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티엘뉴스] 태국 끄라비(Krabi)는 잉크빛 바다 위로 솟은 기암괴석이 천국처럼 아름다운 곳으로 대다수 지역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어 개발의 손길이 미치지 않았다. 끄라비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태고의 원시 자연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는 천혜의 휴양지’가 될 것이다.
▲피말라이는 태국어로 낙원이라는 뜻이다. 사진: 피말라이
피말라이 리조트 앤 스파(Pimalai Resort & Spa)는 끄라비 남쪽 평화롭고 아름다운 코란타(Koh Lanta)에 위치한다. 피말라이는 태국어로 낙원이라는 뜻이다. 낙원으로 불리는 끄라비에서도 가장 낙원의 모습에 근접한 곳이 피말라이다.
피말라이는 끄라비공항에서 1시간을 차로 달려 코클랑에 도착한 후 다시 쾌속정으로 50분을 더 가야 만날 수 있다. 산 넘고 물 건너 꼭꼭 숨어 있는 만큼 국립해양공원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여기에 럭셔리 리조트의 쾌적함과 안락함이 추가되니 과연 끄라비의 보석이라 할 만하다.
쾌속정으로 50분 달려가야 만날 수 있는 곳
피말라이 리조트는 진입부터가 경이롭다. 란타 섬은 태국 본토와 다리로 이어져 있어 육로로 이동이 가능하지만 섬 남단에 자리 잡은 피말라이는 쾌속정을 이용하는 게 여러모로 유리하다.
▲코클랑을 출발하는 쾌속정
이동 시간을 절반으로 단축할 수 있는 데다 이동 자체가 하나의 관광이기 때문에 기상 조건만 나쁘지 않다면 배편을 이용하는 게 정석이다. 물론 공항에서 리조트에 이르는 교통편은 피말라이 측에서 제공한다.
피말라이 전용 선착장이 있는 코클랑(Koh Klang) 지역은 바다 위로 솟은 기암절벽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곳이다. 흡사 우리나라의 해금강을 파노라마로 펼쳐놓은 듯하다. 해금강만 해도 벼르고 별러 찾아가는 곳인데 이렇듯 무심하게 놓여 있는 절경이라니.
▲부교
쾌속정에서 해풍을 맞으며 섬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노라면 어느새 코란타 피말라이 선착장에 닿게 된다. 가장 먼저 방문객을 맞이하는 것은 파도의 리듬에 따라 출렁이는 부교다. 바다의 껍질인 듯 공기를 엷게 머금은 부교가 바다의 움직임을 가감 없이 전달해준다.
바다의 물렁한 살성을 조심조심 즈려밟는 일은 그 어떤 액티비티보다 익사이팅한 경험이다. 어떤 강심장이라도 부교를 통과하면서 비명을 지르지 않기는 힘들다. 자칫 중심을 잃으면 바다로 풍덩 빠지거나 파도에 얼굴을 얻어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넘어지고 젖은들 어떠랴. 이 또한 피말라이 이벤트가 아니겠는가.
향기로운 환영 인사, 가슴을 적시는 코코넛워터
피말라이 땅에 발을 딛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 크루들이 다가와 열대꽃 레이를 목에 걸어준다. 레이의 마법일까. 이때 맡은 은은한 난초 향기가 피말라이에 머무는 내내 코끝을 감돌았다.
▲코코넛열매
그것은 어쩌면 떠나왔다는 설렘과 아름다운 풍경이 만들어낸 상상의 향기였는지도 모른다. 열대꽃이 촉발시킨 이국의 향기는 피말라이에 머무는 내내 나에게 행복감을 선사했다.
크루들의 환영인사가 끝난 후 씨사이드 비치로 이동해 코코넛워터로 목을 축였다. 코코넛워터는 맛이 밍밍해서 호오가 갈린다. 하지만 그 맛에 한번 길이 들면 다른 음료에는 도무지 손이 가지 않는다.
자연이 제공한 코코넛워터는 천연의 비타민과 미네랄이 살아 있고 체액과 성분이 유사해 갈증을 최단 시간에 해소시켜 준다. 지친 여행길 신체 활력과 세포 건강을 찾는 데 코코넛워터만 한 게 없다.
▲피말라이 프라이빗비치
세포 속으로 수분이 공급되니 비로소 눈이 환해지면서 넓은 백사장과 푸른 바다를 감상할 여유가 생긴다. 반짝이는 에메랄드빛 바다 위로 고기잡이배와 하얀 요트가 그림처럼 떠 있다.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작은 섬. 사람들은 태양이 지는 섬이라고 해서 ‘선셋 아일랜드’라고 부르지만 이 섬의 진짜 이름은 코하(Koh Ha)다.
코하는 바위로 이루어진 다섯 개의 무인도를 총칭하는 이름으로 피말라이에서 배로 5분 거리에 있다. 섬 안에 작은 해변을 감추고 있어 피말라야 투숙객들이 해수욕과 스노클링을 위해 자주 찾는 곳이다.
100만 평 부지에 세워진 낙원
900m에 달하는 피말라이 프라이빗비치는 모든 투숙객이 한꺼번에 몰려 나와 조깅을 하고 수영을 한다고 해도 상관없을 만큼 넓다. 하지만 한낮이어선지 해변은 한산하기만 하다.
▲숲속의 객실 (사진: 피말라이)
몇몇 사람이 산책을 즐기거나 수영을 할 뿐이다. 사실 리조트 내에서 사람을 마주치기란 쉽지 않다. 피말라이 리조트는 그 면적이 100만 평에 달할 만큼 규모가 방대하다. 레스토랑도 3개나 된다. 피말라이의 객실은 총 120개. 해변과 숲속에 띄엄띄엄 배치되어 있어 부대시설을 이용하려면 버키카를 호출해야 한다.
객실의 경우 가장 기본적인 디럭스룸부터 1베드룸 풀빌라, 2베드룸 파빌리온 풀빌라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객실의 90% 이상이 체크인 상태다 보니 평상시 250여 명의 투숙객이 이곳에 머무른다고 한다. 투숙객 대부분이 유러피안으로 커플 아니면 가족 손님이다. 이들은 평균 일주일에서 열흘가량 숙박하는데 한 달까지 묵는 손님도 있다.
▲피말라이 인피니티풀
짧은 휴가를 내서 급하게 다녀가는 게 고작인 한국인 입장에서 그들의 긴 휴가가 부러울 따름이다. 나만 해도 3박 4일 머무는 동안 많은 것을 경험하려다 보니 여유 있는 리조트 생활은 포기했다. 어쩌겠는가. 선베드에 누워 빈둥거리는 것보다 다양한 클래스에 참여하고 한 번이라도 더 스파를 방문하는 게 좋은 것을.
투숙객이라면 한 번씩 체험한다는 쿠킹클래스
피말라이에 머무는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음식이었다. 해 질 녘 풀빌라에서 수영을 한 뒤에는 버기카를 불러 레스토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에는 세계 4대 미식으로 꼽히는 태국의 산해진미가 방문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태국의 산해진미
태국 가면 꼭 먹어야 한다는 똠양꿍(매운 새우 수프), 똠까까이(치킨 코코넛 수프), 팟타이(볶음면), 포멜로 샐러드는 기본이고 온갖 고기 요리, 생선 요리에 열대과일까지 풍성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피말라이에서는 먹고 즐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많은 투숙객이 쿠킹클래스에 참가해 태국식 요리법을 배운다. 강사는 피말라이 주방을 책임지는 펭(Peng) 셰프. 친절한 설명에 곁들여 직접 시범을 보이니 처음 만들어보는 솜땀(그린파파야 샐러드), 팟크라파오무(돼지고기 바질 볶음)가 그렇게 어려운 요리로 느껴지지 않았다.
▲쿠킹클래스 강사로 나선 펭 셰프
태국요리는 언뜻 조리법이 간단해 보이지만 향신료의 사용 여부에 따라 맛이 미묘하게 달라진다. 결국 향신료를 선택하고 그 양을 조절하는 게 태국 요리의 비결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에서도 똑같이 만들어 먹을 요량으로 공항 면세점에서 다양한 종류의 소스를 구입하기도 했다.
쿠킹클래스를 성공적으로 마친 후 펭 셰프의 사인이 담긴 앞치마와 쿠킹클래스 수료증 수여 시간이 있었다. 한 시간 남짓 배웠을 뿐인데 대단한 미션을 마친 것마냥 가슴이 뿌듯했다.
결국 ‘트래비의 동전’이란 그 나라의 문화를 체험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 나라의 문화를 알면 그 나라를 사랑하게 되고 그 나라에 다시 오게 된다. 내가 태국을 다시 방문한다면 이곳에서 맛본 태국 요리과, 태국 음식을 만들었던 시간 때문일 것이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코하 (사진: 피말라이)
▲정박 준비!
뭐니 뭐니 해도 피말라이에서의 가장 짜릿한 경험은 액티비티라고 할 수 있다. ‘코하’는 현지어로 ‘다섯 개의 섬’이라는 뜻으로 바다에서 우뚝 솟은 다섯 개의 기암절벽으로 이루어져 있다. 섬과 섬 사이 수심이 얕은 곳은 해양 생태계가 잘 보존되어 있어 스노클링의 성지로 꼽힌다. 그리고 가장 큰 섬에는 자그마한 해변이 딸려 있어 스노클링에 지친 몸을 쉬어가기에 그만이다.
피말라이 리조트는 현지 남자 해녀들을 스노클링 조교로 채용하고 있다. 맨몸으로 바다로 뛰어들어 해산물을 채취하는 것이 직업인 사람들이다. 그들은 누구보다 바닷속 지형을 잘 알고 있어 체험자들의 안전을 책임질 뿐만 아니라 바다 생태계에 대해서도 상세한 가이드를 해준다.
“니모! 니모!”
조교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을 보니 아기 손바닥만 한 흰동가리가 말미잘 사이를 요리조리 헤엄치고 있다. 흰동가리를 눈앞에서 마주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는데 애니메이션 캐릭터 ‘니모’와 너무나 똑같은 모습에 한 번 놀라고, 니모가 그토록 작은 물고기인 것에 두 번 놀랐다.
▲스노클링으로 탐색하는 코하 바닷속
▲피말라이로 돌아오는 길 샴페인 한 잔
바닷속 경관은 놀랍도록 육지와 비슷했다. 산맥이 있고 협곡이 있었다. 투명하고 깨끗한 바닷속을 유영하노라니 스노클링이 아닌 스카이다이빙을 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했다.
운지버섯을 연상시키는 자포동물 군락을 지나고,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산호 군락을 지나고, 크고 작은 물고기 떼를 만나면서 바닷속 세계가 이토록 풍성한 것에 감탄했다. 나중에 찾아보니 산호, 말미잘 같은 자포동물이 전 세계에 1만 종이나 분포한다고 한다.
포유동물만 놓고 보면 세계에 5400종, 한국에는 102종이 서식할 뿐이다. 물고기도 아닌 산호 같은 자포동물이 1만 종이나 바다에 산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었다. 코하에서의 스노클링 체험은 우리가 상상조차 못 했던 바다 생태계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는 계기였다.
무에타이 체험, 맹그로브숲 탐험 그리고 올드타운 탐방
그 밖의 피말라이 체험 코스로 태국 권투인 ‘무에타이’ 클래스가 마련되어 있다. 한국인에게는 조금 생소하지만 유러피안 사이에서는 아주 인기 있는 코스로 전신 운동과 활력 충전에 그만이다.
▲무에타이 체험
▲맹그로브 카약 체험
▲올드타운에서 맛볼 수 있는 해산물
시간이 허락한다면 란타 섬 북동쪽에 있는 텅예펭 부두(Thung Yee Peng Pier)로 이동해 맹그로브숲 탐험에 나서도 좋다. 원숭이 무리를 코앞에서 만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뻘에 맹그로브를 직접 심어보는 체험에 도전해 볼 수도 있다.
피말라이에서의 식사는 비할 데 없이 훌륭하지만 한 끼쯤 코란타 올드타운으로 이동해 현지 해산물 요리를 즐겨보는 것도 괜찮다. 관광지가 아닌 살아 있는 그대로의 태국 어촌 모습을 가까이서 만날 수 있는 기회니까 말이다. 그 자리에서 골라 먹는 싱싱한 해산물 역시 두고두고 잊지 못할 맛 경험이 될 것이다.
우리가 보호하고 가꾸어가야 할 지구
피말라이는 지속가능성에 대해 고민하는 착한 리조트다. 피말라이 리조트 내에는 빗물을 모아두는 커다란 저수지가 있다.
▲이 울창한 숲을 유지하려면 많은 물이 필요하다
건기에는 끄라비도 어쩔 수 없이 강수량이 줄어드는데 피말라이는 이때 저수지에 받아둔 물을 이용해 식물을 키운다. 물론 객실에서 나온 물도 허투루 버리지 않고 정화하여 식물에게 공급한다. 바다로는 한 방울의 물도 거저 흘려보내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그뿐인가. 음식쓰레기도 전량 가공하여 천연비료로 사용하고 있으며 빨대의 경우 플라스틱 대신 레몬그라스를 이용한다. ‘피말라이 리조트 앤 스파’ 대표 차린팁 티야폰(Charinthip Tiyaphorn) 씨는 “피말라이에서 배출한 쓰레기의 80%가 재활용되고 있다. 앞으로는 재활용 비율을 더 높이고 내부적인 처리를 통해 단 1%의 쓰레기도 외부로 반출되지 않도록 할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피말라이 리조트 앤 스파’ 대표 차린팁 티야폰 씨
▲피말라이 오너와의 즐거운 대화
피말라이는 유네스코 지속가능성 여행 서약(UNESCO Sustainability Travel Pledge)에 가입되어 있으며 대다수의 직원을 현지인으로 채용함으로 지역민과의 상생을 꾀하는 중이다.
피말라이 인근 무코란타 국립해양공원은 매년 5월 중순에서 10월 중순까지 휴식기를 갖는다. 10월 초가 되면 개방을 앞두고 대대적인 청소에 들어가는데 란타 섬에서 가장 긴 해변을 보유한 피말라이 리조트도 해마다 전 직원을 동원해 쓰레기 수거를 돕고 있다. 이렇게 걷힌 쓰레기가 2000~3000톤에 달한다.
지구를 살리는 여행, 지역 경제를 살리는 여행은 최근 팬데믹, 지구온난화를 통과하면서 지구인이 얻은 귀한 교훈이다. 즐거움에는 책임이 따른다.
어느덧 3박 4일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고 작별의 시간이 다가왔다. 맑은 공기, 투명한 바다에 둘러싸인 끄라비 란타섬 피말라이가 언제까지나 그 모습을 간직하길 빌며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즐거웠던 추억이여, 안녕! 우리 곧 다시 만나자!
임요희 기자 4balanc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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