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티엘뉴스] 팬데믹을 기점으로 한국 여행 산업은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모색했다. 팬데믹 이전까지 저가 항공의 성장에 힘입어 호황을 누리던 여행 산업은 갑작스러운 여행 제한으로 큰 타격을 입었지만, 이를 계기로 디지털 혁신에 박차를 가하게 되었다. 특히 개별 여행과 맞춤형 관광으로의 트렌드 변화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 세대의 부상은 여행 업계의 디지털 전환을 더욱 가속화했다.
디지털 전환의 가장 큰 장점은 소비자 경험 향상과 기업의 비용 절감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오프라인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이다. PwC의 분석에 따르면, 호스피탈리티 산업의 디지털 전환은 고객 선호도 변화와 기술 발전에 대응하기 위한 비즈니스 파트너십을 통해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만들어내고 있다.

한국 여행 산업의 디지털 전환은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산업 전반의 혁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클라우드 기반 관리 시스템 도입으로 30% 운영 효율성이 향상되었고, 동적 가격 책정 도구를 통해 20%의 수익 증가가 이루어졌다. 또한 개인화된 서비스 제공으로 고객 만족도가 25% 증가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호스피탈리티 테크 기업 H2O호스피탈리티는 호텔 운영 및 접객 프로세스를 완전히 디지털화한 기업이다. 이미 국내외 22만 개 객실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H2O는 스마트폰 하나로 예약부터 체크인, 컨시어지 서비스, 체크아웃까지 모든 과정을 비대면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중동진출 3년차에는 현지 네트워크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더 디지털 호텔리어(TDH)'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TDH는 QR 코드를 활용한 룸서비스와 주변 레스토랑 예약 같은 컨시어지 서비스를 디지털화한 기업이다.
이 협업은 양사의 디지털 기반 서비스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신속하게 진행되었다. H2O의 메신저 기반 모바일 체크인 솔루션과 TDH의 QR 코드 기반 컨시어지 서비스의 통합은 국경을 넘는 디지털 협업의 좋은 사례가 되었다. 이를 통해 H2O는 TDH의 고객사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게 되었고, TDH는 자사 서비스를 예약, 스마트 체크인, 호텔 관리까지 포함한 종합 서비스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게 되었다.
AI 기술 여행 분야에서는 누아(Nua)의 통합 항공권 관리 시스템이 눈길을 끈다. 누아는 2012년 AI를 활용한 관광지 리뷰 자동 요약 서비스로 시작했다. 이후 AI 기술을 항공권 예약, 판매, 환불 분야로 확대 적용하며 사업 영역을 넓혀왔다.
여행사들의 항공권 판매 과정에서 판매는 디지털로 이루어지지만, 항공권 변경, 환불, 좌석 선택, 기내식 등의 서비스는 여전히 수작업으로 처리되고 있었다. 누아는 이 모든 과정을 통합한 '누아 오피스’를 개발하여 여행사의 완전한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고 있다.
아울러 항공권 발매와 관련된 모든 과정을 백오피스로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여행사가 아닌 기업도 이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누아는 지난 4월 우리카드와 제휴해 '우리 WON 트래블’을 출시했다. 이는 카드사가 여행 서비스 시장에 진출하고, 누아는 B2B에서 B2C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 사례로, 디지털 전환이 산업 간 경계를 허물고 있음을 보여준다.
‘트립패스’ 서비스를 운영하는 로드시스템은 원래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간편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던 기업이었다. 그러나 자사의 근거리무선통신(NFC) 기술에 안면인식과 QR 기술을 결합하여 모바일 여권 서비스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최근에는 신세계면세점, 현대면세점과 협력하여 공항 면세점에서도 모바일 여권 QR로 신분 확인이 가능하도록 서비스를 확대했다. 이는 여행객들에게 더욱 편리한 쇼핑 경험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면세점의 고객 데이터 수집과 분석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로드시스템은 앞으로 금융기관 비대면 신원 인증과 외국인 성인 인증 서비스로 사업을 더욱 확장할 계획이다.
해외여행의 결제 수단도 현금이나 신용카드에서 QR코드를 활용한 간편 결제로 점차 변화하고 있다. 하나은행의 GLN인터내셔널은 태국, 타이완 등 11개국에 서비스를 제공하며, 불필요한 환전이나 인출 과정을 줄이고 금전 분실 위험을 최소화하는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GLN인터내셔널은 7개국 결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63만개 이상의 QRPh 가맹점을 확보했으며, 아시아 연합 은행(AUB)과의 전략적 파트너십도 체결했다. 이러한 금융 디지털화는 여행객에게 편리함을 제공하는 동시에, 축적된 소비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확장의 기회로도 활용되고 있다.
여행사 디지털 전환은 단순히 기존 서비스를 온라인으로 옮기는 것을 넘어, 완전히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MZ 세대를 중심으로 한 개인화된 여행 경험에 대한 수요 증가는 여행사들의 디지털 전환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누아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여행사의 디지털 전환은 카드사와 같은 금융 기관이 여행 시장에 진출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또한 H2O호스피탈리티의 사례는 디지털 기반 기업들 간의 국제적 협업이 얼마나 빠르고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디지털 전환은 고객 경험 향상뿐만 아니라 기업의 운영 효율성도 크게 개선한다. 서비스 처리 시간이 35% 단축되고, 연결성 관련 만족도가 90%에 달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또한 에너지 소비 30% 감축과 같은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의 트래블 테크 기업들은 숙박, 항공, 면세, 결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관광 인프라를 빠르게 발전시키고 있다. 이를 통해 국내외 관광객에게 새로운 가치와 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산업 간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사업 모델을 창출하면서 관광산업의 미래를 새롭게 그려가고 있다.
AI 기술의 발전은 여행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주요 ICT 기업들은 AI 기술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으며, 이는 여행 산업의 혁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특히 개인화된 여행 추천, 실시간 언어 번역, 지능형 고객 서비스 등의 분야에서 AI 기술의 활용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또한 메타버스와 같은 새로운 기술의 등장은 여행 경험의 확장과 가상 여행의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실제 여행을 가기 전 가상 공간에서 목적지를 미리 체험하거나, 물리적 이동 없이도 다양한 문화와 장소를 경험할 수 있는 서비스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여행 산업에 큰 위기를 가져왔지만, 동시에 디지털 전환을 통한 혁신의 기회를 제공했다. 한국의 여행 기술 기업들은 이러한 위기를 기회로 삼아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여행 산업의 미래를 선도해 나갈 전망이다.
정연비 기자 jyb@ttl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