 제목은 자작나무의 검은 점들이 허공을 응시하는 눈동자를 닮았다고 해서 붙였다.

 

 

눈이 부신 파란 배경에 초록 이파리와 분홍 꽃잎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생물들이 유영한다. 반대로 산소 방울은 아름다운 거품처럼 넘실대며 신비로운 섬광이 번쩍인다. 신작 ‘Primordial, 1(태고의, 1)’에서 바닷속에서 시작된 생명의 탄생을 상상으로 재현해낸다. 작가는 인류의 조상이 더 복잡한 세포를 형성하기 위해 박테리아와 결합한 단일 세포 유기체에서 출발했다는 한 과학자의 글을 읽고 이와 같은 생명 탄생의 장면을 수중 애니메이션 영상 설치 작품으로 만들었다.

 

 

 

데이지꽃을 엮어 만든 화환이 부드러운 바람에 우아하게 춤을 추듯 움직이는 ‘데이지 체인 트위스트 톨(Daisy Chain Twist, tall)’도 시공의 경계를 넘어 빠져들게 한다. 가상 현실처럼 정교한 스타인캠프의 영상은 전시장 벽면에 정확히 맞춰 투사돼 벽면 너머의 새로운 공간이 존재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감상포인트 01. “그녀가 표현하려는 것은 무엇인가?”
 

스타인캠프는 작업 도구로 첨단 디지털 기술을 쓰지만, 그가 이를 활용해 구현한 세계는 끊임없이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 즉 생명체의 세계다. 나무, 꽃, 과일, 하늘과 물과 바람, 빛이 어우러져 서로 충돌하고 부유하는 가상의 아름다운 우주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의 모든 작품을 관통하는 핵심 요소는 바로 ‘움직임’이다. 

스타인캠프는 한 미술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내 작품을 통해 이미지, 움직임, 공간을 감각하고 느끼길 바란다”고 했으며, “살아 있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할 때 반드시 빠지지 않는 것, 그것은 바로 움직임”이라고 했다.
 


감상포인트 02. “그녀의 미디어아트 작품은 어떻게 탄생했나?”


실제 자작나무 등 대상을 찍은 게 아니라 작가가 직접 컴퓨터 소프트웨어로 구현했다. 대상을 촬영하고 이미지를 추출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 컴퓨터 그래픽으로 창조한 이미지들이다. 색상, 질감, 움직임 등 모두 제작한 것이다. 분명 ‘가상현실’이라는 것을 아는 데도 ‘자연스럽다’고 느끼는 건 자연현상에 대한 작가의 깊은 이해에서 출발한다. 전시장은 자연 환경을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는 안식처 역할을 해내고 있다.

 

감상포인트 03. “코로나블루도 날려줄 경계를 허무는 미디어 아트 전시”
 

전시장에서는 관람객이 영상 속으로 자연스럽게 들어갈 수 있도록 돼 있다. 작품에 가까이 다가서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작품의 일부가 된다. 작품과 기술, 사람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몰입하게 하려는 게 작가의 의도다. 리만머핀과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동시에 열리고 전시는 오는 10월 31일까지 이어진다. 

 

 

이린 칼럼니스트 we_together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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