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베스트] LCC 상장 러시 ‘명과 암’ 빛 좋은 개살구 ‘옥석 가리기’
글로벌 평균 넘어… 고평가 구간 진입
추가 증시 진입 대박 행진은 미지수
2018-05-14 16:50:05 , 수정 : 2018-05-14 18:03:10 | 양재필 선임기자

[티티엘뉴스} 최근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증시 상장이 줄을 잇고 있다. 꾸준히 늘고 있는 실적 자신감과 항공운송시장의 판도 변화로 기업공개(IPO)를 통한 자본 조달과 규모 확장에도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저비용항공 산업은 지난 2005년 청구~제주 구간을 운항하던 한성공항을 처음으로 성장해, 10여 년 만에 현재 국내 노선 60%, 해외 노선 29%의 좌석 점유율을 확보한 상태다. 앞으로 저비용항공 시장의 폭풍성장은 얼마나 더 지속할 수 있는지, 그에 따라 자본시장 진출이 결과적으로 ‘득과 실’ 중 어디로 무게가 쏠릴지 분석해봤다. 

 

양재필 여행산업전문기자 ryanfeel@ttlnews.com 

 

여객 점유율 30% 육박… 성장 꼭짓점


글로벌 LCC 좌석점유율은 지난 10년간 빠르게 오른 후 최근 성장이 둔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저비용항공사들이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중단거리 국제노선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저비용항공산업은 지난 10여 년간 가장 빨리 성장해 온 분야이기도 하다. 실제로 IT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내 산업이 쇠퇴와 정체 현상을 빚는 상황에서도 저비용항공산업은 매년 10~20%의 성장을 꾸준하게 달성해왔다. 


이러한 성장성을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지표는 좌석분담률이다. 저비용항공사들이 전체 항공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좌석 비중을 나타내는데, 지난 10여 년간 이 수치는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으며 지난 5년간 급등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미 국내선에서는 분담률이 60%에 육박하는 상황이고, 국제선 분담률은 2014년 12.5%에서 올해 2월 29.4%까지 급격하게 올랐다. 5년 전만 해도 국제선에서의 저비용항공 점유율이 이렇게 빠르게 30%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단기간 초고속으로 성장해온 만큼 현재 저비용항공산업은 성장 정점을 지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기 시작했다.


그 근거로는 글로벌 저비용항공사 좌석 평균 점유율을 통해 유추할 수 있다. 전 세계 LCC 좌석 평균 점유율 현황을 보면 지난 2003년에는 12%대였으나 지속적으로 증가해 지난 2015년 기준으로 26% 수준에서 성장이 둔화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국적LCC 좌석분담률이 25%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미 글로벌 평균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판단된다.


국내 저비용항공산업이 정점 수준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하나의 지표는 연이은 상장 러시도 연관돼 있다. 보통 성장 산업의 목적이 상장이라는 자본유출(Exit)을 통해 완성되고 추세가 꺾여왔다는 그동안의 사실들을 볼 때, 최근 이어지는 LCC 상장 러시도 성장성 둔화의 시작이라는 역발상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가격경쟁력 비슷… 브랜드 경쟁 양상



<사진-항공여객실적 종합(2018년2월)> 


한국발 국제선의 경우 동남아, 일본, 중국에 수요가 80% 집중돼 있고, 그 비중도 더 늘고 있다. 

 

저비용항공사들이 10여 년간 항공산업에서 비약적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까닭은 낮은 비용으로 수익을 내는 박리다매 영업과 폭발하는 수요의 결합이 일궈낸 성과라고 볼 수 있다.


통상적으로 저비용항공사들은 유통채널, 항공기 보수·관리, 이·착륙, 기타 서비스 부문 등의 원가를 절감하고, 거기서 생긴 비용절감분을 저렴한 항공료로 책정해 고객들을 끌어들였다. 적은 수의 항공기를 보유하며, 대형 항공사의 ‘허브앤스포크(Hub & Spoke) 전략’(국가 간 주요 공항을 중심으로 다시 작은 노선을 연결)이 아닌 ‘포인트 투 포인트(Point to Point) 전략’(지역과 지역을 직접 연결)으로 항공기 운용 효율성을 높인 점도 이들 성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특히 한국 시장은 중국, 일본, 동남아 등 인접 지역 간 거리가 짧고 항공 수요가 풍부해, 충분한 가격 경쟁력만 가지만 어렵지 않게 공급석을 채울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국제선 지역별 여객 점유율을 보면, 동남아, 일본, 중국 노선이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고 이 비중도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결국 중·단거리 노선에서 저비용항공사가 가격경쟁력만 확보하면 대형항공사 대비 우위를 점하기 쉬운 환경적인 요인을 가지고 있다.


최근 저비용항공산업은 성장 둔화의 조짐과 함께 강자독식의 영역으로 넘어가고 있다. 가격경쟁력이 다 비슷해진 상황에서 자본투하능력과 자사 브랜드 가치가 실적 차이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 현재 국내 LCC산업의 경우 제주항공과 진에어의 강자구도로 굳어지고 그 뒤를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이 따르고 있다. 최근에는 아시아나계열의 에어서울까지 합세하면서 가격 경쟁과 브랜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저가항공사의 상장 등이 항공업계의 지속적 성장을 이끌겠으나 소비자 이익을 도모할지는 알 수 없다고 설명한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경영 내실화를 다지는 데 성공한 저비용항공사들의 상장으로 항공시장의 성장잠재력은 점점 확대될 것”이라면서도 “이것이 곧 항공 서비스 질 향상 등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장조원 한국항공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비행업체 간 경쟁이 항공료 인하 등의 긍정적 효과가 있을 수도 있겠으나, 항공 수요가 높은 시기엔 결국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시장원리를 따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업이익률 10%대… 주가 고공행진




 

현재 직상장을 통해 상장된 저비용항공사는 제주항공과 진에어 두 군데다. 두 항공사의 기업가치를 비교해보면 제주항공이 진에어 대비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4월27일 기준 제주항공의 주당 주가는 4만7800원으로 시가총액(시총)은 1조2599억원이며, 진에어는 주당 3만1750원에 시총은 9525억원이다. 자본시장에서 제주항공이 진에어보다 3000억 정도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셈이다. 


현재 두 상장사의 투자지표를 살펴보면, 지난해 연간 결산 기준 영업이익률은 10% 수준, PER(주가수익비율)도 10배 수준으로 타 업종대비 낮은 편이다. PER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수익성이 좋은 것으로 판단할 수 있는데 10배 수준이면 평균대비 매우 우수한 수준이다. PBR(주가순자산비율)은 두 항공사 모두 3배 정도로, 성장산업으로서의 고평가를 인정받고 있는 상황이다. 영업이익률은 10% 수준이나, ROE(자기자본이익률)은 25~30%로 고성장성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ROE는 매년 소폭 감소하고 있다. 향후 수익성장성이 현재보다 급격히 추가 성장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러한 고성장성을 바탕으로 두 항공사는 상장 이후 주가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지난 2015년 말 상장 후 1년여 간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며, 주가가 고점대비 반 토막 나는 어려운 시기를 겪었으나 지난해 초부터 상승을 시작해 현재 100% 가까운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다. 진에어는 2017년 말에 상장해 전체적인 증시 활황에 힘입어 큰 하락 없이 꾸준한 상승을 보여주고 있다. 상장 이후 두 항공사에 대한 외국인 지분율도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어, 향후 중장기적인 상승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단기적으로 부침은 있으나 두 항공사의 주가 방향성은 우상향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단기간 급등한 피로감으로 주가 변동성은 고점에서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성장 정체 우려 솔솔… 대박 미지수


 

최근 티웨이항공의 기업공개(IPO)가 임박한 가운데 경쟁사 에어부산이 변수로 등장했다. 에어부산이 올해 상장 의지를 드러내면서 저비용항공사(LCC)에 대한 투자 수요가 분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에어부산은 지난 6일 이사회를 열고 IPO 선정 안건을 상정해 통과시켰다. 티웨이항공은 이미 지난달 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던 상황. 티웨이항공 입장에서는 한국거래소의 최종 승인을 기다리던 와중에 복병을 만났다고 볼 수 있다.


에어부산의 상장 도전은 이번이 세 번째다. 2014년과 2015년 두 차례 상장에 나섰지만 부산시 등 일부 주주의 반대로 무산됐다. 업계 일각에선 티웨이항공의 상장예비심사 청구가 에어부산의 상장 재도전을 자극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본래 티웨이항공의 실적은 에어부산을 밑돌았다. 지난 2016년엔 에어부산의 매출액(4430억원)과 영업이익(359억원)이 모두 티웨이항공의 실적(3828억원, 128억원)을 앞섰다. 하지만 티웨이항공은 지난해 실적 성장에 드라이브를 걸며 에어부산을 제치는 데 성공했다.


두 항공사의 실적 격차는 향후 상장 밸류에이션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전망이다. 이달 들어 제주항공과 진에어 등 LCC 상장사의 주식은 주가수익비율(PER) 20배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 수치를 단순 적용할 경우 티웨이항공과 에어부산의 상장 기업가치는 각각 7940억원, 57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다만 투자업계 일각에서는 제주항공과 진에어 대비 높지 않은 인지도와 브랜드 가치를 감안하면, 이보다 20~30% 낮은 상장 기업가치가 책정될 소지도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LCC 시장은 점차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일각에선 향후 성장 정체의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LCC 업황이 위축될 경우 안정적인 지역 영업 기반을 확보한 에어부산이 실적 변동성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


내년부터 변경될 리스 회계기준이 항공사 상장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리스 회계기준이 현행 K-IFRS 1017호에서 K-IFRS 1116호 바뀔 경우 항공기 운용리스는 비용이 아닌 리스 관련 자산·부채로 계상해야 한다. 저가항공사들이 대부분 항공기를 리스료를 내고 빌려 쓴다는 점을 고려할 때 새 회계기준을 적용하면 부채비율이 높아지고 기업 가치는 절하될 수밖에 없다. 


류제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단순 회계기준 변경이 현금 흐름 등에 영향을 주는 건 아니지만 부채비율의 상승은 좋을 게 없어 항공사들이 이를 사전에 대응하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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