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티엘뉴스 ▶트래블인사이트] 해외여행 인구 3000만명 시대. 여행 관광레저산업이 빠르게 파이를 키워가고 있고, 그에 따른 파생산업 까지 자본과 인재가 모이고 있다. 하지만 불과 몇 년 만에 여행업 성장을 주도해온 패키지 중심 종합여행 사들의 추락은 심화하는 양상이다. 반면 시스템 기반의 OTA(온라인여행사) 기업들은 한국 여행시장 특수성을 극복하고, 수요와 자본을 왕성하게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지금의 변화는 이미 수년전에 예상되었던 바이나, 수요와 자본 이동은 최근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시작했다.
불안한 하방 시그널 현상 유지도 위태
인천공항 출국자는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우고 있지만 정작 토종 여행사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FIT(개별자유여행) 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국내 종합여행사들이 여전히 패키지 상품 중 심으로 매출 보존에만 주력하다 보니, OTA와의 자본 및 기술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해외여행객 70% 이상이 숙박 예약을 OTA를 통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등 토종여행사를 통해 숙박을 예약하는 비율은 7%에 불과한 실정이다. 국내 종합여행사들도 단품 상품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시스템과 마케팅 면에서 두루 글로벌 OTA 기업들에 크게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에는 OTA들이 항공권까지 영역을 넓히면서, 국내 종합여행 사들은 항공권 판매 실적마저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탑항공의 BSP부도와 신생 패키지 여행사인 더좋은여행의 부도 가능성은 어려워진 패키지 시장의 현주소를 여실히 드러내 는 위험한 시그널로 볼 수 있다. 여행산업 수요측면에서만 봐도 패키지여행사들의 앞날은 상당히 암울해 보인다. 출국자 급증으로 성장 기대감이 컸던 패키지여행 사들에 대한 기대감이 빠르게 증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1931만 명이던 국내 출국자 수는 지난해 2649만 명, 올해 30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내년에는 매년 폭증하던 출국자 수가 되레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국내 최대 여행사인 하나투어(039130)는 성수기인 지난 7월 패키지 여행객의 성장률이 14% 감소했다. 성장률이 10% 이상 하락한 것은 2009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가파르게 늘어나던 출국자 수가 물리적으로 고점에 이르렀다는 평가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출국자 수가 인구의 60% 수준인 3000만 명에 달했다”며 “예전처럼 가파르게 출국 수요가 늘어나지 못할 것으로 항공사들은 판단하고 있다. 수요 둔화가 시작되면 여행사들이 받는 충격파는 예상보다 더욱 거셀 것”이라고 말했다.
3년 만에 OTA 판정승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국내 종합여행사들은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 이후, 패키지여행을 대중화시키며 20여 년간 승승장구 해왔다.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등 대표적인 패키지 중심 대형여행사들은 이 기간에 기업가치가 수십 배 불어나는 등 큰 수혜를 입었다.
증시 상장 이후 풍부한 자본력으로 인바운드 호텔을 건립하거나, 다양한 부대 사업을 통해 수익성을 제고하려는 노력을 통해 수익 다각화에 집중했다. 지난 2015년에는 면세점 사업에도 뛰어들면서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에 성공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 기간에 여행사업에 대한 구조와 수요 변화에 대한 탄력적으로 대응하지 못했고, OTA들이 시스템 플랫폼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면서, 경쟁력 약화를 불러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OTA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판세 뒤집기를 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3년 정도에 불과하다. 이 기간에 익스피디아, 카약, 아고다, 호텔스 닷컴 등 대형 OTA들이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섰고, 마이리얼트립 (My Real Trip), 데일리호텔, 올스테이(Allstay), 야놀자 등 메타서치나 로컬 단품 업체들의 영향력도 상당히 강해졌다.
반면 이 시기 동안 대형여행사들은 패키지 중심의 매출 보존을 위해 대부분 자원을 활용했다. 특히 손쉽게 매출을 올릴 수 있는 홈쇼핑에 대한 집착은 날로 심해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마저도 마이너스가 심화하고 있다. 홈쇼핑을 통해 들어오던 패키지여행 상품 매출은 최근 반 토막에서 1/3로 줄어든 상태다. 사실상 패키지여행사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본 상태이고, 추락하는 수익성을 바라만 봐야 하는 상태가 된 것이다.
그렇다고 국내 여행사들이 FIT 중심의 단품 상품 판매 채널 구축을 아예 안 한 것은 아니다. 전체 매출액 중에서 비중은 미미하나, 종합 여행사들의 단품 매출 성장은 꾸준히 증가해왔다. FIT 플랫폼 개발에서 상당한 자금을 투입했다. 다만 글로벌 OTA들과 자본과 기술 격차가 심해지다 보니, 투자 대비 여행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어필할만한 FIT 플랫폼 개발에는 실패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A 여행사 중역은 “여행사들이 자체 IT 팀을 꾸리고, 상당 부분 플랫폼 개발에 힘썼지만 결국 OTA의 막강한 기술력과 세련된 인벤토리 관리를 따라가지 못했다. 여행사 내부에서도 투자 실패에 대한 자성론이 나오고 있다. 현재는 OTA들과 격차가 더욱 벌어져 있어서, 이 부분에 투자를 더 집행하는 것은 도박처럼 돼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익스피디아 주가추이(출처: MarketWatch)
▲씨트립 주가추이(출처: MarketWatch)
▲일본 라쿠텐 주가추이(출처: MarketWatch)
추락하는 기업가치 주가 반 토막 속출
기업가치를 선행 반영해주는 주가는 상장 종합여행사들의 추락 상황을 여실히 반영하고 있다. 3년 전 고가 대비 하락률은 이미 -60%가 넘은 상태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이러한 부진한 상태가 앞으로 지속할 것이라는 점이다.
실적 부진과 업황 우려가 겹쳐지면서 고꾸라졌던 여행사들의 주가는 상승 기미를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최근 국 내 증시가 다소 반등하는 모습에도 외국인들은 지속해서 여행주들을 매도하면서 하락세를 부추기고 있다.
지난 4월 이후 5개월째 약세다. 지난 8월16일에는 장중 6만4800원까지 떨어지면서 지난해 1월 12일 이후 1년 7개월 만에 최저치로 미끄러지기도 했다.
다른 여행주들도 마찬가지다. 모두투어 역시 최근 15%가량 추락했고, 인터파크, 참좋은여행 등도 각각 52주 신 저가를 기록한 뒤 바닥권을 헤매고 있다.
외국인들은 여행주에 대해선 '팔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그에 따라 외국인 지분율도 급격히 줄었다. 하나투어의 외국인 지분율은 지난달 말 22.03%에서 21일 16%대까지 감소했고, 모두투어는 같은 기간 41.80%에서 36.07%로 낮아졌다.
하반기 실적 전망도 어두워 여행주의 추가 하락 가능성도 점쳐진다. 우선 3분기는 6월 일본 오사카 지진 등으로 성수기 효과를 누리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7월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의 패키지 송출객수는 성수기임에도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9%, 6.9% 감소했다.
황현준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사례를 봤을 때 단기 악재는 3개월 이상 지속하지는 않기 때문에 9월 이후 여행 수요가 정상화될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4분기 실적이 지난해보다 좋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여행주는 당분간 부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하나투어 주가추이(출처: MarketWatch)
▲모두투어 주가추이(출처: MarketWatch)
OTA 몸집 키우기 경쟁 본격화
글로벌 OTA들은 플랫폼 중심의 판매 다각화를 통해 수익성을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가치는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하고 있다. 국내 여행사들이 패키지 중심의 수익성 실종으로 인한 위축세를 이어가는 것과는 정반대의 행보다.
이미 글로벌 OTA들은 M&A(기업인수합병)를 통해 플랫폼 기술 개발 및 통합과 매출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다양한 멀티 브랜드(Multi-Brand)와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들의 선택권과 구매 욕구를 증진하고, 가격 경쟁력과 방대한 인벤토리 제공을 통해 고속팽창하는 FIT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세계 최대 온라인 여행사인 익스피디아(Expedia)는 호텔스닷컴(Hotels.com), 트리바고(trivago), 오르비츠 (Orbitz), 트레블로시티(Travelocity), 워티프(Wotif), 핫 와이어(Hotwire) 등을 운영하고 있다. 여행브랜드만 20여 개에 달하며, 미국 나스닥(NASDAQ)에 상장돼 기업 가치 만 20조가 넘는다. 이미 한국 시장 진출 7년 만에 역대급 매출을 갈아치우고 있다.
최근 부킹닷컴(Booking.com)을 인수한 프라이스라인 그룹은 카약(KAYAK), 아고다(Agoda) 등을 운영하며, 세계적인 O2O 업체로 승승장구 중이다. 기업가치만 100조 원에 달한다.
▲익스피디아그룹 브랜드
중국의 경우 최근 씨트립(Ctrip)의 상승세가 매섭다. 온라인 예약 브랜드 트립닷컴(Trip.com)을 운영하며, 가격 경쟁력으로 한국 시장에서 빠르게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씨트립은 2015년 취날닷컴을 인수하며 아시아 최대 온라인 여행사로 발돋움한 후, 스카이스캐너를 2조 원에 추가 인수하면서 아시아 시장 중심으로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국 시장에 대해 수십억 원에 달하는 인프라 구축 투자를 단행하는 등 한국 시장 공략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 인수 합병을 통해 플랫폼 시스템을 진화시키고, 가격 경쟁력과 브랜딩 수익 다각화를 통해 성장성을 높이면서, 이들 기업의 기업가치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패키지 상품 판매 중심으로 단기적인 매출과 자사 상품 판매에만 골몰하는 국내 여행사들과는 질적으로 다른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최근 방한한 애론 프라이스(Aaron Price) 익스피디아 마케팅 총괄은 “한국 여행시장은 여행기업들에는 기회의 땅 이다. 특히 모바일 이용률과 특수성은 세계적으로도 인정받을 만큼 벤치마킹이 가능한 곳이다. 성공하는 여행기업은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이고 다양한 상품을 편리한 방식으로 제공하고 예약하게 하는 게 전부이다. 결국 결정은 소비자들이 현명하게 알아서 할 것으로 믿는다”고 전했다.
양재필 여행산업전문기자 ryanfeel@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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