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베스트] 폭락··· 패닉··· ‘블랙스완’ 금융·경제 빙하기가 돌아오다
2018-11-30 18:40:25 , 수정 : 2018-11-30 22:08:59 | 양재필 기자

[티티엘뉴스▶ 트래블인사이트] 을씨년스럽다는 말로도 최근의 폭락장세를 표현하기 어렵다. 최근 국내외에서 연쇄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거대한 증시의 하락 파동은 앞으로 다가올 암울한 금융·경제 시장을 암시하고 있다. 전광석화 같은 하락의 속도는 기존의 조정 양상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문제는 이러한 금융경제의 빠른 붕괴가 실물 시장까지 빠르게 전이되고 있고, 소비경제마저 위축·마비시키지 시작했다는 것이다. 1997년 IMF 아시아 외환위기. 2008년 서브프라임 글로벌 금융위기. 그리고 2018년 지금. 금융경제시장을 송두리째 붕괴시키는 검은 백조(Black Swan): 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지만 만약 발생할 경우 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몰고 오는 사건을 말한다. 블랙스완의 존재는 과거의 경험에 근거한 판단이 반드시 옳지는 않으며, 과거의 사건을 아무리 분석해도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검은백조가 귀환했다. 이제는 성장보다 생존이 더 중요해지는 시기가 왔다.

 

양재필 전문기자 ryanfeel@ttlnews.com

 

 

※ 검은백조(Black Swan) 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지만 만약 발생할 경우 시장에 엄청 난 충격을 몰고오는 사건을 말한다. 
 

 

폭락의 서막 바닥없는 추락

 

 

외국계 자본 이탈과 경제 불확실성으로 원달러환율이 계속 올라가고 있다.

 

 

한국 경제 시계 제로 
성장산업 실종+자본 유출

 

 

주식과 자본시장이 동시에 ‘패닉’ 한가운데 있다. 연일 추락하는 증시가 투자자들의 공포로 얼어붙게 하고 있다. 지난 10월 11일에는 하루 만에 코스피가 100포인트 가까이 폭락했다. 불과 9일 후인(거래일 기준) 10월 24일에는 심리적 방어선으로 여겨지던 2100포인트마저 무참히 붕괴됐다. 이후 과매도 국면으로 반등이 나오는 듯했으나 미국 증시마저 연이어 폭락세를 연출하며, 10월26일에는 장중 2000선을 위협받기도 했다.

 


이러한 빠른 증시 폭락은 매우 이례적이다. 유가증권 시장 코스피 지수는 올해 2월까지만 해도 장중 2600포인트를 넘기는 등 상승세가 뚜렷했다. 일각에서는 역대 최고치를 넘어선 증시가 역사상 최초로 3000선을 넘길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하지만 그게 최고점이었다.

 

이후 미중 무역전쟁과 경기 둔화 우려, 금리 격차로 인한 자본 유출 등 다양한 악재가 끊임없이 터져 나오면서 증시는 빠르게 하락세로 돌아섰다. 10월 들어 폭락이 시작되더니 숨 쉴 틈 없이 급락세가 이어졌다. 단 7개월여 만에 코스피 지수는 하락률로는 22%, 지수로는 600포인트 가까이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 지수는 28% 넘게 폭락했다. 

 

 

 


지난 10월10일(미국 시각) ‘검은 수요일’로 불리는 미국 시장 대폭락 직전까지 한국의 시장 전문가들 중 한국 주식시장의 10월 폭락을 예견하거나 경고했던 이들은 거의 없었다. 올해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이하 다우지수)와 나스닥, S&P500지수 등 거의 모든 주가지수가 최고점을 돌파하며 호황을 이어온 미국 시장이 폭락하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한 탓이다. 

 


미국 증시가 그동안의 호황을 끝내고 폭락 장세를 연출하자 한국 증시는 더욱 빠른 속도로 하락이 깊어지고 있다. 또 한국에 유입된 외국계 자본과 기관의 대형 자본이 주식 시장을 넘어 한국 자본시장에서 이탈하는 촉매 역할을 하는 게 아닌지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실제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회수와 한국 시장 이탈 움직임이 다양한 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특히 미국 시장이 폭락한 10월 10일부터 26일까지 단 9일(거래일 기준) 간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시장에서 빼간 자금(순매도 규모)은 무려 3조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도 연중 최고 수준을 갱신하고 있다. 

 

최근 한국 증시의 폭락은 그동안 응축된 여러 경제 불안 요인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며 발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제의 선행지표로서 증시 폭락이 의미하고 있는 한국 경제의 리스크가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10월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에 따르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400조2346억원으로 전분기보다 0.6% 증가하는데 그쳤다. 

 

 

 

분기 성장률은 올해 1분기 1.0%로 간신히 1%를 넘겼으나 2분기에 0.6%로 내려간 데 이어 3분기에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졌다. 4분기에 적어도 0.82% 이상이 나와야 한은의 목표치인 2.7%를 달성할 수 있다.

 


3분기 경제성장률 둔화의 가장 큰 원인은 ‘투자 부진’이다. 건설투자와 설비투자가 전기대비 각각 6.4%, 4.7% 감소했다. 특히 건설투자의 경우 외환위기 시절이던 1998년 2분기(-6.5%) 이후 20년 만의 최대로 감소했다. 

 

 

 


여기에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 금리인상 우려 등 대외 악재에 국내 증시가 폭락하는 등, 외국인의 ‘셀코리아’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도 한국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될 미래 먹거리 산업이 없는 것도 경제 취약성을 강화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1~9월 누적 전체 수출액 가운데 반도체 수출액 점유율은 21.2%에 달한다.

 

문제는 반도체 수출을 뺀 1~9월 누적 수출(3546억 달러)은 전년 대비 1.8% 줄었다는 점이다. 원인은 또 다른 주력 품목인 선박(-45.9%)·가전(-20.7%)·무선통신기기(-17.6%) 등이 부진을 면치 못한 데 있다. 반도체에 의존하는 우리 수출 구조의 취약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이러한 반도체 수출 성장 효과마저도 약화되는 추세다. 최근에는 한국의 주력 메모리 반도체인 D램과 낸드플래시의 가격이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수요 감소로 나타나는 것이라는 점에서 향후 반도체 수출 성장세가 꺾일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이를 반영하듯 산업연구원은 하반기 반도체 수출 증가율이 15.9%로 상반기(42.5%)보다 크게 줄 것으로 전망했다. 만약 이대로 반도체 수출이 삐꺽거린다면 무역의존도가 70%에 육박하는 우리 경제는 상당한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현재 우리 경제는 집중도가 높은 반도체가 꺾이면 위기를 맞을 수 있는 불안한 상황”이라며 “수출 품목 다변화를 통해 반도체의 의존도를 줄이면서 반도체의 자체 경쟁력은 더욱 키우는 투트랙(Two Track)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신흥국 자본 유출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것도 한국 경제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주고 있다. 달러 대비 신흥국 통화가치가 곤두박질치면서 달러 부채 상환 부담이 늘고 주식시장에서 대규모 자금이 빠져나가 신흥국 금융시장은 그야말로 패닉 상태다. 아르헨티나, 파키스탄 등은 줄줄이 IMF 구제금융을 요청한 상태다.

 

신흥국 금융위기가 확산되는 배경은 뭘까. 미국이 연이어 기준금리를 인상한 데다 G2 무역전쟁이 갈수록 격화된 영향이 크다.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전 세계 투자금이 신흥시장을 빠져나가 달러 채권이나 엔화 등 안전자산으로 몰리는 분위기다. 

 


미중 무역전쟁에 맞선 중국이 수출 경쟁력을 높이려 위안화 가치를 절하하면서 신흥국 통화가치가 동반 하락하는 중이다. 여기에 최근 국제유가까지 치솟으면서 수입단가가 급등해 신흥국 경제에 적신호가 켜졌다. 지난 10년간 미국의 양적완화로 신흥국 경제를 지탱해왔지만 빚에 기댄 성장이 결국 부메랑으로 되돌아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도미노  붕괴의 시작인가 다음 타자는 부동산?

 

 

 

 

최근 5년여 동안 한국은 물론 글로벌 시장은 호황을 누렸다. 한국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도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였다. 내수 침체와 저성장(연간 경제성장률 3% 이내)에도 불구, 증시와 부동산 시장은 상승세를 이어왔다. 특히 서울 집값은 정부 부동산 정책의 효력이 먹혀들지 않고, 일부 세력의 집값 부추기 등이 겹치며, 다시 거품(버블)을 형성한 상태다. 실질적인 경제 성장이 받쳐주지 않은 상태에서 집값만 상승한 것이다. 

 


경제의 바로미터인 주식시장 급락으로 향후 실물 경제 악영향과 부동산 시장 부실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재 부동산 시장은 강한 오름세를 마치고 나름 견조한 상태를 지속하고 있으나, 부동산이라는 자산의 특성 때문에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경고다. 통상 주식 시장이 선행지표라면, 부동산 시장은 후행지표로서 증시 급락을 따라갈 소지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수요 공급 불안이 여전한 한국 부동산 시장에서 집값은 내수 경기침체 등에 의해서는 쉽게 떨어지지 않는 속성을 보여왔다. 하지만 최근의 증시 급락과 경기 침체, 전국에 과잉 공급된 아파트는 부동산 시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고, 강력한 정부의 대출규제, 거래 제한 등이 부동산 시장의 어려움 미래를 예견하고 있다. 

 

 

 

 

급등한 집값이 급락할 가능성이 내재해 있는 상황이다. 현재 증시 급락과 금융 시장 침체, 경기 둔화가 부동산 시장 장기 침체로 전이된다면, 과거 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충격적인 부동산 추락이 연출될 수도 있다는 경고가 속속 나오고 있다. 

 


특히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 상황에서 한국의 금리 인상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문제는 금리 인상이 시중 금리를 올린다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제2금융권 등의 고금리 대출이나 변동금리 대출을 받은 가계부터 타격을 받게 된다. 급증한 부채를 유지할 이자비용이 늘면 파산하는 사람이 생기고 자산가치는 떨어지면서 소비와 경기까지 위축하는 악순환을 낳을 수 있다는 얘기다.

 


금리 인상이 곧바로 부동산 침체와 금융위기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가계부채와 부동산이 거미줄처럼 국민 경제 전체와 연결되다 보니 소비 위축과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상업용 부동산의 부실은 현실화되고 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우리나라 금융부문의 부동산 위험 노출도는 최근 몇 년 사이에 크게 높아져 이미 위험수위에 도달했다"며 "가계 자산구성에서 부동산 선호도가 변화할 가능성이 있어 금융기관과 감독 당국은 자산위험도 재평가와 신 DTI 등을 통해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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