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티엘뉴스] 코로나 이후 여행은 간절히 원하지만 쉽게 결정할 수 없는 것이 되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숙박이 중심이 되는 여행이었지만 이제 숙소 선택의 기준이 바뀌면서 관광 산업 전체의 재편 가능성이 커졌다.
코로나 19 확산 이후 지난 2분기 국내 여행 시 이용 숙소는 작년 동기 3위였던 '가족/친구 집'이 '호텔'과 '펜션'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이와 함께 '캠핑/야영'도 크게 증가해 상업적인 시설보다 개인이 통제할 수 있는 장소를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개인 방역 차원에서 코로나 감염의 불안도 덜고 여행비용도 크게 줄인다는 장점이 크게 어필된 것이다.
여행전문 리서치 기관 컨슈머인사이트의 '주례 여행행태 및 계획조사(매주 500명, 연간 2만6000명)'에서는 코로나 전후 '숙박에 관한 행태'를 보다 자세히 소개한다.
■ 코로나 이후 숙박여행 급감
해외여행은 물론 국내여행조차 선뜻 나설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코로나 확산 직후인 1월말 국내 숙박여행 경험률은 급감했고, 휴가 시즌인 7월 들어 빠른 회복세로 돌아서고 있으나 아직은 예년과 차이가 크다. 숙박여행 경험률은 조사 시점을 기준으로 '지난 3개월 간 1박 이상 여행 유무'를 물은 결과다.
'20년 2분기 숙박여행 경험률은 50.7%로 전년 동기(65.8%)에 비해 큰 폭(15.1%p)으로 하락했다. 이를 월별로 나누어 보면 1월과 2월에는 '19년과 '20년 간에 별 차이가 없다. 실제 여행시장의 급랭은 2월에 시작되었으나 지난 3개월 간 누적 경험률에 반영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3월에는 전년 동월에 비해 8.5%p 낮아졌고(66.0%→57.5%), 4월에는 14.6%p, 5월에는 16.6%p 차이로 벌어졌다. 5월에 처음으로 50% 아래(49.7%)로 내려간 점을 감안하면 3월~5월 사이의 실제 숙박여행 비율은 훨씬 더 낮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3개월 동안 국내 숙박여행 경험율
지난 6월은 51.7%로 전월(49.7%) 보다 2.0%p 상승해 3~5월의 극침체기를 벗어나기 시작하고, 7월은 58.4%(전월 대비 6.7%p 상승)로 완연한 회복세를 보였다. 이는 억눌려 온 여행 욕구에 여름휴가 시즌 영향이 더해진 일시적 효과로 정상화와는 거리가 있다. 여전히 전년 동월 70.4% 보다 12.0%p나 낮은 수준에 그치고 있다.
■ 믿을 수 있는 숙소는 집과 텐트
숙박장소 유형별 점유율에도 큰 변화가 있다. 올해 2분기 기준, 지난 3개월간 숙박유형 점유율은 '가족/친구 집'이 22.7%로 1위 였고, 그 뒤를 호텔(21.9%)과 펜션(18.8%)이 따랐다. 작년 동기 1·2위였던 호텔과 펜션의 점유율은 각각 0.7%p, 1.8%p 감소하며 4.2%p 증가한 가족/친구집에 1위 자리를 내줬다. 가장 큰 감소는 콘도미니엄(10.9% → 8.4% ; -2.5%p 감소)에서 나타났다.
코로나 이후 여행객의 숙소 선택 기준은 크게 바뀌었다. 숙소 자체의 청결, 안락, 편의성을 제치고 이용자가 숙소 전반적인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했다. '캠핑/야영'은 불편하지만 내 소유의 침구·식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현재 점유율은 4.8%로 크지 않지만, 전년 동분기 대비 60% 이상 성장했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숙박유형별 이용경험 점유율 및 특성
■ 캠핑/야영의 성장, 여행을 얼마나 변화시킬까
코로나 이후 숙박여행에서 점유율이 커진 숙소는 '가족/친구 집'과 '캠핑/야영'이다. 상대적인 증가폭으로 보면 '캠핑/야영'이 가장 커 주류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여행 숙소로 가족/친구집과 텐트를 선택한 사람들, 즉 자기통제형 숙소 이용자의 특성을 정리될 수 있었다.
'가족/친구 집' 이용자는 전체와 크게 다르지 않으나 '캠핑/야영' 이용자는 큰 차이가 있다. '캠핑/야영' 이용자는 30-40대가 69.4%로 국내 숙박여행객 평균(45.1%) 보다 월등히 높았다. 자녀 유아기 부모 비중(40.8%)도 전체(19.4%)의 2배가 넘었다. '캠핑/야영'은 30-40대 중심으로, 특히 어린 자녀가 있는 세대의 선택으로 보인다. 반면, 50-60대는 30-40대와 달리 '가족/친구 집'의 이용이 많았다.
여행자 특성 뿐 아니라 여행행동에서도 큰 차이가 있다. '캠핑/야영' 이용자는 전체에 비해 '더 자주'(3회 이상 32.7%), '더 많은 일행'(평균 3.7명)과 '초 단기간'(평균 1.73일), '휴식'(44.6%) 목적으로 다녔다. 보다 구체적인 분석이 필요하지만 이들의 1인당 평균경비는 10만4000원으로 전체 평균(20만원)의 절반 수준이었다. 다른 여행 형태보다 훨씬 더 적은 경비로 자주 다닐 수 있고, 감염에 대한 불안감을 덜 수 있다면 향후 여행의 중심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컨슈머인사이트 측은 "코로나로 꽁꽁 얼어붙었던 여행욕구가 되살아나고 있지만 근거리, 단기간, 저비용 추구성향은 더욱 강해졌고 숙박여행에 대한 불안은 아직 가시지 않고 있다"며 "여름휴가철을 맞아 숙박여행을 계획하는 비율은 예년 수준으로 돌아왔지만, 길고 지루한 장마까지 더해져여행 계획의 실현 의지는 유동성이 더욱 분명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여행 소비자의 숙박행태 변화는 일시적 현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더구나 새롭게 뜨고 있는 대안인 '캠핑/야영'은 여행경비를 1/2로 절감시켜 주고 있으며, 근거리·단기간·즉흑성 등 코로나 이후 새로운 트렌드와 잘 맞아 떨어지고 있다"며 "저렴한 비용으로 불안한 상황을 피함과 동시에 자기 뜻대로, 더 자주 즐길 수 있는 대안이 있다면 이로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이러한 상황이 여행산업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고 밝혔다.
정연비 기자 jyb@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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