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 기행(6) 모자이크 천국 바르도 박물관 (Bardo museum)
2016-10-10 19:25:15 | 권기정 기자

1.6 모자이크 천국 바르도 박물관 (Bardo museum)

 

처음가는 나라나 지역을 잘 살펴볼 수 있는 곳을 꼽으라면 나는 현지인들이 많이 가는 시장과 박물관이라고 말한다. 특히 박물관은 그 나라의 과거의 역사부터 현재까지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된 덕에 한번 주의 깊게 살펴보면 여러모로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튀니지의 루브르’ 라고 하는 국립 바르도 박물관(Bardo museum)은 "북아프리카의 진주"로 불리는 튀니지의 숨겨진 화려한 보물 창고와 같은 곳이다. 마치 점묘법으로 표현한 그림같은 섬세한 모자이크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는 바르도 박물관은 예전 이곳이 교역과 로마시대의 주요 도시로 번성했던 영화를 엿볼 수 있다. 돌을 정육면체- 주사위 모양으로 조각내서 이토록 크고 다양한 모자이크 작품을 만들어냈던 그들의 예술적 수준은 보통의 솜씨가 아니다. 섬세한 일을 조금 하다보면 몸이 꼬이고 뒤틀려 버리는 일반 사람들은 감히 상상도 못할 일들이다.

 

 

이 땅의 역사 이래 3,300년간 이곳을 지배했던 페니키아, 로마, 비잔틴, 아랍, 오스만 투르크, 스페인, 프랑스 등 다양한 왕조와 제국의 식민지로서의 굴곡진 역사가 이어져온 튀니지 곳곳에는 그들이 남기고 간 각기 다른 시대를 대표하는 귀중한 유적들이 남아있고, 그것을 품고 사는 튀니지인들의 특유의 삶이 이어지고 있다. 사실 ‘루브르’라고 부르는 것이 마음에 안들긴 하다. 프랑스를 닮고 싶은 그들의 무의식적 소망을 나타낸 것이란 생각도 해본다. 하기는 루브르 박물관에는 유물의 보호라는 미명아래 전 세계에서 가져온 (나쁜 말로 약탈해 온) 많은 전 세계의 귀중한 유물이 있고, 튀니지의 유물도 많이 루브르에 전시되어 있다. 어떤 사람들은 튀니지의 루브르 분관이라 말할 정도로 많은 로마시대와 페니키아인의 카르타고 시대의 유물들이 있다. 이곳에 남아있는 조각품과 유물들 역시 높은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받고 있어 그나마 위안을 받는다. 제국주의자들, 그래서 훌륭한 예술품을 보려면 대영박물관이나 루브르에 가라고 하지 않는가. 그런 초대형 박물관을 둘러보려면 최소 몇 일은 찬찬히 둘러봐야 하지만 이곳은 관광객들에게는 다행스럽게도 둘러보려면 한나절이면 충분하다.

 

로만 모자이크로 유명한 바르도 박물관은 이집트의 카이로 박물관과 함께 북아프리카 마그레브 지역에서 소장유물의 가치가 중요한 물품이 많은 박물관 중의 하나로 꼽힌다고 한다. 마그레브 지역의 특성상 리비아, 알제리, 튀니지 등의 지역에 산재된 유물을 체계적으로 모아 놓은 것이 적고 대부분 유적지의 형태로 남겨져 있으니 그도 그럴 것이다. 바르도 박물관에는 모자이크 뿐만 아니라, 튀니지를 중심으로 발전했던 카르타고의 수많은 유물과 이지역의 근간이었던 이슬람 유물 등도 다양하게 소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도 박물관이란 이름의 박물관이 알제리의 수도 알제에 있다.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 알제리의 수도 알제, 국경을 맞대고 있는 두 나라가 뭔가 유사한 점이 있는 것 같다. 처음에는 바르도 박물관이란 이름이 무슨 마그레브 지역의 박물관 연합인줄 알았는데 (나의 무식의 소치) 그것은 아니었다. 알제리의 바르도 박물관 역시 많은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선사시대에 그렸던 암각화들이 야외에 방치되어 있었을 정도로 열악한 전시 환경이었다. ‘ 이것의 가치는 대단한 유물이라 ’루브르‘나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가야 할 유물이라고’ 가이드가 강조해 말할 정도로 귀한 유물인 것 같은데 이곳의 관리수준은 아직 그것에 못 따라 가는 것 같았다. 그나마 이곳은 프랑스 사람들이 많이 가져갔지만 남아있는 유물로도 이곳을 찾은 사람들에게 감명을 주기에 충분하다.

 

가이드는 “과거의 유물을 볼 수 있는 지금의 사람들은 행복한 사람들이다.” 라고 말해주며 덧붙여 ‘과거를 통해 현재를 볼 수 있다’ 라고 한다. 어라 무슨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이란 뜻의 말을 한다. 북아프리카에서 동양의 사상과 비슷한 말을 듣게 되니 신기하다. 누군가는 ‘여행이란 몸의 이동이 아니라 생각의 이동이다’ 라고 말했다. 하긴 비슷한 생각과 사상이 있다는 것이 이들과 동질감을 느끼게 한다. 박물관도 반나절이면 여유있게 돌아볼 수 있는 크기라 부담없이 보기에 좋다. 미리 공부하고 방문할 껄 하는 후회도 생긴다. 여행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는데 나중에 돌아오고 나서 이 유물들의 가치를 더욱 알게 되었으니 아까울 따름이다.

 

바르도 박물관의 건물은 18세기 이슬람 건축의 표본으로 꼽힌다고 한다. bey(옛 오스만 투르크의 지방통치자)의 하프시네 궁전으로 13세기에 축조되어 18세기에 개축되었다고 한다. 박물관 건물은 흰색 건물과 내부 정교한 장식이 빼어나 전시되는 모자이크과 함께 방문객의 눈길을 빼앗는다. 마그레브 지역의 최고의 고고학 박물관으로 대표되는 이곳은 3개층으로 구성되어있으며 각 층마다 총 40개 전시실로 구성되어 있다. 3층의 박물관 건물도 앞서 말한 왕궁으로 사용되었던 역사가 말해주듯, 증.개축이 반복 되면서 시대별 유행하는 양식을 혼합시킨 것으로, 특히, 2, 3층은 벽과 천장 등의 내부 구조가 방마다 달라서 흥미롭다. 또한, 2개의 독특한 형태의 프레스코 전시관이 있다.

 

말발굽모양의 아치들은 스페인의 안달루시아 양식이라고 한다. 스페인과 모코로, 알제리 등 북부 아프리카에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데 볼 때 마다 이쁘다. 천장 장식 역시 화려하다. 금박으로 기하학적 무늬를 만들어놓았는데 정말 장관이다. 유사한 무늬들은 모로코의 자아딘 묘소에서도 볼 수 있었다. 역시 볼 때마다 탐나는 물건들이다. 이것을 만드는 장인들의 솜씨가 정말 기가 막히다. 나중에 고가구 상가에 들렸을 때 사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았으나 엄청난 가격에 기가 죽고 말았는데 그만한 가치를 하는 것 같다.

 

다시 박물관이야기로 돌아와서 Ground floor(우리식으로 하면 0층) 라 불리는 1층은 카르타고 시대의 유물을 중심으로 초기 카르타고 시대라 불리는 푼(Pune) 시대의 조각상과 지하도시라 불리는 불라 레지아(Bula Regia), 투부르보 마주스(Thuburbo Majus)의 모자이크, 석상, 조각, 무기, 장신구 등이 전시되어 있다. 내가 좋아하는 대리석 기둥들은 볼 때 마다 참으로 미끈하다. 집안에 장식으로 세워놓아도 좋을 것 같은 기둥들은 누군가가 그랬다. 마치 남근을 상징하는 것 같다고, - 그렇게 보니 그럴 수도 있을 같단 생각이 든다. 기둥 모양이 섹시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대리석으로 만든 샌들이 있다 1914년에 발굴되었다는 thuburbo Maius 발부분 조각은 요즘 젊은 여성들이 신고다니는 속칭 글래이디에터 샌들과 너무나 비슷하다. 그래서 유행은 돌고 도나? 2000여 년전의 신발 디자인이 요즘에도 통하는것 보면 재미있다.

 

first floor (1층) - (우리식으로 2층)에는 로마시절의 기독교 유물과 섬세한 로만 모자이크, 카르타고의 대표적 유적지인 두가, 그리고 원형경기장이 있는 ‘엘젬’, 지중해를 면한 ‘수스’ 등에서 발굴된 석상과 화려한 아랍의 문양으로 장식된 금빛 천장, 가운데 뜰(중정)이 있는 특징인 아랍 건축들의 면면들이 전시되어있다. 중정(中庭, 집의 가운데 공간, 작은 마당)을 중심으로 그리스 양식의 조각상들이 쭉 둘러져 있다.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조각상들은 정말로 대영박물관에서 본 것 이상의 훌륭한 작품들이다. 머리와 팔들이 없어진 것이 많고 남성의 경우 성기부분들이 없어진 것을 볼 수 있는데, 아마도 인위적으로 떼어갔거나, 돌출 부위라 파손되었을 거라 한다. 마찬가지로 코가 없어진 것도 그런 이유라고 한다. 조각상들을 보면서 어쩌면 조각상들을 떡반죽 주무르 듯 만들었을까?, 선이 이렇게 부드러울 수 없다는 것이 당시 최고라는 그 예전의 장인들의 솜씨에 감탄을 해본다. 이 모든 것이 당시에 활발했던 로마와의 문화 교류덕분일 것이다. 이모든 것이 마치 로마의 느낌 그대로이다.

 

 

그리고 이슬람 전시관은 마치 할렘에 들어온 듯 이슬람 스타일의 실내장식을 한눈에 볼 수 있는데, 정말 아름답다. 당시 사용하던 의상들을 마네킹에 입혀 전시하였는데 귀걸이와 팔찌에 눈이 간다. 지금 출시해도 에스닉하다고 해서 인기가 많을 것 같다.

 

공주가 사용했을 것 같은 방의 모습이 아담하게 전시돼있는데, 벨벳으로 화려하게 침대와 의자를 만들었는데 무슨 유럽의 가구같다. 그리고 아기의 흔들리는 요람까지 있다. 그리고 차를 마시는 방은 친한 사람들끼리 모여 이야기하기 참 좋을것 같다. 이슬람의 차를 마시면서 교류하는 문화의 특징이 그대로 나타난다. 방의 구석구석까지 섬세한 장식들로 가득한 이 방에 들어서면 이들의 디자인 감각과 예술성에 감탄이 쏟아진다. 햇빛이 잘 드는 공간구조상 박물관에 가득한 햇빛이 황금빛으로 물들인다.

 

하얀 옷을 입은 아름답고 풍만한 여신을 상상하게 하는 하얀벽과 천장은 오래 보아도 질리지 않는다. 손톱만한 색상의 돌조각들을 하나씩 집어 넣어 만든 모자이크화는 평면에서도 입체감이 느껴지게 색상과 색채의 대비로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Second floor(2층) - (우리식으로 3층)은 자기, 유리 및 로마시대 모자이크 등 많은 고고학적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그리스 신화신화에 나옴직한 사람들을 그린 자기들, 반인반수의 신상들, 그리고 세계 최고 최다의 모자이크로 유명한 이곳은 아랍-이슬람시대, 카르타고 유적에서의 출토품, 로마시대, 초기 기독교에 이르는 다양한 모자이크를 전시 하고있다. 튀니지의 고대 도시인 수스(Sousse)와 두가(Dougga), 엘젬(El-Jem) 특히, 로마시대 모자이크를 전시하는 갤러리는 로마의 모자이크를 가장 잘 보존하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며, 폭이 넓고 충실한 컬렉션을 자랑하고 있다. 주로 2.3층에서 모자이크 작품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최고의 모자이크 박물관 답게 각층 전시장의 벽들을 화려한 모자이크로 장식되어 관광객들의 눈길을 끈다. 바닥에도 대형 모자이크 작품을 전시해 놓아 한층 올라가서 보면 한눈에 잘보인다. 튀니지의 모자이크는 북아프리카의 강렬한 햇살과 지중해의 바닷 바람 덕분인지 모든 사물의 색이 더욱 대비가 강렬하다. 이곳에 전시된 돌고래와 호랑이 모자이크의 화려한 색상의 모자이크도 ‘색의 비밀'을 더욱 궁금하게 한다. 호랑이는 아마도 인도 호랑이였을텐데 이곳까지 온 것을 보면 그 당시 로마의 힘이 어디까지 닿았는지 알 수 있는 자료일 것이다.

 

 

이곳 전시품 중 눈길을 끄는 모자이크 작품은 로만 튀니지의 대부로 알려진 셉티무스 세베루스 황제를 표현한 모자이크이다. 전체적으로 보존상태가 좋으나 황제의 코 부분이 손상되어 아쉬움을 남기지만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 셉티무스 세베루스 황제 (Septimus Severus, 재위 193-211) 는 튀니지의 바로 옆 나라인 리비아 출신인 유일한 비 로마출신의 황제이다. 그래서 자신의 고향인 리비아의 트리폴리니아(트리폴리)에 렙티스 마그나를 만들었다. 군인 출신의 황제로서 아무래도 정통성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비주류의 황제라 더욱 자기 고향에 커다란 유적을 만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황제의 고향인 이곳에서 그는 자신의 이름을 남기려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리비아에 랩티스 마그나라는 걸출한 유적지가 남아있다. 세베루스 황제 역시 아들들에게 공동으로 황제자리를 물려주었는데 그중 한명이 유명한 칼리쿨라 황제이다.

 

이곳에 전시된 로만 모자이크는 기원 후 2세기에서 6세기 사이에 만들어진 것들이라고 한다. 특히 3세기경부터는 튀니지 고유의 스타일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는데, 이것은 이 지역의 장인들이 모자이크를 독특한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 그래서 이곳에서 볼 수 있는 모자이크의 특징은 이곳의 넓은 땅과 무척 관계가 깊다. 무척 스케일이 큰 이야기- 사이렌의 전설을 담은 오딧세이 라던가. - 튀니지 동쪽의 섬, 제르바에 사는 반인반수 세이렌의 노래에 실린 마력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서 스스로 결박한 율리시즈. 율리시즈는 세이렌의 노래를 들었고 그 유혹에 끌려가지 않은 지혜로움을 보여주는데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강렬하고도 제어하기 힘든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런 이야기들을 담아 드라마틱하면서도 그 사용한 색깔이 다채롭다. 곧이어 대형작품들을 보수하는 것을 보면서 습자지 같은 곳에 본을 뜨는 데 당시에 어떤 기획이나 설계도로 이렇게 이런 작품들을 만들었을지 궁금하기만 하다.

 

 

*바로도 박물관

튀니스의 중심가로부터 약 4Km 정도 떨어져있다, 튀니스 시내를 다니는 트램을 타고 '바르도 박물관 역 Le Bardo Station'에서 내려 조금만 걸어가면 박물관 입구에 도착할 수 있다.

* 가는 방법 : 메디나 근처에서 메트로를 타고 간다면 Habib Thameur 역에서 4, 14번을 탄 뒤 르 바르도 Le Bardo역에서 하차, 올때는 르 바르도 역에서 타되 Ibn Rachid역에서 내려야 한다.

박물관입장료 : 6디나르, 사진: 1디나르, 메트로: 0.450 디나르

* 테세라 'tesserae'

- 모자이크를 만드는 재료는 테세라 'tesserae'라고 부르는 작고 네모난 형태의 돌이다. 이 단어는 라틴어로 '정육면체' 혹은 '주사위 모양'을 의미한다고 한다. 재료는 흑요석, 규사(유리), 도기, 상아 등으로 만든다.

 

권기정 기자  john@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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