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채우는 여백의 나라 라오스
2018-01-15 15:45:02 | 이채현 에디터

라오스가 그리웠다. 왜 인지는 모르겠다. 12월 겨울을 뒤로하고 다시 찾은 그 땅, 대지의 후끈한 기운을 딛고 서니 멀리 숲부터 바람이 불었다. 묘했다. 여름과 가을 사이 불어오는 아련한 어떤 것. 라오스는 딱 그런 곳이었다.

이채현 에디터 ych@ttlnews.com

 

 

라오스는 느리게 변화 중

 

 

 

 

1년 만에 다시 찾은 라오스는 조금씩 변화 중이었다. 한창 공사 중이던 비엔티안 국제공항은 막바지 공사에 들면서 국내선 쪽을 제외하곤 꽤나 정비된 모습을 하고 있었다. 태국과 베트남, 캄보디아, 미얀마, 중국 다섯 국가를 국경으로 접해있는 동남아 유일의 내륙국가 라오스. 수많은 침략을 받은 탓에 주변국에 비해 발전이 거의 되어 있지 않던 이곳도 이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모양이다. 한국에서도 1년 새 서울 발 LCC들은 물론 부산에서 출발하는 에어부산 까지 하늘길이 다양해졌다. 루앙프라방과 비엔티안을 둘러보는 3박4일 일정. 겨울옷을 훌훌 벗어던지고 곧바로 루앙프라방 행 비행기에 올랐다.

 

 

두 도시를 오가는 꿀 tip

비엔티안에서 루앙프라방에 가는 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육로를 통한 길과 비행기를 타는 방법이다. 육로 이용 시 루앙프라방까지 차로 11시간 정도 소요된다. 보통 중간지점 위치한 액티비티의 천국 ‘방비엥’ 거쳐 갈 경우 육로를 이용하게 되는데 벤이나 슬리핑 버스(Sleeping bus)라 불리는 침대 버스를 타고 움직인다. 슬리핑 버스는 다른 교통수단보다 월등히 저렴해 밤사이 도시 간 이동하려는 세계 백 패커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추천하지 않는다. 라오스 자체가 산이 많고 길이 정비되지 않은 곳이 많아 사고 소식을 종종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소 안전한 벤을 타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루앙프라방으로 바로 간다면 단연 국내선을 이용하는 것이 최선이다. 이착륙까지 40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아 안전하고 시간 단축에 효과적이다. 온라인 구매 가능하며 현지에서도 구매 가능하다.

 

 

다양한 얼굴 간직한 루앙프라방 Luang Prabang

 

 

 

 

1시간도 안 돼 비행기가 붉은 하늘을 가르고 루앙프라방에 도착했다. 고대왕국의 옛 수도였던 루앙프라방은 19세기 프랑스의 지배를 받아 유럽과 라오스 전통 문화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곳이다. 또 해발 700m의 고지대에 간직한 아름다운 자연과 사원, 소수민족의 조화로 도시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있기도 하다. 단언컨대 루앙프라방은 세계 여행자들이 라오스 앓이를 하게한 가장 큰 이유다.

메콩강과 칸강의 합류지점에 위치한 루앙프라방은 강 이남으로 그 느낌이 아주 다르다. 야시장이 열리는 여행자 거리는 유럽풍의 트랜디하고 아기자기한 가게가 많이 자리 잡고 있다. 휴가를 즐기러 온 많은 여행객들이 테라스에 앉아 일광욕을 즐기며 시원한 맥주와 함께 책을 읽거나 일행과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반면 다리 하나로 건널 수 있는 남칸강 이남은 라오스 현지인들의 일상이 있는 곳이다. 이른 아침이면 낮은 담 사이로 밥 짓는 냄새를 맡을 수 있고 이발소에서 머리 깎는 할아버지, 식료품 가게에서 아기를 돌보는 아주머니도 볼 수 있다. 울퉁불퉁한 비포장 도로를 걷다보면 맨발로 숨바꼭질을 하는 라오스 꼬마들의 웃음소리가 골목 끝에서부터 들려온다. 말은 안통해도 낯선 방문자에게 찡긋 미소를 짓는 게 이곳의 아이들이다.

 

 

지름신 강림! 몽족 야시장

 

 

 

 

숙소에 도착해 짐을 푸니 어느덧 저녁. 가벼운 차림으로 야시장으로 향했다. 물가가 저렴한 라오스라지만 루앙프라방의 야시장을 갈 생각을 하면 여윳돈을 챙겨가야 할 것 같다. 어둠이 더위를 슬쩍 몰아갈 때 쯤 열리는 야시장은 그야말로 구경하는 재미, 사는 재미 가득한 곳이다. 몽족이 직접 제조한 카펫부터 유명한 라오스 실크와 커피, 장신구 등을 파는데 구경하다보면 어느새 양손 가득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야시장 사이사이 골목엔 수십 가지의 현지음식을 즐길 수 있는 만킵 뷔페(한 화 약 1400원)부터 길게 자른 대나무 꼬치에 꿴 각종 숯불구이, 겉은 포슬 안은 촉촉한 코코넛 빵까지 먹을거리 가득하다. 배도 부르고, 양손도 무겁다면? 야시장이 끝나는 부분 즈음 한화 만원도 안 되는 돈으로 전신 마사지를 즐길 수 있는 업소가 많이 있다. 그간의 여독이 한 번에 풀린다.

 

 

에메랄드빛 천연 수영장 꽝시폭포

 

 

 

 

라오스에서의 두 번째 날, 남칸 강 이남에서부터 꽝시폭포를 가기위해 여행자 거리까지 천천히 걸었다. 남칸강을 건너기 위해 지난 올드 브릿지. 대책 없이 흔들거리는 다리에 발에 땀이 났다. 겨우겨우 다리를 건넜을 때 쯤 라오스 꼬마 다섯이 쪼르르 와서는 누가 다리에 실례를 했다고 자기들끼리 까르르 웃고 지나간다. 그 모습이 귀여워 사진기를 드니 다시 돌아와 브이를 그리고 간다. 그제야 그 뒤로 루앙프라방의 경관이 눈에 들어온다.

루앙프라방에서 남쪽으로 25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꽝시폭포는 차로 시내에서부터 1시간 정도 걸려 당일치기로 갔다 오기 좋다. 툭툭이나 자전거를 타고 가도 되지만 여행사들의 다양한 액티비티 패키지를 이용하면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안전하게 다녀올 수 있다. 에메랄드 빛 물빛과 석회석으로 인해 오묘한 빛을 내는 폭포 바닥은 ‘감히 들어가도 되나?’ 싶을 정도로 경이롭다. 폭포 주변으로는 작은 레스토랑들이 있어 자연과 함께 여유를 즐기기 좋다.

 

 

현지 음식 내 손으로, 쿠킹클래스

 

 

 

 

개인의 취향에 따라 놀이도, 힐링도 할 수 있는 곳 루앙프라방. 폭포에 다녀온 후 전날 예약해둔 이브닝 쿠킹클래스에 참가했다. 루앙프라방에는 크게 3곳의 쿠킹클래스가 있는데 아침부터 저녁까지 장보기부터 요리까지 배우는 올 데이 클래스, 저녁 시간만 활용하는 이브닝 클래스가 존재한다. 정원이 있으므로 적어도 전날에는 예약을 끝내야 한다. 수업은 영어로 이뤄지지만 교재를 따로 주기 때문에 따라 하기 어렵지 않다. 강사가 몇 가지 음식을 시범으로 보이고 맛보게 한 후 두 가지를 골라 직접 요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요리의 난이도는 쉬운 수준이고 라오스 음식 안에 들어가는 다양한 향신료를 하나하나 구별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다시 할 수 있겠냐는 물음엔 대답을 생략한다.

 

 

새벽 나를 비우는 의식, 탁발

 

 

 

 

이른 아침 바구니를 들고 맨발로 마을을 도는 승려들의 탁발 의식이 유명한 루앙프라방. 5시반. 아직도 달이 떠있는 어슴푸레한 새벽, 멍한 정신으로 카메라를 들고 나왔다. 여행자 거리가 아니다보니 공양하는 사람이 없나 싶어 머쓱할 찰나 마을 주민들이 한둘 집 앞에 나와 공양할 준비를 한다. 승려들은 아침마다 주민들에게 공양 받고 공양한 이들에게 복을 기원한다. 또 공양 받은 것은 그대로 가져가지 않고 마을의 어려운 이웃이나 어린 아이들에게 되돌려준다. 마을 주민들은 새벽마다 나와 공양을 하고 이웃과 환하게 인사하고 안부를 묻는다. 1인당 GDP가 2천 달러도 채 안 되는 이곳에서 나누고 또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보자니 어쩐지 겸허한 마음이 든다. 느긋한 오전을 보내고 나니 비엔티안으로 떠날 시간이다.

 

 

라오스의 오늘과 내일, 비엔티안

 

 

 

 

비엔티안은 라오스의 수도지만 인구가 80만 명이 채 되지 않아 다소 한적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그래서 그런지 루앙프라방이나 방비엥에 비해 오히려 관심을 덜 받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지나치기에 아쉬운 곳들이 많다. 태국과 국경을 마주하며 흐르는 메콩강변, 다양한 불교 사원, 여전히 소소하고 마음 따뜻한 라오스 주민들이 이곳 비엔티안에 있다. 비엔티안의 랜드마크는 센트럴 비엔티안 근처에 밀집해 있어 걸어도 좋고 자전거를 빌려 다녀도 좋다. 먼 곳부터 비엔티안 중심부로 돌아와 야시장을 방문했다.

 

 

불심 가득한 도시 비엔티안

 

 

 

 

비엔티안에는 정말 많은 불교 사원과 탑을 볼 수 있다. 그 중 라오스에서 가장 신성시하고 있는 것은 위대한 불탑을 뜻하는 ‘파 탓 루앙’이다. 라오스 국기 뿐 아니라 화폐 많은 부분에 그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파 탓 루앙은 황금색 부처의 사리탑으로, 탑 주변으로 원래 4개의 사원이 세워졌으나 현재는 북쪽과 남쪽 사원만이 남아있다. 탑 앞에는 세타틸랏 왕 동상이 있다.

왓 씨싸껫은 비엔티안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이다. 1818년에 세워진 이곳은 1828년 태국의 침략으로 본당만 그 원형을 간직하고 있다. 사원에는 총 6,800여 개의 부처상이 있으며 18세기에 출판된 경전이 남아있다. 비엔티안에서 가장 오래된 탑 ‘탓담’도 있다. 수풀이 무성한 모습인데 전쟁 중 금으로 된 장식을 침략군이 떼어갔다는 이야기가 있다.

 

 

개선문 닮은 꼴? 빠뚜싸이

 

 

 

 

빠뚜싸이는 프랑스로부터 독립을 도모하여 희생된 용사들을 추모하기 위해 1957년 세워진 라오스의 상징이다. 파리의 개선문을 본떠 만들었는데 7층 건물 높이로, 총 4층으로 지어졌다. 중앙 탑을 중심으로 작은 탑 30개가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형태로 라오스 전통 문양으로 장식됐다.

 

 

서울에는 한강이 비엔티안엔 메콩강이

 

 

 

 

서울 시민에게 한강이 있듯 메콩 강은 비엔티안 시민에게 사랑받는 장소다 저녁 무렵 일몰을 보며 공터에서 조깅이나 체조를 하기도 하며 데이트나 산책을 하는 커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밤이 되면 열리는 야시장 역시 메콩강변에서 열리는데 루앙프라방의 야시장처럼 공예품 같은 것이 있기보다는 현지인이 입고 쓸 만한 실생활 용품이 주로 판매된다. 야시장 주변으로 차량을 한시적으로 통제하는데 덕분에 간이 포장마차들이 많이 들어서 오는 이들의 구미를 당긴다. 메콩강을 바라보며 마시는 맥주도 나름 낭만이 있다.

 

 

라오스를 떠나며

 

 

어느덧 3박4일 일정도 끝이 났다. 난 왜 다시 라오스에 오고 싶었을까? 수업 중 키득대며 손 흔들어 주던 아이들의 웃음인지, 강에서 떨어뜨린 물건을 찾아 주겠다며 배를 타고 건져내던 라오스 주민들의 마음 때문이었는지 모르겠다. 문득 매서운 한국 날씨를 생각하니 어깨가 한번 움츠러들었다. 어쩐지 금방 라오스가 또 그리워 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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