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업종 배당규모·배당성향 고루 상승 긍정적
실적 뒷받침 안 되면 시세 하락으로 더 손해
[TI] 증시 격언에 “바람 불면 배당주”라는 말이 있다. 이는 상장 기업 중 12월 결산 법인의 경우 연말에 배당락이 있어, 가을쯤 주식을 매수해 2개월 정도만 보유하면 배당금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생긴다는 것이다.
배당주는 견조한 실적을 바탕으로 배당을 하는 주식으로서 해당 주식의 주가 상승 외에 배당까지 받을 수 있고 변동성이 클 경우 안정성도 상대적으로 우수해 1석3조 매력을 갖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변동성이 증대된 시장 상황에서는 기대수익률을 따라가기보다는 배당주처럼 안정성 이외에 플러스를 추구할 수 있는 종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주주친화적인 배당주의 확대 정책에 따라 여행업종들도 과거보다 배당에 관대해지는 양상이다. 전체 업종 대비 배당 수준이 아직 높지는 않지만, 가을이 지나가기 전 잘만 골라두면 주가 상승과 배당금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도 있다. 여행업종의 배당 매력과 배당 성향을 들여다보았다.
찬바람 불면 배당주 매수가 정석
배당은 기업이 한 해 농사의 결과물을 나누는 작업이다. 12월 말일 기준으로 해당 기업의 주식을 가지고 있으면 대략 이듬해 4월쯤 배당금을 준다. 그러한 까닭에 가을쯤 되면 슬슬 배당주(配當株)에 대한 관심이 커지기 시작한다. 요즘은 이런 경향이 더 강해졌다. 정부가 2014년 이후 기업의 배당 확대를 유도하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펴고 있어서다.
덕분에 한국증시의 배당성향은 꾸준히 오르고 있다. 배당성향은 당기순이익 중 현금으로 지급한 배당금의 비중이다. 100억을 벌어 주주에게 10억원을 배당하면 배당성향이 10%라고 할 수 있다. 한국(KOSPI 200-주요 상장기업 200여개로 이뤄진 지수)의 배당성향은 2012년부터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22%를 넘어섰다.
국가별로 차이가 있지만 보통 신흥국이 30%대, 선진국이 40%대의 배당성향을 나타낸다. 한국의 배당성향이 더 상승할 여지가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지난해 코스피(거래소 시장) 상장사의 현금 배당금 규모도 사상 처음으로 20조원을 돌파했다. 2014년보다는 약 30% 증가한 수치다.
최근 한국 증시의 변동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미국이 개선된 경제 펀더멘탈을 바탕으로 연내 금리인상을 추진하고 있고, 달러의 가치와 국제유가도 최근 급격한 오르내림을 반복해 국내외 증시의 변동성을 확대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증시 변동성 증가 흐름에서는 배당주의 가치가 더욱 빛난다. 배당주의 경우 연말 배당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 변동성이 줄어들고, 증시 상승에 따라 연말까지 꾸준한 주가 상승까지 동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식을 직접 매수하면 배당금을 받는데 종목에 따라 배당금과 성향이 다르므로 매수 전에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배당금을 받고 싶다면 보통 연말 거래종료일 3일전까지는 해당 주식을 매수해 놓아야 한다. 보통 12월26일이나 27일이 매수 기한일이다.
또, 연초 증시가 다시 시작되면 배당금 지급에 따른 ‘배당락’이 발생해 종목과 증시가 1% 가량 하락해 시작하게 되는데,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회복되는 양상을 보인다. 배당락 이후에는 주식을 팔더라도 배당금을 받을 수 있다. 배당금은 통상 4월쯤 본인 증권계좌로 배당세금을 제한 후 자동 입금된다.
배당주 직접투자가 어렵다면 배당주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배당주 펀드를 사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여행업종 배당성향 상승...35% 수준
증시에 상장된 주요 여행관련 종목의 배당금과 배당성향을 조사한 결과, 배당성향이 업종 평균을 넘겼고, 배당금 규모도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세계 약 2만개 기업을 기준으로 본 세계 평균 배당성향은 36.9%이고 한국은 19.4%였다. 여전히 한국 기업들이 배당에는 소극적인 것을 알 수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의 순이익과 세계 업종별 배당성향을 감안할 때 한국 기업들의 적정 배당성향이 최소 32%는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행업종의 최신 배당금과 배당성향을 분석한 결과 상장 여행업종 12개 종목의 연간 평균 배당금(중간 배당 포함)은 주당 475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배당성향도 2012년 평균 21%에서 2014년 28%를 넘겼고, 지난해에는 35% 수준까지 올라왔다. 이는 업종 평균치를 넘는 수준이다. 특히 지난해 제주항공이 상장 후 첫 배당금을 지급하면서 여행업종 배당평균은 더욱 높아졌다.
여행사 배당성향 高...항공사 無
상장 여행사들은 대부분 연말 배당금을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덩치가 큰 항공사들은 배당금 지급에 인색했다.
주요 여행사들의 배당금을 보면 레드캡투어가 지난 4년간 주당 600원 수준의 배당을 이어왔고, 모두투어는 주당 400~500원의 배당금을 지급해왔다. 세중과 참좋은레져 역시 주당 100원의 배당을 매년 시행하고 있다. 주당 배당금 액수로만 놓고 보면 하나투어의 배당금이 압도적이다. 하나투어는 지난 2012년 주당 1000원의 배당금을 지급한 이후 2014년에는 1300원, 지난해에는 주당 1500원의 배당금을 지급하고 있다.
하나투어는 상반기에 중간배당을 지급하고 하반기에 연말 배당을 추가 지급하고 있는데, 올해도 상반기 주당 700원 배당금이 나간상태이며, 연말 배당까지 합하면 지난해 수준의 배당금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카지노 주식 중에서는 강원랜드의 배당금 지급이 가장 액수가 크고 안정적이다. 강원랜드는 주당 배당금을 매년 100원씩 올리고 있는데, 이는 실적 증가에 따른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으로 보여진다. 반면 GKL은 2012년 1200원이 넘는 배당금을 지급하다가 햇수가 갈수록 배당금 액수를 줄이고 있다. 파라다이스는 2014년까지 배당금을 늘리다가 지난해부터 배당금을 빠르게 줄이고 있는 상태다.
항공사 중에서는 유일한 LCC(저비용항공사) 상장사인 제주항공만이 배당금을 지급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주당 400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는데, 올해 실적 호조 및 주가 부양에 대한 의지 표명 차원에서 500원까지는 배당금을 올릴 것으로 예측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이미 수년째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수년간 적자 누적과 최근 그룹사 문제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탓으로 풀이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올해도 운영 악화로 배당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高배당 무조건 최고 아냐...양날의 칼
배당주를 잘 고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기업의 실적 추세와 일회성 배당 여부, 오너리스크(owner risk) 등을 고려해서 배당주를 골라야 한다고 조언한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과거에 배당을 많이 준 기업이라도 실적이 악화한다면 배당을 줄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실적 전망치를 살펴보면서 투자할 필요가 있다"며 "일회성 배당에 그친 기업들을 걸러내기 위해선 주당 배당금이 3년 연속으로 줄어들지 않았던 기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배당주들의 경우 배당금이 급속도로 증가하다가 실적 악화로 배당 규모를 급격하게 줄이는 경우를 자주 목격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배당성향이 너무 높은 것보다는 낮은 수준에서 꾸준히 증가하는 종목을 고르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상장 여행사들의 배당성향 추이를 보면 하나투어의 경우 지난해 배당성향이 56%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올해부터 불거진 면세점 리스크로 연간 실적 쇼크가 기정사실화 되고 있는 상황이여서, 배당금 규모를 유지하기가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모두투어와 참좋은레져는 2014년까지 배당성향이 증가하다가 지난해부터 꺾였고, 레드캡투어와 세중은 2014년 대비 배당성향이 크게 오르고 있어, 올해도 좋은 배당을 기대할만 하다.
여행사 실적 급락에도 임원 배당금 잔치 여전
고배당주가 당장에는 좋아 보이지만 기업 실적이 뒷받침 되지 않을 때는 기업의 잠재 재무 리스크를 증강시킬 수 있다. 배당금을 주기보다 기업 실적을 뒷받침할만한 견고한 사업에 재투자를 감행하는 것이 중장기적 주가 상승에는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배당 기업의 경우 지분율이 높은 해외 투자사나 주요 임원들의 호주머니로 천문학적인 금액이 들어갈 소지가 커진다. 주주환원 정책이 주요 임원들의 배만 불리는 장치로 변질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해외 투자사의 경우 배당금으로 인한 국부유출 가능성도 높아진다.
주요 상장 여행사들도 예외는 아니다. 여행업황 부진으로 실적 유지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여행사들은 배당 규모와 배당성향을 지속적으로 높이고 있다. 실적과 주가를 역행하는 배당정책을 쓰고 있는 것이다.
하나·모두투어 지분율에 따른 주요 주주들의 연간 배당금 규모를 확인한 결과, 주요 임원들의 경우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10억원이 넘는 돈을 매년 배당금으로 챙겼다. 하나투어 박상환 회장의 경우 하나투어 지분율이 7.83%인데, 이를 배당금 규모로 환산하면 연간 13억원 수준의 배당금(세전)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온다. 권희석 부회장은 9억원에 육박하는 배당금을 받고 있다.
모두투어의 경우 시총 규모가 하나투어 대비 작아 배당금 수취금액이 높지는 않았다. 우종웅 모두투어 회장이 지분 10.66%를 가지고 있는데, 연간 배당금 수취액은 4억9000만원 수준이다. 홍기정 부회장은 3.89%로 1억8000여만원, 한옥민 사장은 2%대 지분으로 연간 9400여만원을 받고 있다.
비상장 여행사 임원 관계자는 “여행사들이 부진한 실적을 부풀려서라도 증시에 상장해보려는 이유는 뻔하다. 하지만 실적이 뒷받침 되지 않는 증시 상장과 배당지급은 나중에 기업 영속성 붕괴에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양재필 기자 ryanfeel@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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