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페즈, 모로코와 이슬람 천년 문화의 보고
구불구불 복잡한 메디나와 전통 염색공장, 과거와 현재의 조화로운 공존
2024-12-23 21:01:16 , 수정 : 2024-12-28 15:58:12 | 정연비 기자

[티티엘뉴스] 모로코의 문화적 심장부 페즈(Fez)가 전 세계 관광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학문의 중심지이자 이슬람 건축의 상징인 알 카라위인 모스크(Mosquée Al Qaraouiyine)와 천년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 염색공장이 페즈의 독특한 매력을 대변하고 있다. 이 두 장소는 각자의 방식으로 페즈의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며, 방문객들에게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모든 메디나가 그렇지만 특히 페즈에서는 가이드없이 초행자가 메디나를 둘러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지 않아도 좁디좁은 수많은 골목길이 얽히고 섥혀있어 지난 곳을 계속해서 돌고 돌게 될 수 있다. 개별여행자라도 페즈의 메디나에서는 별도의 투어를 이용하면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페즈 메디나에서 각각 여행사들의 여행자들은 각자의 가이드의 상징을 따라 부딪침없이 질서정연하게 다닐 수밖에 없다. 

 

페즈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장소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 염색공장 테너리다. 이곳은 천년 이상 이어져 내려온 전통 염색 기술과 장인정신의 산실로, 자동 공정화가 일반화된 현대 산업화 시대에도 고유의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페즈 테너리 전경.

 

"페즈 염색공장은 비둘기 분뇨와 천연 암모니아를 활용해 가죽을 부드럽게 처리하는 고유의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며 테너리 현지 안내인이 설명했다. 그덕에 테너리 전체에는 고약한 냄새가 나지만 이러한 전통 기술은 환경 친화적일 뿐만 아니라 고품질 가죽 제품 생산에 필수적인 요소다. 관광객들이 냄새를 견딜 수 있도록 입구에서는 민트를 나눠줘 관람하는 동안 냄새를 맡게한다. 

 


▲ 테너리 입구에서 나눠준 민트. 테너리 관람 동안 악취로부터 후각을 지켜준다. 

 

 

염색 공정에 사용되는 천연 염료도 독특하다. 샤프란에서 추출한 노란색, 인디고로 만든 파란색, 양파 껍질과 같은 식물성 염료는 가죽에 깊고 풍부한 색감을 더한다. 이러한 자연적인 염색 방식은 가죽 제품에 독특한 질감과 품질을 제공하며, 세대를 거쳐 장인들이 전수해온 기술을 통해 현대에도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테너리 안의 가죽 제품들.

 

염색공장은 단순한 공예품 제작을 넘어 페즈의 경제와 문화적 전통을 대표하는 상징적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수백 개의 염료 통이 늘어서 있는 광경과 장인들이 가죽을 염색하고 가공하는 모습은 이곳만의 특별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천연 염료에서 나오는 향과 다채로운 색감은 페즈를 방문하는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며, 모로코의 전통 공예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염색 공장에서는 직접 생산된 가죽 제품들을 구입할 수 있다. 가방부터 옷, 신발, 각종 소품들로 모두 핸드메이드다. 디자인은 다소 투박할 수 있지만 인조 가죽이 아닌 직접 생산된 친환경 공정의 가죽이라는 점에 의미가 있다. 

 


▲페즈 메디나의 광장에서는 쇠를 두드리는 망치소리가 연신 들린다. 자칫 길을 잃으면 출구를 못찾고 계속 이 광장을 중심으로 돌고 돌게 된다. 

 


▲페즈 메디나에서 연신 공예품을 만들던 장인들. 

 

 

 

 

페즈에는 이슬람 문화가 자랑하는 찬란한 유적인 알 카라위인 모스크(Mosquée Al Qaraouiyine)도 있다. 

"알 카라위인 모스크는 단순한 예배 장소를 넘어 이슬람 세계의 학문적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라고 현지 가이드는 설명했다.

 


▲알 카라위인 모스크 입구

859년 파티마 알 피히리야(Fatima Al-Fihriya)가 설립한 알 카라위인 모스크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계속 운영되고 있는 대학으로 알려져 있으며 기네스 세계 기록에 등재되어 있다. 이곳에서는 수세기 동안 철학, 과학, 종교 등 다양한 과목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졌으며, 이븐 할둔(Ibn Khaldoun)과 같은 많은 유명한 학자들이 이곳에서 공부했다. 요즘까지도 이슬람 학문과 문화의 중심지로서의 구심점 역할을 해오고 있다. 
 

모스크는 이슬람 건축의 아름다움을 잘 보여주는 구조로, 세밀한 타일 장식과 복잡한 목재 조각이 특징이다. 특히, 내부의 기둥과 아치 구조가 인상적이다. 일반인에게 개방돼 내부를 구경할 수 있지만 기도 시간 동안에는 출입이 제한된다.
 

 

알 카라위인 모스크의 흰색 미나렛(첨탑)은 페즈의 상징적 건축물로, 그 정교한 설계와 전통적 장식은 모로코 건축의 정수를 보여준다. 오늘날에도 이 모스크는 종교적, 학문적, 문화적 정체성을 유지하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유산으로 남아있다.

 

 

 

 


 

알 카라위인 모스크와 전통 염색공장은 서로 다른 기능과 목적을 가진 공간이지만, 페즈라는 도시가 가진 역사적, 문화적 깊이를 함께 보여준다. 알 카라위인 모스크는 종교와 학문의 성취를 상징하며, 이슬람 세계의 정신적 유산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반면, 염색공장은 장인정신과 전통 기술을 통해 모로코의 경제와 문화를 상징한다.

 

페즈를 방문하면 모로코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특별한 매력을 직접 느낄 수 있다. 역사와 현대, 종교와 세속의 조화를 이루며, 페즈를 방문하는 모든 이들에게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특별한 경험에는 모로코 전통 요리 중 하나인 타진(Tajine)을 배워보는 것도 포함된다. 페즈는 모로코의 요리 분야에서도 전통이 깊어 진정한 타진을 배우기에 적합한 장소다. 모로코 전통 요리 레스토랑에서는 모로코 가정식을 만들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 

모로코 타진은 모로코의 전통적인 요리로, 주로 스튜 형태로 조리되며 특별한 조리기구인 타진 냄비로 조리할 수 있다. 타진은 보통 고기, 생선 또는 채소와 함께 향신료, 올리브 오일, 수프 등을 넣고 천천히 조리하여 깊은 맛을 낸다.

다양한 재료와 조리법이 있어 지역에 따라 다르게 즐길 수 있다. 대표적인 타진 요리로는 닭고기 타진, 양고기 타진, 그리고 채소 타진 등이 있다. 

 


▲ 타진 쿠킹수업 장소

 

▲ 손질한 재료들을 담고 중불에서 끓이면 타진이 완성된다. 타진 냄비로 조리해야 하는 이유는 원뿔 모양의 독특한 뚜껑에서 증기가 내부에 갇히고 재료의 맛을 더욱 풍미있게 만들기 때문이다.

 


▲ 완성된 타진

 

타진을 배우며 모로코의 식문화와 전통을 깊이 이해할 수 있고 현지 셰프에게서 배우는 쿠킹 클래스에서 모로코나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도 소통하며 요리를 배울 수 있다. 실습 위주로 진행되고 진도가 느린 이들은 셰프가 직접 돌아다니며 도움을 준다. 수업 종료 후 직접 만든 타진을 먹을 수 있다. 

페즈 = 정연비 기자 jyb@ttlnews.com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