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인 지난해 여름, 하나투어 주가는 장중 20만원대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하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최근 기약 없는 폭락세를 보이며, 연일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이 연일 매도세를 멈추지 않고 있으며, 투자자들도 계속된 하락세에 원망 섞인 반응을 표출하고 있다. 잘 나가던 하나투어에 지난 1년간 무슨일이 벌어진 것일까. 끝없는 주가 폭락의 원인은 무엇인가.
여행업을 대표하는 우량 주식으로 투자자들의 인기를 한껏 누린 하나투어 주식이 연일 헐값에 팔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하나투어는 면세점 효과와 여행 산업 수혜주 톱 픽(TOP PICK)으로 거론되며 주가 상승세에 가속이 붙었다. 하지만 최근 하나투어 주가는 기약 없는 폭락세를 보이는 중이다. 이렇다 할 반등세나 모멘텀(Momentum)도 완전히 실종된 듯하다.
하나투어의 역동적인 주가 히스토리
◇최고의 호재는 불행의 씨앗
하나투어의 주가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시절 주당 1만 원대 초반까지 하락하며 최저치를 찍었다. 이후 2012년까지 3만 원에서 5만 원 사이를 왔다 갔다 했다. 이후 2012년 이후 2014년까지 2년간 하나투어 주가는 주당 6~7만 원 수준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돼서 거래됐다.
이 기간 여행산업은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며, 규모의 경제에서 우위를 점한 하나투어의 독점적인 지위가 유지됐다. 기관과 외국인은 여행산업 팽창에 대한 최고 수혜주를 하나투어로 보고 연일 프리미엄을 주면서까지 하나투어 주식을 쓸어 담았다. 더욱이 지난 2011년 11월부터 코스닥에 상장돼 있던 하나투어가 코스피 시장으로 이전하면서, 신뢰도 높은 투자 자금이 더욱 빠른 속도로 유입됐다.
2년여간 매집 끝에 유통 주식 물량이 바닥나자 주가는 급등 시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때 주가 상승의 계기를 확실하게 제공한 것은 하나투어의 중소 면세점 입찰 재료였다. 면세점 사업의 수익성이 중장기적인 호재로 작용하면서, 지난 2014년 말 7만 원 수준에서 거래되던 주가는 외국인들의 순매수에 힘입어 빠르게 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불과 8개월 만에 20만 원 고지를 찍었다.
증시 격언에 ‘최고의 악재는 주가 상승 자체다’라는 말처럼 이후 하나투어 주가는 전 고점을 단 한 번도 탈환하지 못한 채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최고의 호재처럼 인식되던 면세점 사업이 알고 보니 돈 까먹는 사업으로 둔갑하면서, 주가 하락의 가속도는 더욱 격렬해졌다.
하나투어의 7월 말 주가는 주당 7만4000원대로 연중 최저치이자, 정확히 1년 전 고점 대비 63%가 넘는 폭락을 보인다. 주가는 상승을 시작했던 지난 2014년 말의 주가 수준으로 회귀했다. 하나투어 주가는 결국 면세점 때문에 크게 웃고, 면세점 때문에 울어 버린 괴상한 그래프를 남겼다.
끝 모를 추락의 원인
◇외국인·기관은 왜 하나투어를 버렸을까
한 회사의 주가의 큰 흐름은 매수 주체들의 물량 싸움으로 형성된다. 주식 시장에서 거래 주체는 외국인, 기관, 개인이다. 개인들의 거래 물량과 빈도가 가장 높긴 하지만, 그들 거래의 질은 집중도와 규모면에서 기관과 외국인들의 그것을 압도할 수 없다.
하나투어의 주가도 결국 기관과 외국인이 만든 합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014년 말부터 7만 원대의 하나투어의 주가를 1년도 안 돼 주당 20만 원으로 급등시킨 것은 외국인들의 집중적인 주식 매수 때문이다.
2013년과 2014년 초반까지 하나투어의 외국인 지분율은 15% 전후였다. 이후 외국인은 1년 만에 하나투어에 대한 지분율을 30% 수준까지 끌어올리며 주가 상승을 주도했다. 반면 기관은 대체로 상승 기간에 물량을 줄이는 행보를 보였다.
지난해 7월 말 주당 20만 원을 찍고 내리기 시작하자 외국인들은 본격적인 차익 시현에 나선다. 같은 기간 기관도 가지고 있던 물량을 털어내는데 집중했다. 30% 수준이었던 외국인 지분율은 이후 계속해서 줄어들어 최근에는 18%까지 떨어졌다. 기관 매도세는 주가가 내릴수록 더욱 맹렬해지고 있다.
하나투어 주가 하락세를 촉발한 것은 기관과 언론들이 하나투어 면세점 사업이 예상보다 부진하다는 부정적인 전망을 지속해서 내놓은 탓이 크다. 큰 기대를 걸었던 하나투어 면세점이 오히려 대기업 면세점 사이에 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면서, “여행업으로 벌어들인 돈을 다 까먹고 있다”는 평가가 연초부터 계속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대기업 주요 면세점 관련 주가도 동반 하락하면서 하나투어도 면세점 관련주로 분류돼 매물 폭탄을 같이 맞았다. 설상가상으로 지카 바이러스와 브렉시트, 유럽 테러 등 여행산업 전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호실적에 대한 기대감까지 꺾였다.
한편, 일부 투자자들은 “하나투어가 투자업계에 비신사적인 모습을 보여 공분을 샀다”며 “이것이 주가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하나투어가 지난해, 자사에 대해 비우호적인 기업 평가와 주가 예상을 내놓은 분석전문가(Analyst)들을 ‘블랙리스트’로 올려 회사 출입을 금하는 초강수를 둔 적이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일부 투자 전문가들은 “통상 자본 시장에서 기업이 기업 가치 평가에 대한 불만으로 투자자의 알 권리나 의견을 무시하는 행위는 비상식적인 초유의 사태다”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역대급 신용물량에 공매도까지 기승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 매도가 진행되는 동안 개인들의 매수세는 더욱 늘고, 신용거래 물량은 전에 없는 급등세를 보인다. 통상 개인 신용물량은 주가에 악성 매물로 작용해 주가 하락 시 반대매매로 내림세를 부추기는 속성이 있다. 2015년 들어 주가 내림세가 빠르게 진행되자, 개인들은 신용으로 하나투어 주식을 대거 매수하기 시작했다. 2015년 초 1만5000주 정도에 달하던 신용물량은 최근 21만 주까지 급등하며 10배 이상 늘었다.
하나투어의 주가 하락을 부추기는 가장 큰 원인은 사실 공매도(Short Stock Selling, 空賣渡)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공매도는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개념일지 모르지만 실제로 금융 시장에서 통용되는 거래다.
대개 특정 기업의 주가가 내려갈 것으로 예상할 때 공매도가 활용된다. 예상대로 주가가 내려가면 내려간 가격에 주식을 사서 빌린 주식을 갚아 차익을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A 종목을 갖고 있지 않은 투자자가 이 종목의 주가하락을 예상하고 매도주문을 냈을 경우, A 종목의 주가가 현재 2만 원이라면 일단 2만 원에 매도한다. 만약 3일 후 주가가 1만6000원으로 떨어졌다면, 투자자는 1만6000원에 주식을 사서 결제해 주고 주당 4000원의 시세차익을 얻게 된다. 한 마디로 주가가 내리는데 베팅해서 수익을 내는 것이다. 하나투어 공매도 세력들은 하나투어가 내릴수록 수익이 나는 것이다.
이러한 공매도가 하나투어 주가가 하락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일반적으로 공매도 비율이 높다는 것은 공매도 물량이 기승을 부린다는 뜻이며, 주가 하락을 점치는 투자자들이 많다는 이야기다. 실례로 당일 공매도 비율이 20%라는 것은 전체 거래 중에 하락으로 주식을 베팅(Betting)하는 물량이 20%라는 이야기다. 현재까지 개인투자자는 공매도가 불가능하다. 결국 하나투어의 공매도 물량은 대부분 외국인과 기관에서 출회됐다고 추정할 수 있다.
하나투어의 공매도 비율은 주당 10만 원대 이상에서 10% 이하였지만 10만 원 이하로 내려가면서 20~30%대로 급증했다. 실제로 주당 주가가 8만2500원 수준이었던 지난 7월 6일과 7일에는 역대 최고 수준의 공매도 비율을 보였는데, 각각 33.96%, 36.19%에 달했다. 거래 물량의 3분의 1이 하나투어 주가 하락에 베팅했다는 의미다. 양일간 공매도 금액은 약 62억 원에 달했다. 이후로도 공매도 물량이 지속해서 출회됐고, 주가는 이후 단 20일 만에 주당 1만 원 가까이 빠졌다.
주요 주주 지분 변화
◇1년 만에 사라진 회장님의 돈, 1152억 원
끝없는 하나투어의 주가 폭락에 개인 투자자들이 연일 아비규환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하나투어 주요 주주들도 말을 못할 뿐 가슴은 더 쓰릴 듯하다. 하나투어의 주가가 1년 만에 60% 넘게 급락하면서 주식 보유 금액이 큰 폭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하나투어의 주요 주주를 살펴보면 박상환 회장이 개별 주주로는 가장 많은 7.83% 지분, 총 91만 주에 달하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권희석 수석 부회장은 5.37%로 62만3800주, 최현석 부회장은 3.6%로 41만8200주 정도를 가지고 있다.
이외에 외국계 자산 운용사인 이스트스프링스자산운용이 10% 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JF 에셋 매니지먼트와 홍콩 슈로더자산운용 등도 5%대의 하나투어 주식을 가지고 있다. 국민연금도 업종 대표 주식을 주로 포트폴리오에 담는 특성상 하나투어 주식을 8.81% 보유하고 있다. 하나투어는 의결견이 없는 우선주는 전혀 없고 모두 보통주만 상장돼 있는데, 총 발행 주식 수는 1161만6185주다.
지난해 7월 20일 하나투어가 장중 최고가를 찍었을 때와 1년이 지난 후 주가 변화에 따른 보유 금액 차이를 비교해 본 결과, 천문학적인 손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박상환 회장의 경우 지난해 7월 20일 장중 고가 기준 주식 보유 금액은 1864억 원에 달했다. 하지만 1년 후인 올해 7월 20일 보유 금액은 712억 원에 불과했다. 1년 만에 평가차손이 1152억 원에 달한 것이다.
권희석 수석 부회장도 같은 기간 1278억 원에서 올해 488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최현석 부회장도 1년 만에 529억 원의 주식 평가 손실을 냈다. 육경건 영업본부장도 200억 원대 주식 보유금액이 78억 원으로 급감했다. 외국계 자산 운용사와 국민연금도 1년 만에 보유 금액이 평균 1000억 원 감소했다. 주요 대주주들의 경우 보유 주식을 상당부분 처분할 때 거래소에 공시해야 한다. 그동안 특별한 주식 수 변동이 없었다면, 1년 만에 천문학적인 돈이 눈앞에서 휘발돼 버렸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사상 최고의 내외국인 여행객이 오가고 있지만, 하나투어의 실적은 면세점 부진으로 한동안 발목이 잡힐 공산이 크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SM 면세점이 180~190억 원의 영업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한다. 그렇게 되면 하나투어의 올해 영업이익은 390억 원대로 전년 대비 20% 급감하게 된다. 하나투어는 지난 8월1일 2분기 영업손실이 2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했다고 공시했다.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주가가 선행 지표인 점을 참작하면, 하나투어 주가는 아직도 내려갈 구석이 더 많아 보인다. 하나투어의 주가가 폭등하기 시작한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2년 전인 2014년, 7만 원 수준에서부터였다. 7월 26일 종가는 7만4500원. 하나투어 주가의 분수령은 주당 7만원선. 7만원을 전후로 상하방 세력간 치열한 가격 다툼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주당 6만5000원선까지 깨질 경우 하락 충격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TI
양재필 기자 ryanfeel@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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