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티엘뉴스▶트래블인사이트] 페르시아와의 전투에서 승리한 소식을 전하기 위해 그리스 전령이 달린 데서 유래한 마라톤(Marathon)은 태생부터 스토리를 담고 있다. 그런 마라톤이 이제는 단순 올림픽 종목, 스포츠 대회의 범주를 넘어 거주민과 참가자, 참가자와 함께 온 방문객과 함께 즐기는 페스티벌로 자리 잡고 있다. 수천 년의 역사를 지닌 예루살렘에서도 마라톤대회가 있다. 올해로 9년째를 맞은 예루살렘 위너 마라톤(Jerusalem Winner Marathon)은 80개 국가, 4만여 명이 참가했다. 페스티벌로 기획하고 있는 주최 측의 기획력에 참가자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기자는 이번 마라톤 코스를 직접 뛰어보며 대회의 매력을 실감했다.
▲다윗의 탑에서 바라본 예루살렘 신도시 전경
예루살렘 곳곳 돌아보는 위너 마라톤
▲예루살렘 위너 마라톤 로고(사진제공: 이스라엘관광청)
유적지와 번화가 등 예루살렘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고, 예루살렘 시민들과 함께 즐기는 행사 등 예루살렘 위너 마라톤의 매력은 다양했다. 예루살렘 위너 마라톤에 참가하면 다운타운 트라이앵글(Downtown Triangle), 자파 게이트 (Jaffa Gate), 시온 게이트(Zion Gate), 시온산(Mt. Zion), 독일 마을(German Colony) 등 예루살렘 곳곳을 볼 수 있다. 예루살렘은 기원전 유적지가 남아 있는 도시이면서, 여러 종교의 성지이기 때문에 둘러볼 곳이 많다. 특히 마라톤 코스 곳곳에 주요 유적지가 있기 때문에, 러닝 투어도 가능하다. 생소한 명칭이나 유래 등을 알고 달리면 보다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아는 만큼 즐거운 마라톤 코스
여행객 몰리는 올드시티
▲올드시티 자파 게이트(Jaffa Gate)
마라톤코스의 주요 무대 중 한 곳은 올드시티이다. 예루살렘 성벽으로 둘러싸인 고대 시가지이다. 수천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사람들이 관광객과 더불어 생활하고 있다. 자파 게이트(Jaffa Gate)로 올드시티에 들어서면 네 개의 생활 구역(쿼터)을 볼 수 있다. 유대인 생활구역(Jewish Quarter), 크리스천 생활구역(Christian Quarter), 아르메니아인 생활구역(Armenian Quarter), 무슬림 생활구역(Muslim Quarter) 등이다. 각 구역마다 면적이 넓지 않은데도 사람들이 고유한 종교와 가치관, 문화, 생활상을 유지하고 있다. 타 구역에 들어서면 다른 나라에 간 듯 신비롭다. 올드시티 길은 복잡해서 길을 잃을 수도 있다. 최근엔 지도앱(App)을 이용해서 길을 따라갈 수 있지만, 그래도 불안하다면 가이드와 함께 들어가는 방법도 있다.
예루살렘 역사를 간직한 다윗의 탑
▲다윗의 탑(Tower of David)
자파 게이트를 지나 오른쪽으로 돌면 다윗의 탑(Tower of David)이 있다. 다윗의 탑은 3000년의 역사가 있는 곳이다. 현재는 박물관이 있어서 초기 다윗의 탑의 모습과 여러 왕조의 유물을 볼 수 있으며, 다윗왕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곳도 다윗의 탑 안에 있다. 다윗의 탑은 여러 왕조가 사용하면서 증축하는 과정을 거쳐 성벽의 모습이 다른 것이 특징이다. 아래 성벽은 큰 바위로 만들어졌으나 위로 갈수록 작은 성벽으로 지은 모습을 볼 수 있다.
2000년 넘은 전통시장
▲마하네 예후다 마켓에서 향신료를 설명하는 가이드
▲마하네 예후다 야시장을 즐기는 시민들
마하네 예후다 마켓(Mahane Yehuda Market)은 2000여 년 전 예수그리스도 시대에도 존재했던 것으로 알려진 예루살렘의 전통시장으로, 지금도 활발하게 이용된다. 생선가게를 비롯해 향신료가게, 카페 등 다양한 가게가 영업하고 있다. 원통형 모양의 음식 ‘할바’(혹은 할와, Halva)를 맛볼 것을 추천한다. 이스라엘인들이 즐겨 먹는 ‘국민 간식’으로 꼽힌다. 할바는 이란에서 유래했다고 알려진 음식인데, 견과류나 밀가루에 꿀 혹은 설탕 등과 버무려서 틀에 찍어 낸다. 우리네 강정과 비슷하게 견과류를 넣기도 한다. 강정과 다르게 입안에서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지고 달콤하기까지 하다.
예루살렘의 청담동 German Colony
예루살렘에서 마밀라 거리와 더불어 예쁜 카페와 레스토랑으로 유명한 거리이다. 영문으로는 German Colony인데, ‘독일 마을’ 정도가 어울릴 것 같다. 독일인이 예루살렘에 정착하면서 만든 거리로 지금은 상류층 시민들이 거주하는 곳이 되었다. 독일 마을(German Colony)가 확장되며 에멕 르파임 거리 (Emek Refaim Street)까지 확대돼 번화가가 되었다. 예루살렘의 청담동 정도일까. 예루살렘에서 가장 현대적이고 유행을 선도하는 곳이다.
10km 코스 마라톤 도전기
단순한 경기 아닌 페스티벌
▲분장한 마라톤 참가자(사진제공: 이스라엘관광청)
체험하지 않고선 어떻게 제대로 설명할 수 있을까. 그래서 10km 코스에 도전했다. 시작하기 전까지는 그냥 달리기만 하는 힘든 일정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막상 달려보니 페스티벌에 참가한 듯 즐 거운 추억만 가득하다. 흥겨운 노래와 따듯한 햇살 그리고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까지 삼박자를 고루 갖춘 흥겨운 시간을 보냈다.
마라톤 스타트라인에 다다르자 흥겨운 노랫소리가 들린다. 아이들 이 자기 몸집만 한 고무공에 올라타기도 하고 고무공을 굴리면서 뛰어 논다. 한쪽에는 에어로빅 강사의 힘찬 구령과 노랫소리에 맞춰 사람들이 몸을 풀고 있다. 사람들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가보니 어느덧 스타트라인. 출발 시간이 되자 거대한 물결처럼 사람들이 움직인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달려나갔다.
마라톤, 흥겨운 축제가 되다
▲치마 입은 남성 마라토너(사진제공: 이스라엘관광청)
올드시티를 지날 때였다. 열심히 달리던 마라토너들이 뜬금없이 다윗의 탑을 쳐다본다. 다윗의 탑 성벽에 닭 분장을 한 사람이 선수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성벽에 있는 사람뿐만이 아니었다. 나와 같이 달리는 마라토너들도 이색적인 분장을 한 게 눈에 띈다. 치마를 입은 남자, 캡틴 아메리카, 잭 스패로우 심지어 바나나 분장을 한 사람도 있었다. 예루살렘 시민들의 참여도 다양했다. 분장하고 마라토너와 하이파이브를 하는 시민, 자신의 집 테라스에서 환호성을 지르는 시민, 노래를 부르는 밴드 등 다양한 방법으로 축제를 즐겼다.
장애인도 함께 즐기는 마라톤
▲마라톤에 참가한 장애인 참가자(사진제공: 이스라엘관광청)
올해의 예루살렘 위너 마라톤이 더욱더 특별했던 이유는 샬바 (Shalva)의 참여였다. 샬바(Shalva)는 이스라엘 비영리단체로 이스라엘 정부의 지원을 받아 장애인과 장애인 가족까지 통합 돌봄 (Care)서비스를 제공한다. 샬바 소속 참가자들은 장애인들의 휠체어를 밀어주며 장애인과 함께 달렸다. 예루살렘 시민들의 따듯한 응원으로 마음이 따뜻해졌다. 올해 예루살렘 위너 마라톤에서는 패밀리레이스와 커뮤니티 레이스 두 가지 코스가 추가됐다. 코스는 짧았지만, 가족끼리 달리는 모습,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 의지하며 달리는 모습은 축제의 의미를 더욱 아름답게 만들었다.
취재협조= 이스라엘관광청
이스라엘 예루살렘= 강지운 기자 jwbear@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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