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마라케시, 화려하면서도 앤틱 그 자체
이브 생 로랑의 최애 도시에서 바샤커피로 트렌디한 여행 가능
2024-12-26 19:24:25 , 수정 : 2024-12-26 21:33:52 | 정연비 기자

[티티엘뉴스] 모로코 여행 일정을 짤때 시작 도시를 고른다면 경험자들은 마라케시(Marrakesh)부터라고 조언한다. 붉은 도시 마라케시는 흔히 천년고도로 불린다. 과거 여러 왕조의 수도였고 지금도 구시가지인 메디나(medina)에는 예전 모습들이 고스란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메디나는 모로코 도시별로 존재하는데 메디나는 크고 작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마라케시 메디나의 경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1985년부터 지정돼있으며 흙이나 건물 벽, 모스크 등이 대부분 붉은색을 띠어 붉은 도시란 별칭이 붙도록 만들었다.

마라케시는 베르베르어로 '신의 땅'이란 의미고 모로코(morocco)라는 국명도 마라케시의 영어식 발음에서 유래돼 수도 라바트에 버금가는 핵심도시임엔 틀림없다.

 

“마라케시를 방문하기 전엔 모든 것이 검은색이었다. 이 도시는 내게 색을 가르쳐 주었다"

 - 이브 생 로랑 

 

마라케시는 세계적인 유명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의 창작에 영감을 준 도시이자 오아시스와 같은 장소다.

 



▲ 마라케시는 현지인과 관광객으로 뒤섞여 혼잡하면서도 활기차다. 관광객들의 체험할 수 있는 마차도 수시로 볼 수 있다.

 


▲색색깔의 화려한 접시들이 길가는 행인의 시선을 잡는다.

 


▲ 마라케시의 어느 골목에서. 

 

아틀라스 산맥과 사하라 사막의 가장자리에 있는 마라케시는 아마도 모로코에서 가장 잘 알려진 도시일 것이다. 오랫동안 무역의 주요 장소였고 구시가지인 메디나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있다.

마라케시는 요즘 여행자들을 사로잡을 키워드로 가득하다. 다소 살짝 다듬어지지 않은 날 것의 이미지가 때론 모로코 첫 방문자를 당황하게 하는 것도 있지만 대자연과 고대 역사의 산물을 아우른 것 같은 붉은색, 오렌지, 버건디 컬러 등 레드 계열의 흙으로 점철된 가옥이나 건물들이 강렬한 첫 인상을 선사한다. 동양인이 흔히 접할 수 없는 독특한 형태가 한데 얽혀 좁디좁은 골목에서마저도 연신 셔터를 누르게 만든다.

골목마다 낯선 동양인을 보는 모로코 사람들과 고양이들의 신기하다는 눈빛도 이내 적응된다. 하늘이 맑으면 맑은대로 붉은 색 마라케시의 건물들과 묘하게 잘 어울린다. 

사하라 사막의 관문이라 볼 수 있는 마라케시에서의 열기구 체험은 잊지 못할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다른 나라에서 열기구를 경험했더라도 열기구를 타고 마라케시의 경치를 다른 각도로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 

 


▲ 열기구를 올리기 위한 준비과정. 통틀녘 새벽의 하늘색과 어우러짐은 또다른 장관이다. 


▲ 비슷한 시각에 수많은 열기구 회사들의 투어가 진행되는데 동시다발적으로 올라오는 열기구들로 하늘이 채워진다. 


▲열기구 투어 후 제공되는 베르베르 전통식 아침.

 

마라케시 열기구 체험은 우선 환상적인 경치를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열기구 투어는 일출이나 일몰 시간에 맞춰 진행되는데 이른 새벽 동트기 전 열기구를 타고 공중에서 바라보는 마라케시의 풍경은 정말 아름답다. 사막, 올리브 농장, 아틀라스 산맥 등을 포함한 다양한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무엇보다 경험이 풍부한 조종사가 동행하여 안전하게 비행을 진행하고 현대적인 장비와 안전 절차를 준수한다. 많은 업체들이 안전 교육과 보험을 제공중이다. 비행 중에는 영어로 마라케시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열기구 체험 후에는 사막에서 베르베르 전통의 간단한 아침 식사나 차를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도 제공된다. 현지 음식을 맛보며 여유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열기구 체험은 인기가 많으므로 사전에 예약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아침이나 저녁에는 기온이 많이 낮으므로 체온을 조절할 수 있는 적절한 복장을 꼭 준비하자. 

 

마라케시 여행의 또다른 하이라이트를 꼽는다면 요즘 한국에 매장이 생기며 커피 애호가들의 눈길을 사로 잡은 바샤커피의 모델이 된 다르 엘 바샤 팰리스(Dar el Bacha Palace)와 이브 생 로랑이 사랑한 마조렐 정원(Jardin Majorelle)이 있다.

 

 

 

마조렐 공원과 다르 엘 바샤 팰리스는 소탈하면서도 활기찬 마라케시에서도 화려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을 선사하는 곳이다.

이곳들은 마라케시 최고의 포토존 중에서도 상위권이다. 때문에 입장할 때 여자들은 모두 옷장에서 제일 예쁘고 멋진 옷을 가져온 듯 하나같이 패션쇼장을 방불케한다. 모로코 예전 건축 양식이 뿜어내는 아름다움을 바탕으로 인생샷들을 제대로 건질 수 있다.

 


▲ 마조렐 공원에서도 포토존으로 유명한 건물. 코발트 블루의 외벽과 비비드한 색의 장식들로 모로코의 수준 높은 미학을 보여준다. 


▲ 마조렐 공원 내 이브 생 로랑의 비석

 

마라케시의 도심속에 위치한 마조렐 정원은 프랑스 출신의 화가이자 디자이너인 자크 마조렐(1886-1962)이 1924년에 조성한 곳이며 이 정원에서 두드러지는 마조렐 블루 색상은 자크 마조렐이 창시하여 상표로 등록된 색상으로, 정원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는데 독특한 색감과 다양한 식물들이 어우러져 마치 꿈속을 거니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오늘날 마조렐 정원이 이렇게 대중적으로 사랑받게 된 배경에는 세계적인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1936-2008)과 그의 비즈니스 파트너 피에르 베르제의 공이 크다. 자크 마조렐이 사망한 후 정원은 한때 황폐해질 위기에 처했으나, 1980년대 이브 생 로랑과 피에르 베르제가 이 정원을 인수해 복원 작업을 거쳐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현재 마조렐 정원에는 자크 마조렐의 무덤 옆에 이브 생 로랑이 함께 영면하고 있다.

 


▲다르 엘 바샤 팰리스 입구

 

2024년 8월 한국에 지점이 생긴 바샤커피의 모티브도 마르케시의 다르 엘 바샤 팰리스로 부터 비롯됐다. 15세기 커피 무역 당시 시작돼 2차 세계대전까지 각종 명사들이 드나들며 유명세를 탔다. 바샤커피의 창립자 타하 부크딥은 다르 엘 바샤 팰리스 커피하우스에서 영감을 받아 바샤커피를 설립했고 해당 브랜드와 상관없이 1910 마라케시 문구를 도입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마치 그때 그 감성을 이어받은 차 애호가들을 위한 티하우스가 새롭게 생겨 마라케시의 핫플레이스로 급부상했다. 젊은 남매가 운영하는 티하우스는 요즘 감각으로 재탄생했다. 

 


▲ 제마 엘 프나 광장의 과일 노점 

 

한편 불타는 열기구로 새벽을 열고 먼지가 많은 따뜻함으로 저녁을 시작하면 메디나는 더욱 살아난다. 시장에 진열된 물건들을 사고 파는 과정에서 일일이 알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언어로 물물교환이 이뤄진다. 

거기에 아마 모로코에서 가장 번화한 광장인 것 같은 제마 엘 프나(Jemaa el-Fnaa)는 먹거리나 기념품을 파는 상인들이 방문객의 관심을 끌기 위해 호객행위를 하며 분주하지만 활기찬 분위기를 자아낸다. 

제마 엘프나 광장은 한 예능프로에서 백종원 대표가 한식을 팔았던 곳이라 익숙한데 야장의 활기찬 분위기가 마라케시를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아직 동양인 그중에서도 한국 여행객들이 많이 없는 곳이라 호객꾼들이 연신 일본어나 중국어 인사를 외친다. 한국에서 가져온 유로나 달러를 현지 화폐인 디르함으로 환전하고 싶다면 광장 한켠의 환전소에 미리 들리자. 식당이나 카페 등에서 팁을 계산하거나 기념품이나 먹거리를 사먹으며 돌아다는데 용이하다. 달러는 받지 않는 상점들이 많고 유로는 받는 곳들이 있지만 디르함을 더 선호한다.

 

마라케시 = 정연비 기자 jyb@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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