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메이트 분석] 예견된 부도 & 계속될 위기… 긴장 끈 놓친 협회·기관·정부
굿메이트 폐업… 100% 보상 어려워
KATA·구청·소비자원, 책임 전가 급급
2018-04-09 10:00:10 , 수정 : 2018-04-09 10:25:04 | 편성희 기자


[티티엘뉴스] 호텔조인을 운영하는 굿메이트(대표 황은호)의 기습 폐업으로 인한 수백여 건의 피해 제보가 여행불편센터로 쉴 새 없이 들어오고 있다. 수년전부터 지속적으로 언론, 학계, 업계에서 지적하고 개선을 촉구한 온라인여행사(OTA) 관리체계 부실 상태는 결국 체력 약한 국내 OTA의 폐업을 시작으로 수면에 노출됐다.

 

 

영업중지 통보 문자··· 고객 ‘참담’

 

굿메이트의 폐업 소식은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3월26일 커뮤니티사이트 곳곳에서 호텔조인으로부터 문자 통보를 받은 호텔 예약자들의 제보 게시물이 연달아 올라왔다.
 

 

호텔조인은 자사 홈페이지 외에도 오픈마켓, 폐쇄몰 등 제휴채널을 통해서도 온라인 호텔 예약업무를 해왔다. 현재 한국여행업협회(KATA) 산하 여행불편처리센터를 통해 피해신고를 접수받고 있는 가운데, 관계자는 “피해규모가 상당히 클 것이라고 추산된다. 굿메이트가 가입한 영업보증보험 액수가 5000만원이다. 전체 피해 금액이 5000만원 한도를 초과할 경우엔 소비자에게 피해액 전액 보상이 불가능하다. 피해 정도에 따라 일정 비율로 지급된다”고 말했다.
 

여행불편처리센터 홈페이지에서는 4월2일부터 두 달여간 굿메이트 영업정지 및 피해신고 접수를 알린다. 피해신고를 하더라도 6월 이후에나 보상이 가능한 상황이다.

 

토종 1세대 몰락··· 업계 충격 상당해

 

호텔조인은 ‘1세대 토종 OTA’(Online Travel Agency·온라인여행사)로 불린다. 2003년 황은호 대표가 설립해 국내 업체 중에서는 시장점유율 4위 정도에 있었다. 코리아룸스닷컴, EY트래블, 플레이모바일 등 다양한 브랜드와 독창적인 마케팅으로 글로벌 대형 OTA와 경쟁을 벌이던 대표 주자 중 하나였다.
 

그러나 거대 자본력으로 마케팅하는 글로벌 OTA와 신속하게 변화하는 트렌드에 맞춘 토종 OTA, 투자 유치 스타트업 등에 서서히 밀려나 수익악화가 임계점을 넘어섰을 거라는 추측이다.

 

 

한국 여행산업 공동 위기론

 

굿메이트의 폐업은 기성 여행사들 존속 위기상황에서 볼 때 ‘여러 전조 중의 하나’일 수 있다는 우려가 업계에 팽배해진 분위기이다. ‘오프라인 < 온라인’ 비중으로 시장이 재편된 여행 산업구조에서 기술투자비와 마케팅비를 이전보다 많이 들이는데 반해, 대행수수료 기반의 한국 여행사들 영업이익률은 전보다 줄어든 상황이라는 걸 인지하기 때문이다. 굿메이트 폐업이 한국 여행산업의 공동 위기론으로 대두하게 된 이유이다.
 

벌써부터 무엇보다 진원을 알 수 없는 제2, 제3의 토종 OTA의 연쇄부도 우려 소문이 업계에 돌고 있다. 여행객들도 불안해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일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호텔조인도 망하는데 타 여행사이트도 믿을 수 없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호텔조인 폐업이 알려진 3월26일 이후부터 온라인여행사, 가격비교사이트 등의 키워드에 ‘부정 피드’가 많아진 것도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몇몇 OTA 임원들은 굿메이트 소식이 더 많이 들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에둘러 표현하기도 했다.

 

업계, “정부가 불공정 경쟁 방조해”

 

여행업계에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토종 기업들이 글로벌 여행사보다 역차별 받는 요소를 정부가 개선해주길 강력하게 주장했다. 한국 여행시장에 진출한 글로벌 온라인여행사들이 법 사각지대에서 누리는 혜택을 없애달라는 이야기다. 한 관계자는 “해외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글로벌 여행사들 상당수가 한국에 지사를 두지 않고, 홍보·마케팅대행사만 둔다. 여행알선사업을 하면서도 IT·플랫폼기업이라고 하는 곳도 있다. 토종 여행사라면 당연히 지켜야 할 국내법망을 피할 수 있는 구조이다”라고 말했다.
 

실제 항공, 항공·호텔 비교, 호텔 비교 등 글로벌기업들 온라인 여행사이트 중에는 가격표시제, 환불 및 위약금 규정 등에서 편법을 행해 소비자 피해사례가 발생한 사례가 많다. 지난해에도 소비자단체들이 해당 여행사들에 시정 요청을 했지만, 권고 수준이라 소비자들은 피해보상을 받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해외 OTA들도 국내 여행사들과 동일하게 관리·감독 받아야 한다. 투명한 매출 신고로 법인세, 부가세를 제대로 내고, BtoB 불공정거래도 단순 시정권고 아닌 제재를 받아야 한다. 수년째 협회와 정부 관계자들에 개선을 요청하고 있지만, 개선되는 게 하나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 큰 원인은 따로 있다?

 

하지만 굿메이트 폐업은 단지 정부의 방조에 의해 역차별 받는 현실의 희생양은 아니라는 자조의 목소리도 높다. 부실 경영관리, 임직원간 분열, 시장 변화에 따라가지 못한 전략·전술 등이 더 큰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굿메이트의 주요 사업은 여행알선업이다. 동종 업체와 비교하면 굿메이트의 신용도는 수년간 좋지 않았다. 직전 3년간 영업이익률이 마이너스인데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도 1%에 미치지 못했다. 부채비율도 300%에 달했다. 굿메이트는 항공기를 리스하기 때문에 재무재표상 이해가 가능한 항공사가 아니다.



 

 

산업 변화속도에 제대로 따라가지 못한 문제도 부각됐다. 온라인여행사 스타트업으로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기술 인적자원 투자, 시스템 업데이트, 모바일 결제 등 사용자 트렌드에 맞게 발전하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대금 정산이 늦어져 B to B 신용도도 점점 낮아졌다. 한 동남아 호텔 한국사무소 관계자는 “3년 전부터 호텔조인은 대금을 제때에 결제하지 않았다. 지난해부터는 더 이상 거래하지 않고 있었다”고 말했다.

 

대금 정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소식은 곧 업계 내외로 빠르게 퍼져갔다. 거래처가 줄어들며 상품 종류, 가격 경쟁력도 줄어들었다. 수익률을 낮추고 자체 프로모션을 진행했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이었다는 게 내부자의 전언이다.

 


지난해 역삼동에서 논현동으로 사무실을 이전해 임대료, 관리비 등을 절약하고 겨울 성수기에 맞춰 온라인 광고와 프로모션을 단행했지만, 결국 직원 급여도 제대로 정산하지 못할 파국을 맞이했다. 한 직원은 “26일 폐업신고 당일 오전에서야 폐업한다는 얘기를 제대로 들었다. 저임금 직원들부터 미지급 급여를 정산해주겠다고 얘길 들었는데, 믿을 수 없다. 미지급 급여, 퇴직금을 제대로 돌려받을 수 있도록 알음알음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럴 해저드··· OTA 평판 하락 우려
 

더 큰 문제는 오너십을 발휘하는 임원진의 모럴 해저드(Moral Hazard; 도덕적 해이)이다. 굿메이트가 폐업신고를 한지 하루 뒤인 3월27일, 오전 8시50분에 사무실에 갔지만, 문은 잠겨있었다. 호스팅 비를 내지 않았는지, 호텔조인 홈페이지도 서버가 다운돼 있었다. 그나마 31일 현재, 홈페이지에는 임직원 사과문만 보이는 상황으로 개선됐다.



호텔조인을 통해 예약했지만, 숙소를 이용할 수 없게 된 고객은 100% 보상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총 보상액의 기준인 ‘여행사 영업보증금 보증보험’(이하 영업보증보험)을 굿메이트는 일반여행업 등록 최소기준인 5000만원만 들었기 때문이다. 총 피해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업계가 추정하는 가운데, 피해액이 5000만원을 초과하면 피해자들은 일정 비율로 손해를 감수하며 지급받을 수밖에 없다. 추가로 보상 받기 위해선 피해자가 굿메이트에 직접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해야 한다. 지난해 굿메이트에서 퇴사한 한 직원은 “정식으로 황은호 대표 수사가 진행된다면, 배임·횡령 사실이 드러날 거라고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280억 매출에 보험한도는 5000만원?

 

굿메이트가 신고한 매출액 기준대로라면, 영업보증보험은 5000만원 한도가 아닌 10억원이다. 영업보증보험은 여행업자가 등록조건을 위반해 여행알선과 관련한 부당요금징수, 부실안내, 여행알선 계약지연 등으로 여행자가 입은 손해를 부담하는 인·허가보증보험이다. 영업기간 중 계속 가입해야 하며, 1년에서 3년까지 보험계약기간을 정할 수 있다.
 

굿메이트가 신고한 매출액은 2015년 기준 283억9300만원이었다. 서울보증보험 관계자는 “직전년도 사업매출액이 100억원 이상이면 10억원 영업보증보험 계약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굿메이트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10억원 보증보험을 5000만원으로 계약할 수 있었다. 일반여행업체로 등록한 굿메이트의 영업보증보험 계약상 피보험자는 한국여행업협회장이다. 한국여행업협회(KATA) 측은 '굿메이트가 서울보증보험을 통해 영업보증보험을 가입했다'고 중앙일보를 통해 29일 밝혔다. 그런데 보험계약자는 영업보증보험 증권을 등록관청과 피보험자 두 곳에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보험계약자가 제대로 보험가입을 했는지 등록관청과 관할 협회가 크로스 체크를 해 실수를 줄이자는 이유가 있다. 굿메이트의 눈속임 신고, 서울보증보험의 업무능력 미숙, 한국여행업협회와 강남구청의 업무 소홀 등이 문제로 지적될 수밖에 없다.
 

한국소비자원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여행 피해 등을 담당하는 소비자원의 한 부서 담당자는 여행불편처리센터와 주요 언론, 수많은 커뮤니티에 호텔조인 피해신고가 올라왔지만, “그런 일이 있는 줄 몰랐다. 서울 지원 서비스팀이 자세히 담당하니 그쪽으로 문의하라”고 대답했다. 서울 지원 서비스팀 담당자에게도 “시장조사국 거래개선팀으로 문의하라”는 답변 밖에 들을 수 없었다.
 

한국소비자원은 매년 ‘여행·항공·숙박 관련 피해구제 현황’ 자료를 발표한다. 지난해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는 “상반기에만 1515건의 피해건수가 접수돼 2016년 총 피해건수 2796건을 초과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숙박·여행·항공·렌터카 분야 소비자 피해주의보’를 공정위와 공동 발령하기도 했다. “관련 상품을 선택할 때 업체의 환불, 보상 기준을 꼼꼼히 확인하고, 피해를 입었을 경우 증빙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도 했다.
 

엄연히 따지면, 피해자는 굿메이트 외에도 주무기관, 부처에 피해보상을 호소해야 할 처지인 셈이다.

편성희 기자 psh4608@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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