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Phenomena)
여행 검색의 진화… 깨어나는 아프락사스
우리가 쉽게 여행 검색이라고 지칭하고 있지만, 이는 시대적인 변화를 내포하고 있다. 어느 여행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여행상품을 검색하는 것도 여행 검색이라고 할 수 있고, 네이버(Naver)나 다음(Daum) 등의 포털(Portal) 사이트에서 여행지나 호텔 등을 검색하는 것도 가장 기본적인 검색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에 여행 검색은 포괄적이기보다 세분되고 전문화되는 양상으로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검색’이 포탈 검색 중심의 키워드(Keyword) 광고에 집중돼 있었다면, 요즘은 특정 사이트와 응용 앱(Applied Application)으로 범주가 다양해지고 있다.
>해외 업체가 주도한 응용 앱
이러한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해외 업체들이다. 지난 2012년에 항공권 검색 서비스인 스카이스캐너(Sky-scanner)가 해외 업체에서는 처음으로 한국 시장의 포문을 열었고,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스카이스캐너는 2001년 영국에서 설립됐고, 이 기업은 빠른 속도로 유럽 내 최고 인기 검색 엔진으로 성장했다. 2011년에는 싱가포르에 스카이스캐너 아시아 지사를 설립해 아태지역에서 성장 기반을 마련한 상태다. 스카이스캐너는 현재 27개국 언어와 70개국 통화로 항공편 검색을 제공하고 있는데, 기존 항공 검색에서 호텔, 패키지, 렌터카 등의 수배 서비스로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보다 1년 전인 2011년 여름에는 세계 최대의 온라인여행사(OTA)인 익스피디아(Expedia)가 한국 진출을 발표했다. 마침 그때는 한국에서 FIT(개별·자유여행) 시장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된 시기이기도 하다. 스카이스캐너는 다른 검색 업체들보다는 조속하게 한국 시장 문을 두드린 결과, 초기효과(Initial Effect)의 수혜를 톡톡히 누렸다.
스카이스캐너에 방문하는 전 세계인구는 월평균 5000만 명에 달한다. 특히 총 방문자의 59%를 차지한 모바일 플랫폼 방문객은 지난해에만 60% 이상 증가했다. 한국의 경우, 스카이스캐너 플랫폼 방문객이 지속해서 늘어나며 2015년에는 전년 대비 134.6%나 상승했다.
모바일 플랫폼에서 여행을 계획하거나 실제 예약을 하는 여행객이 갈수록 증가하며 모바일을 통한 항공권 예약률은 연간 24%씩 성장했다. 이는 항공권 구매를 계획한 소비자들이 실제 항공권을 예약하는 전환 비율의 42%에 해당한다. 스카이스캐너 아태지역의 방문자 수는 전년 대비 48%, 모바일 방문자 수는 62%로 전년 대비 큰 폭으로 늘어났다.
>응용앱도 통합 비교하는 메타서치
이후 검색 시장은 잠잠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괄목할 만한 변화들이 전개됐다. 네이버가 GDS인 갈릴레오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 하는 메타서치(Meta Search)를 출시하면서 다시 한 번 업계 내외 관심을 증폭시켰다.
메타서치는 IT 검색 기술의 하나로 그동안 온라인 쇼핑이나 호텔 검색 엔진 등으로 주로 활용됐다. 메타서치엔진은 인터넷 웹상에서 소비자가 검색을 하면 사용자의 질의를 웹 검색엔진으로 보내, 각종 검색 결과를 통합해 사용자에게 보여주는 기술이다. 수많은 호텔 사이트를 찾아다니지 않고 한 곳에서 주요 호텔 예약업체들이 보유한 호텔 가격 비교를 한다거나, 쇼핑 사이트나 소셜커머스에 올라와 있는 여러 가격 정보를 한꺼번에 볼 수 있도록 한 사이트가 이에 해당한다. 즉, 메타서치를 이용하면 여러 가지 사이트에서 일일이 검색을 할 필요 없이 검색 결과를 한 번에 볼 수 있어 편리하다.
과거에는 다음이나 네이버와 같은 검색 포털에서 항공이나 항공사, 노선 등을 검색하면 여행사나 항공사들의 항공권 사이트로 바로 갈 수 있는 링크(Link)가 가장 먼저 나왔다. 하지만 요즘은 항공권 검색을 하면 가장 먼저 ‘네이버 항공’ 링크가 나타난다. 사용자는 포털 사이트에서도 메타서치 서비스를 받기 시작했다.
메타서치가 항공권 시장의 트래픽을 증가시키고 접근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으나 한계성도 드러내고 있다. 메타서치는 그야말로 검색 수준에서 작업이 끝난다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메타서치 사이트에서 항공권을 비교할 수는 있지만, 예약이나 결제는 사용자가 선택한 사이트에서 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각 항공사나 여행사의 발권 사이트에서 예약과 결제를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이다.
>형평성·효용성 고민··· 메타부킹으로 진보
B2B 차원에서 따져보더라도 아직은 투자 대비 효용성이 낮아 보인다. 여행사나 항공사들이 만만치 않은 메타서치엔진 개발 비용을 부담해 입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개발업체의 GDS와 입점하는 여행사의 주력 GDS가 다른 경우에는 비용은 더욱 많이 든다. 그래서 중소여행사에는 ‘그림의 떡’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입점했더라도 종종 데이터 호환에 문제가 생겨 부정확한 가격 정보가 노출되거나 검색이 되지 않는 문제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트래픽이나 수익성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업계의 고민은 진보적인 시스템을 개발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것도 국내 토종 OTA가 주역이었다. 지난해 12월, 트래포트(대표 안경열)는 메타서치의 한계성을 극복한 메타부킹(Meta Booking)의 한국형 시스템을 개발해 응용한 트래블하우(Travel How)앱을 출시했다. 트래포트는 일찍이 IT 기반의 OTA 영업으로 업계에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메타서치의 느린 속도와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3년 여 간의 연구 개발을 거쳐, 국내 최초의 메타부킹 서비스를 론칭한 것이다. 메타부킹은 기존 메타서치에 예약(Booking)까지 한 페이지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개발된 시스템이다. 각 여행사 항공권 사이트에 들어갈 필요 없이 자체 메타부킹 페이지에서 검색-정산-결제가 한 번에 이뤄지는 것이다.
출시 초기, 트래블하우의 메타부킹 서비스는 항공권에 한했지만, 최근에는 호텔까지 상품 영역을 넓히며 포트폴리오를 점차 확장하고 있다. 론칭 이후 트래블하우는 신규 여행 앱 다운로드 순위 5위 안으로 진입하는 등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올해 초에는 투자사로부터 플랫폼 사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카약(KAYAK)의 한국시장 진출
여행 검색 서비스에 대한 해외 사업자와 국내 포털 업계, 국내 OTA간 경쟁이 뜨거워지는 가운데, 지난 4월 말에는 세계적으로 가장 진화된 여행 검색 서비스로 평가받는 카약(KAYAK)이 한국 시장에 상륙했다.
카약은 항공, 호텔, 렌터카를 한 곳에서 예약할 수 있는 것은 기본이고, 상품 가격 비교부터 예약, 여행 일정 관리까지 모든 서비스를 제공한다.
카약은 2004년 미국에서 출시된 이후 현재 35개국에서 서비스를 운영 중이며, 월 1억 건 이상 여행 검색 건을 처리하고 있다. 특이한 한 점은 카약의 직원 중 70%가 개발 엔지니어라는 점이다. 결국 검색 서비스는 플랫폼 또는 앱의 질적인 접근성이 승부를 좌우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카약은 웹사이트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수백 개의 항공사, 호텔예약 사이트, 온라인 여행사 등의 상품을 검색해 한눈에 비교할 수 있게 보여준다. 여행 검색 서비스 이용료는 무료다. 카약은 검색 예약 손님이 아닌 예약이 들어간 항공사나 여행사 등 협력사들로부터 예약 수수료를 받는다.
카약의 검색 서비스는 독보적이라 할 만큼 특이하고 편리한 기능들로 무장했고, 기존 사업자들과의 개발 능력 격차를 크게 벌리고 있는 양상이다.
카약은 7일 이내의 항공권 요금 상승·하락 여부를 미리 검토해 최적의 예약 시기를 알려준다. 또한 ‘가격 알리미’ 기능을 통해 본인이 설정한 항공편과 호텔 요금 가격이 변동될 때 알려준다. 또한 카약 믹스(KAYAK Mix) 기능을 활용하면 왕복 항공권보다 저렴한 편도 항공권 결합상품도 함께 볼 수 있다.
여행 계획을 짤 때 유용한 기능들도 눈길을 끈다. 여행 일정을 계획하고 관리할 수 있는 트립(Trips) 기능을 통해 다른 사이트에서 예약한 티켓들도 시간대별로 관리할 수 있다. 이메일이나 모바일 앱으로 출발 전 비행기 상태나 탑승장 번호, 도착한 후에는 수화물 찾는 곳까지 알려준다.
지난 5년 만에 여행 검색 시장은 수 배 이상 성장했다. 앞으로도 다양한 콘셉트로 무장한 다양한 국내외 업체들이 추가 진입이 예상된다. 바야흐로 여행 검색 춘추전국시대가 온 것이다.
양재필 기자 ryanfeel@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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