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항공사(LCC)들의 성장세가 매섭다. 저비용항공사들의 국제선 점유율은 이미 20%가 넘었고, 인지도와 실적이 동반 상승하며 기업가치까지 급상승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진에어까지 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하면서 자본시장에서도 LCC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전 세계 LCC 노선 점유율은 27% 수준. 지금과 같은 급격한 상승세라면 올해 안에 이 목표를 달성하는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주가와 기업가치도 더 올라갈 공간이 더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LCC의 시대다. 어떤 종목을 골라야 가장 큰 수익이 날지 알아본다.
양재필 선임기자 ryanfeel@ttlnews.com
제주항공 ‘독주’
진에어 ‘맹추격’
▲위-제주항공, 아래-진에어
제주항공이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업계에서 독주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2위인 진에어가 맹추격에 나서고 있다. 이미 국내 저비용항공 시장은 제주항공과 진에어가 양분하고 있고, 에어부산,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에어서울 등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제주항공이 LCC업계 선두를 지키고 있다. 여객수송 능력·사업 및 매출 규모 등 모든 면에서 경쟁우위를 점하고 있다. 특히 제주항공은 사업 초기 선두자리를 놓고 각축을 벌였던 2위 진에어와의 격차를 더욱 벌리고 있다.
▲제주항공 주가추이와 투자지표
제주항공은 중장기적인 사업모델 재구축에 나서는 한편 공격적인 기단 확대 및 신규 사업 확장에도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이를 바탕으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춰 후발주자들의 추격을 멀찌감치 따돌리겠다는 전략이다.
제주항공 이용객은 지난 2016년 866만명에서 지난해 1508만명으로 무려 74.1%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진에어는 768만명에서 1229만명으로 59.9% 늘어나는 데 그쳤다.
보유 기단 수도 월등히 높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업계 최초로 '보유항공기 30대' 시대를 열었으며 올해 8대의 항공기를 추가 도입해 총 39대의 기재를 확보할 계획이다.
제주항공은 올해 진에어를 비롯한 후발주자들과의 격차를 더욱 벌리겠다는 목표다.
업계 2위 진에어의 추격도 만만치 않은 상태다. 물론 현재까지 보면 제주항공과 진에어의 격차는 이미 상당히 벌어진 상태로 보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하지만 진에어도 지난해 항공 업황 호조를 등에 업고 어느 정도 목표에 근접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 업계에서는 진에어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증시 입성을 통해 장기 성장 동력을 마련하게 된 것을 발판으로 점차 제주항공과의 격차를 좁혀나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모회사(대한항공)의 후광효과로 공격적인 영업 활동이 가능하다는 점은 향후 진에어의 미래 발전과 성장에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진에어는 사업초기부터 계열사인 대한항공의 지원을 받아 업계 내에서 입지를 다질 수 있었다.
항공정비 부분에서는 대한항공의 정비 시스템을 공유해 비용을 절감하고 노선운영에 있어서는 공동운항 협력을 통한 네트워크망 확대 효과를 극대화해 수익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었다.
아울러 중대형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진에어만의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진에어는 지난 2015년 업계 최초로 중대형기 운용을 시작한 이래 현재까지 4대의 항공기를 운용 중이다.
올해도 B777-200ER 1대를 신규 도입할 예정이며 오는 2020년까지 중대형기 B777을 현재의 2배가 넘는 8~9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진에어 주가추이와 투자지표
물론 당초 중대형기 운항 시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는 점이 주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돼 실적의 발목을 잡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효율적인 기재 운용 전략을 통해 극복해나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대형기 운용 전략을 바꾸면서 수익성 개선 효과를 봤다. 여객 수요가 적은 비수기엔 하와이나 케언즈 노선을 과감하게 잠정 운휴하고 수요가 많은 방콕·오사카·괌 노선 등 인기 중단거리 노선에 대형기를 투입하는 방식으로 기재 운용 효율성을 높인 것.
이 같은 기재 운용 전략 덕분에 공급석 증대 효과가 이어지며 변동성이 컸던 수익성도 안정화단계에 접어들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장기적으로 보면 대형기 운용은 진에어 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이 돼 향후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마련하는 데에 기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류제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진에어는 아직 규모나 수익 측면에서 국내 2위의 저비용항공사"라면서도 "다만 타 항공사가 보유하고 있지 못한 잠재력을 갖추고 있어 1위권을 넘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저비용항공사"라고 말했다.
실적 초대박
주가 고공행진
▲제주항공 진에어 그래프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진에어는 지난해 매출 8884억원, 영업이익 970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각각 23.4%, 85.5% 증가했다. 당기순이익도 86.3% 상승한 733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진에어 관계자는 “지난해 사드 제재 영향 및 유가 상승 등 외부 악재 요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동남아 노선 공급을 늘리는 등 외부 변수에 탄력적으로 대응해 실적이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아직 지난해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나머지 LCC들도 최대 실적을 거둘 전망이다.
지난해 3분기 838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한 제주항공은 또 다시 호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제주항공이 지난해 10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티웨이항공도 지난해 영업이익 650억원을 기록해 전년 영업이익(125억원)을 웃돌고, 이스타항공 역시 6년 만에 자본잠식을 해소할 것으로 관측됐다.
LCC들은 공격적인 기재도입에 따른 외형확대로 지난해 항공 여객수에서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LCC의 운항 횟수는 2013년 3만5000회에서 4년 만에 3.5배 가량 증가한 12만2000회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LCC 6개사의 국제여객은 총 2030만2100명으로 전년(1430만3717명)에 비해 무려 41.9%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년 대비 1.9% 감소한 대형항공사(FSC)의 국제여객과 상반된 모습이다.
▲제주항공, 진에어 실적추이
LCC들의 고공비행은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각 사마다 공격적인 기재도입에 따른 외형확대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항공은 올해 역대 가장 많은 8대의 항공기를 도입해 연말까지 총 39대를 운용한다는 계획이다. 진에어도 4~5대의 항공기를 신규 도입할 예정이다. 두 항공사 모두 국내 LCC 가운데 처음으로 올해 매출액 1조원과 영업이익 1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외에도 티웨이항공은 올해 항공기 6대를 추가로 도입한다. 에어부산과 이스타항공도 올해 각각 항공기 2∼3대와 4대를 추가로 도입한다. 에어서울 역시 올해 하반기 항공기 1대를 추가로 들여올 예정이다.
LCC들의 실적 초대박 행진과 더불어 항공사들의 주가도 전례없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제주항공은 최근 주가가 3만8000원대까지 오르며, 전 고점인 4만원대 안착을 노리고 있다. 지난해 12월8일에 상장한 진에어는 상장 직후 2만5000원까지 갔다가 최근 외국인과 기관 매수세에 힘입어 3만원 위로 올라오며 강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여행인구 증가, 여행트렌드 확산과 원화 강세로 인한 아웃바운드 여행 인구 최고치 경신, 한류 인기로 인한 인바운드 수요 증대, 중국과의 해빙 무드로 인한 수요 증가 등 저비용항공사들에게 호재가 만발한 상태로 추가적인 주가 상승도 충분해 보인다.
제주항공 살까 진에어 살까
저비용항공사들의 가파른 주가 상승세에 따라 투자자들의 관심도 점증하고 있다. 저비용항공 산업에서의 항공 수요와 성장성을 충분히 확인한 만큼 종목 선택이 수익률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성장성과 안정성에 대한 투자 지표는 재무제표를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종목은 LCC 산업 발달로 가장 큰 수혜가 예상되는 국내 저비용항공사 1위, 2위로 좁히는 게 당연해 보인다.
진에어는 상장 당시 이미 저비용항공 산업에 대한 잠재력이 크게 반영된 영향으로 투자 지표가 대체적으로 고평가 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진에어의 시가총액은 2월5일 기준 9300억원대, 주가는 3만1000원대, 주가수익비율(PER)은 12.65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8.71배다. 부채비율은 260% 수준이다. 제주항공의 시가총액은 1조, 주가는 3만8000원대 주가수익비율(PER)은 12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3.18배다. 부채비율은 140% 수준이다.
단순하게 보면 진에어 주가가 더 싸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제주항공이 더 저평가 돼 있다. 주가순자산비율을 비교하면 진에어가 제주항공 대비 2.5배 높게 책정돼 있다. 순자산 가치 대비 진에어가 증시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실적 주당순이익(EPS)을 비교해 봐도, 제주항공 3271원, 진에어 2482원으로 제주항공의 성과가 더 높다.
진에어가 제주항공 대비 낮은 성과에도 증시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수익성(ROE)이 높고, 대한항공으로 인한 다양한 경비 절감과 시너지 효과, 브랜딩 효과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두 항공사의 외국인 지분율은 9%대로 제주항공이 소폭 더 높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의미 있는 수치라 보기엔 어려워 보인다. 반대로 이야기 하면 앞으로 외국인들의 추가 지분 확보 여력이 더 많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현재 저비용항공산업 성장성을 감안해 종목을 매수한다면 진에어 대비 제주항공이 더 메리트가 있어 보인다. 성장성을 감안하더라도 장부가치가 2.5배 차이나는 것은 과도한 주가 불균형으로 보인다. 제주항공이 독립형 LCC로서 대한항공 자회사인 진에어 대비 경쟁 환경이 다소 척박하기는 하나, 실적 안정성과 인지도를 볼 때 현재 주가가 한 단계 레벨업되어 진에어와 키 맞추기를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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