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티엘뉴스] 홍콩의 랜드마크로서 한 세기 동안 홍콩의 성장과 변화를 함께 해온 트램이 21세기 문화 활동 및 상품화 작업을 거쳐 홍콩 트램웨이(HK Tramways)로 재탄생해 살아있는 역사로 전세계인들에게 다가왔다.
트램이 지나는 곳들 중 홍콩인들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보존되면서 새롭게 태어난 오래된 공간들을 짚어봤다.
트램의 시작 ‘케네디 타운’ - 스미스 필드(Smithfield) 하차
트램의 출발지인 케네디 타운(Kennedy Town)은 최근 친환경 편집샵들과 카페, 레스토랑 등 고급 주거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곳곳의 오래된 거리들이 사람들의 발길을 잡는다.
80년대 화물 부두였던 홍콩 서부 컨테이너 부두(Western District Public Cargo Working Area)는 작업 시간을 피해 동네 주민들이 가볍게 산책을 하던 공간에서 이제는 전 세계의 사진 작가들과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명소가 되었다.
일몰이면 바다가 하늘을 비추는 거울이 되기 때문에 홍콩 로컬 젊은층 사이에서는 인스타그램 피어(Instagram Pier)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투박한 모습의 화물 컨테이너, 대나무 비계(작업 발판) 등의 거친 매력이 오히려 낭만적으로 느껴지는 탓인지 매일 일출부터 일몰까지 젊은이들이 촬영을 위한 소품, 셀카봉 등을 들고 모여든다. 인스타그램 계정 ‘@insta_pier’에 큐레이션된 다른 사람들의 게시물을 보며 나만의 포즈 등을 구상해 연출할 수 있다.
포브스 스트리트에는 홍콩에 현존하는 반얀(Banyan)나무 중 가장 큰 사이즈가 남아있는데 제 2차 세계 대전 전에 세워진 12m 높이의 석조벽을 100년 된 반얀나무들의 뿌리가 뒤덮고 있는 모습이 마치 외화시리즈 <왕좌의 게임>의 한 장면과 흡사하다.
오래된 건물의 벽이 캔버스가 되는 ‘사이잉푼(Sai Ying Pun)’ - 이스턴 스트리트(Eastern Street) 하차
일상과 예술이 한데 얽혀 어우러진 홍콩은 스트리트 아트가 곳곳에 위치해 멋진 벽화를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으며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스턴 스트리트의 사이잉푼(Sai Ying Pun)은 1840년대 만들어진 퀸즈 로드 (Queen’s Road)를 따라 펼쳐진 홍콩에서 가장 오래된 지역 중 한 곳이다.
이곳은 고유한 커뮤니티 아트 및 문화 프로젝트를 만들어 도시 지역을 활성화하는 지속적인 프로그램의 일부인 ‘아트 레인’이 진행됐는데 9명의 유명한 홍콩 및 국제 아티스트들이 참여, '소호의 예술과 음악'을 주제로 서부 소호 지구의 다양한 오래된 건물에 벽화를 그렸다. 사이잉푼 MTR 스테이션부터 오래된 건물과 계단에 재래 시장, 거리 그리고 트램 등에서 홍콩의 일상을 모노 또는 화려한 컬러감으로 생동감을 얹은 벽화들을 볼 수 있다.
2016년부터 시작된 어반 캔버스(Urban Canvas: 거리 상점가 셔터를 캔버스 삼아 그 지역과 가게의 이야기를 담아 그린 셔터 아트, Shutter Art) 축제가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홍콩의 새로운 멋이 태어난 ‘센트럴(Central)’-포팅거 스트리트(Pottinger Street) 하차
홍콩의 드라마틱한 역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길목에서 도시의 가장 새로운 멋이 태어난다. 세계에서 가장 긴 옥외 에스컬레이터, 미드 레벨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광둥어로 ‘큰 집’을 의미하는 타이퀀(Tai Kwun)이 나타난다.
2018년 가을 오픈한 타이퀀 헤리티지 앤 아트 센터는 옛 경찰청사와 교도소였던 거대한 30만 평방 피트의 건물들을 약 10 년의 레노베이션을 거쳐 재탄생된 복합 문화 공간이다.
홍콩 문화 유산 보존 사업의 일환으로 역사적 유산을 살리는 동시에 컨템포러리 아트 갤러리와 공연장을 새롭게 덧붙여 우아한 건축적 풍경으로 재현됐다. 대규모의 전시장과 공연장을 구비해 현대 미술, 무용, 연극, 영화 등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더불어 죄수들을 가뒀던 감옥에 20세기 초 중반 교도소의 생활상과 당시 물가, 면회실의 분위기 등을 재미있는 인터랙티브 전시로 재현해 홍콩의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만날 수 있다. 실제 감옥이었던 공간적 구조를 최대한 살려 단절의 공간에서 사람과 사람이 교류하는 바, Behind Bars와 카페, 레스토랑들도 들어서며 핫플레이스로 거듭났다.
20세기 홍콩의 모습이 재현된 완차이- 오브리언 로드 (O’Brien Road) 하차
홍콩에서 가장 오래된 상업지구인 완차이(Wan Chai)에서도 블루 하우스(The Blue House)는 동서양 문화가 어우러진 당시의 홍콩의 모습을 지닌 ‘역사적인 1등급 건물’로 살아있는 박물관과 같다. 1920년대에 지어진 4층짜리 건물로 베란다 스타일이 가미된 통라우(唐樓, Tong Lau)라 불리는 주상복합건물로 1년여의 레노베이션을 거쳐 2016년 오픈했다.
영화 상영, 미술 전시회, 라이브 음악 콘서트, 다양한 문화 워크숍과 같은 활동들과 홍콩의 역사와 발전에 관련된 행사와 전시회들이 이어져 완차이 특유의 활기를 느낄 수 있다. 최근 유네스코로부터 4개 부문에서 최고 수준인 우수상을 받으며 문화 유산 보존에 있어 전세계 도시 재생 프로젝트 사업들의 성공한 롤모델로 손꼽히고 있다.
홍콩 쇼핑의 중심 ‘코즈웨이 베이(Causeway Bay)’- 레이튼 로드 (Leighton Road) 하차
뉴욕 5번가를 제치고 2년 연속 쇼핑몰 임대료가 세계에서 가장 비싼 곳으로 꼽히기도 했던 코즈웨이 베이에서는 매주 수요일 밤이면 5만명의 함성으로 축제장이 되는 해피 밸리 경마장(Happy Valley Racecourse)을 방문할 수 있다.엘리트들의 오락거리로 영국인들의 사교장에서나 접할 수 있던 경마는 이제 홍콩 사람들의 80%가 참여하는 스포츠이자 엔터테인먼트 문화다. 1846년 12월 역사적인 첫 경주를 시작했던 해피 밸리 경마장은 1990년 중반 광범위한 리노베이션이 진행되었다. 축구, 하키, 럭비장 등 다양한 체육 및 레저 시설과 더불어 지난 150년 이상의 홍콩의 경마 이야기를 담은 홍콩 경마 뮤지엄(Hong Kong Racing Museum)을 오픈해 복합 문화 레저 시설로 거듭났다.
자료제공= 홍콩관광청
글=정연비 기자 jyb@ttlnews.com
디자인= 임민희 에디터 lmh1106@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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