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티엘뉴스]전통적인 반가의 도시 안동은 권, 김, 장씨의 본관이기도 하다. 하회마을덕분에 더욱 유명세를 탔지만 안동은 류씨 집성촌인 하회마을 이외에도 안동 곳곳에 여러 종택들이 있어 종택을 지키는 종부들의 다양한 전통의 손맛이 지금까지도 유지되는 곳이다. 1년에도 수많은 제사가 있어 일반 관광객이 종부들의 손맛을 보기위해 방문해도 헛걸음 할 수도 있다. 사전에 단체가 예약을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개인적으로 방문하는 경우는 상당히 어려울 수 있다.
안동 관광두레의 협조를 얻어 안동 반가의 맛을 체험하면서 느낀 것은 반가의 격식과 위엄을 유지하면서 재미없다는 인식을 벗어버리는 시도를 하고 있다. 소중한 전통관광자원으로 변신하고자 하는 이들을 만나면서 사람의 정과 감성이 충만한 안동의 독특한 관광거리를 체함하고 왔다.
건진국수를 맛보다 '수졸당'(守拙堂)
▲ 수졸당(守拙堂) 전경
▲ 콩가루가 섞인 밀가루 반죽으로 칼국수를 만든다.
수졸당은 진성이씨 하계파의 종택으로 종암종택이라 부르기도 한다. 퇴계이황의 손자 동암 이영도(1559-1637) 선생이 분가하면서 지어진 집이다. 지금의 이름은 그의 아들인 이기(李技) 선생의 호를 따서 지은 것으로, 우직하게 자신의 삶을 지켜나가는 것을 뜻한다. 경주 양동마을에도 같은 이름의 수졸당 가옥이 있어 혼동되기 쉽다.
이곳에는 안동국시 중 하나인 건진국수의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다. KBS누들로드에도 소개된 안동의 전통국수인데 '안동 건진국수'는 밀가루와 콩가루를 섞어 반죽을 만든 다음 얇게 칼로 국수를 만든다. 국수를 삶아 찬물에 헹궈낸 후 '건져내' 장국에 고명을 얹어서 먹는 국수다. 수졸당에서는 예전부터 차례상에 국수를 올렸다.
▲ 정갈한 모양으로 준비된 칼국수
안동국시의 면이 유난히 긴 이유는 길하고 장수하는 음식이라는 의미를 담은 것으로, 예전부터 귀한 손님들에게 대접하던 별미다. 안동국시가 다른 국수와 다른 점은 바로 콩가루가 들어간다는 점이다. 면을 만들 때 밀가루와 콩가루를 약3:1의 비율로 섞어 면을 만들어 낸다. 오랫동안 반죽해서 찰기를 만들어 쫄깃하게 만든다. 콩가루를 섞으면 찰지고 쫄깃쫄깃하다. 손으로 반죽을 30여분 이상 치댄다. 많이 치댈수록 쫄깃한 면발을 만들 수 있다.
반죽이 완성되면 2, 3시간을 숙성시켜 둔다. 육수 역시 '수중군자'(水中君子)로 불리는 회유성 어종인 은어와 닭 혹은 소고기를 이용해 육수를 만든다. 은어는 6월이 되어야 잡히는 생선으로 비린내가 적고 담백하고 감칠맛이 나는 생선이다. 장국물 재료로 최고로 치는 재료라고 한다.
▲ 칼국수를 삶아 낸다.
반죽으로 홍두깨로 미는 작업이 힘들고 어려운 과정이다. 손바닥 크기의 칼국수 반죽이 홍두깨에 둘둘 말릴 정도로 얇아진다. 반죽 뒤에 글씨가 쓰인 종이를 대니 글씨가 보일 정도로 얇게 반죽을 민다. 얇게 펼수록 안동 건진국수 맛을 제대로 낼 수 있다고 한다. 얇게 민 반죽 너비가 홍두깨의 길이 만큼인 대략 1m가 넘는다. 몇겹으로 접어 도마 위에 올려놓고 칼로 자른다. 굵은 소금으로 간을 맞춘 물이 한바탕 끓어오르면 면을 집어 넣어 삶아 낸다. 긴 젓가락으로 서로 엉키는 것을 막는다.
잘 삶아진 국수를 둥글게 말아 그릇에 담고 육수를 붓는다. 육수는 그리 많이 붓지 않고 면이 살짝 잠길 정도로만 붓는다. 계란 지단, 닭 가슴살, 오이와 호박 등의 고명이 곁들어진다. 건진국시는 냉국수로 먹기도 하고 온국수로 먹기도 한다. 한여름에는 육수를 시원하게 하여 냉국수로 만든다. 조밥이 나오고 반찬으로는 김치와 전, 고추부각, 나물반찬 그리고 문어 숙회가 나왔다. 슴슴한 맛이 처음에는 무슨 맛인지 모르다가 두세 젓가락을 입안 가득히 떠 넣은 후에 이맛이 무슨 맛인지 알 것 같다. 질리지 않고 술술 미끌어지듯 들어가는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 여름철에는 온국수가 아닌 냉국수로 먹는다.
수졸당
경북안동시 도산면 하계길 1-9
안동= 권기정 기자 john@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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