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 중]생태관광의 매력, 전라북도 정읍 송죽마을에서 느껴보는 ‘솔티 달빛 생태숲길’ 탐방
자연 · 주민 · 관광객 모두가 공존하는 투어
보타니 원정대의 메인 코스로 사람과 자연이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만나는 매력 담겨 있어
2020-02-04 11:03:02 , 수정 : 2020-02-04 11:27:51 | 이상인

[티티엘뉴스] 개발되지 않은 상태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즐기는 '자연관광'이나 지역사회가 관광으로부터 정당한 이익을 얻도록 하는 '공정여행'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지역의 자연과 문화의 보전에 기여하고,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 시키며 생태교육과 해설을 통해 참여자가 환경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여행이 바로 생태관광이다. 사람과 자연이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만나는 생태관광의 매력, 그 매력을 소개한다.  

 

휑한 겨울, 자연을 벗 삼아 떠나는 생태관광은 과연 어떨까. 기대와 궁금증 속에 나선 생태관광은 지금까지의 관광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관광이다. 굳이 기존의 관광과 비교한다면, 체험프로그램 정도가 비슷하고, 나머지 투어 방식은 전혀 다르다. 

▲ 각내장생태탐방마루길에서 솔티숲길로 가는 길목에 있는 조각공원의 모습. 조각들이 띄엄 띄엄 서있다. 

▲ 김광렬 애코매니저가 솔티숲 옛길 시작점에서 설명을 하고 있다

 

전라북도 정읍에서 진행하는 생태관광의 정식 명칭은 ‘솔티 달빛 생태숲길 탐방’이다. 정읍시 내장산동에 위치한 쌍암리 마을 주민들이 지켜왔던 옛길을 솔티 옛길이란 이름으로 스토리를 부여했다. 솔티숲은 송죽 마을(구 · 솔티 마을) 주민의 일상이 묻어있는 공간이자 농사의 현장이다. 생산의 공간이기도 하지만, 외부로 나가는 길이였으며, 어려운 시기에는 숨어 살던 은신의 공간이었다.  

솔티숲은 이처럼 송죽 마을 주민의 삶터였으며, 주민의 삶을 지켜보며 함께 살아 온 새들과 작은 동물들이 있고, 그들의 먹이가 되어 주는 숲속의 수많은 식물들과 미생물들이 살아가는 복잡다단한 삶터이기도 하다. ‘솔티 달빛 생태숲길 탐방’ 프로그램은 다양한 생물과 주민들, 관광객까지 모두가 공존하는 솔티숲의 모습을 상징화 했다. 

 

▲ 솔티숲 생태체험장 안내판 

▲ 솔티숲길으로 향하고 있는 보타니 원정대의 모습. 비가 오는 날씨로 을씨년스럽다

 

솔티 숲길은 생태관광에 나서는 관광객 일명, ‘보타니 원정대’의 메인 코스다. 이곳에서는 4년간의 교육을 받아 임명된 김광렬, 유금명 두 명의 애코매니저가 원정대를 안내했다. 송죽 마을 주민 중에서 양성된 애코매니저는 생태관광을 하는 보타니 원정대에게 솔티 달빛 생태숲길 탐방을 진행하는 해설사와 가이드 역할을 한다. 

전문 가이드나 해설사와는 달리 교과서적이지 않고, 자신들의 경험담까지 들을 수 있어 더욱 생동감이 넘친다. 처음에는 숲길을 걸으면서 생태관광이 좀 다른 관점을 갖고 있구나 하는 이런 부분을 같이 교감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 쓰러진 나무가지에서 버섯이 자연적으로 자라고 있는 모습


▲ 아름답게 꾸며진 조각공원의 조경 모습 

 

솔티 숲길은 지난해 저탄소인증을 받은 프로그램이다. 걸어보면 느낄 수 있지만 탄소가 많이 안 나오는 프로그램으로 최대한 식물을 보존하고 생태계가 우리와 함께하는 것. 그리고 아이들이 이것을 보호해야겠구나, 이것들이 우리와 함께 살고 있구나 하는 고마움을 느끼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솔티 숲길 출발지로 향하는 곳에서는 내장산의 최고 주봉인 서래봉을 비롯해 각각의 봉우리 일부를 볼 수도 있다. 이곳에서 서래봉까지는 1시간이면 올라갈 수 있는 단거리 코스이기도 하다. 

 

▲ 멧돼지 효자손의 모습. 여기 저기 멧돼지 분비물도 묻어 있다

▲ 솔티숲을 알리는 이정표

 

정읍 솔티달빛생태숲으로 가는 첫 번째 볼거리는 나무 데크로 만들어진 내장생태탐방마루길이다. 전라북도가 생태관광육성사업으로 만든 총길이 269m, 넓이 2.5m의 인공 구조물이다. 마루길은 주변의 자연환경과 훼손하지 않으면서 조화를 이루도록 약간 높이 조성되어 있다. 마루길에는 내장산의 깃대종인 진노랑상사화와 단풍나무, 은행나무를 형상화한 3곳의 쉼터를 마련하고 생태관광을 즐길 수 있도록 준비했다.  

전라북도 생태관광지인 정읍 월영습지와 솔티숲의 탐방 시작을 알리는 마루길에 올라 둘러보면, 우측으로는 조각공원과 동학혁명 100주년 기념탑이 있으며, 위쪽으로는 야생화 공원이 내려다보인다. 전면으로는 내장호로 불리는 내장저수지가 넓고 시원스럽게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철새들이 많이 찾고 있는 상수도 보호구역이기도 하다. 

 

▲ 내장생태탐방마루길 쉼터 모습. 앞으로 내장산저수지가 내려다 보인다.

 

송죽 마을은 지난 1972년 이 곳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국립공원이 되면서 사실 좋은 점 보다는 제약이 많기 때문이다. 송죽마을 인근에는 단풍 생태공원이 있는데 이렇게 좋은 곳이 있는지 잘 모르며, 서울에서 오는 관광객들이 보고 깜짝 놀라는 곳이기도 하다. 부근에 내장산 수목원의 정경이 너무 좋은데 이곳 지역인 들도 좋은 곳인 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입소문이 꼬리를 물면서 최근에는 내장사 쪽보다 이곳으로 더 많은 관광객들이 몰리고 있다. 이유는 좋은 경치, 좋은 물, 조각, 야생화 등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좋은 여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생태숲의 실질적인 시작은 조각공원에서 위쪽으로 더 올라가면 솔티숲 옛길이라고 쓰인 문으로부터 본격 시작된다. 듬성듬성 놓인 돌바닥을 따라 조금 올라가면 이내 길은 사라지고 그야말로 산등성이로 이어진다. 옛 산길이라지만 길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 산길이다. 본격적으로 생태관광이 무엇인지 조금 느낄 수 있게 자연과 동화되어 걷게 되는 기분이다. 안내를 맡은 에코매니저가 없다면 길을 잃어버리기 십상이다. 옛길이라 사람들이 다닌 흔적도 별로 없고, 표식도 분명하지 않다, 다만 나무위에 작은 새집들이 놓여 있어 사람의 흔적을 알 수 있을 정도다. 

이곳에서는 걷는데 열중하기 보다는 자연과 동화되어 자연과 하나 되는 투어를 만끽해야 한다. 보타닉 원정대에게 지급되는 루페(작은 현미경)를 가지고 자연을 들여다보고 감상하며, 이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생태관광에서만 가질 수 있고, 만끽할 수 있는 가장 큰 즐거움이다. 그동안 무심히 봐 왔던 하찮은 것들이지만 루페로 통해 들여다 본 그곳에는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고 있다. 

 

▲ 마을에 대나무와 소나무가 많아 송죽마을이라고 한다며 유금영 애코매니저가 설명하고 있다

▲ 보타니 원정대의 솔티 옛길 탐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박종석 전라북도생태관광육성지원센터 센터장(우측)과 유금영 애코매니저(좌측)

 

인간이 흩트리고 망쳐 놓은 자연을 회복하기 위해 자연은 말없이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강한 회복력을 발휘하며 순화해 가고 있는 모습을 그곳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작은 루페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신비로움은 그뿐만이 아니다. 작은 곤충을 비롯해 미세한 벌레들이 자연 속에서 동화하고 살아가는 그들만의 생활상과 그들의 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다. 

자연은 순박하고 거짓이 없다. 이상기온으로 겨울 날씨가 초봄 같은 기온을 보이자 개나리, 철쭉 등 봄에 피는 꽃들이 순진한 모습으로 여기 저기 피어있는 모습도 보이고, 먼저 피었다가 기온이 내려가면서 시들어 버린 애잔한 모습도 보인다. 

호기심 가는 자연의 생태계를 이곳저곳 살피며 올라가다 보면 조금은 생뚱맞지만 빨치산 본거지라고 쓰인 간판을 만나게 된다. 6.25한국전쟁 당시 낮에는 남한군이, 밤에는 빨치산이 마을을 점령하여 힘들게 했던 내장산 빨치산 보급로 이었다. 마을 앞 월영습지가 있는 봉우리에서 망을 보다가 군국이 온다는 신호를 하면 빨치산들이 이곳으로 숨어들었던 곳이다. 40여 년간 인적이 끊겼던 이곳에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온전히 남아 있다. 먹이를 찾으러 민가로 내려와 종종 뉴스에 등장하는 멧돼지가 몸을 뒹굴며 가려운 곳을 끌고 가는 멧돼지 전용 효자손 나무도 보이고, 이끼들로 얼룩진 자연 그대로의 모습도 새롭게 만나 볼 수 있다.  

 

▲ 뒤로 보이는 바위 일대가 바로 6.25 한국전쟁 당시 빨치산 본거지 였다

 

▲ 내장생태탐방마루길에서 내려다 본 진노랑상사화 군락지 모습. 겨울이라 잘 보이지 않는다

 

에코메니저의 설명을 들으며, 내딛는 한 발짝 한 발짝이 새롭기 그지없다. 빨치산 은거지를 지나 내리막으로 조금 내려가면 골짜기로 이어지는 입구에 초빈이라고 쓰인 팻말이 보인다. 초빈이란 옛날에 대부분 섬 지방에서 초상을 치른 뒤 관을 바로 땅에 묻지 않고 땅이나 평상 위에 놓고 이엉으로 덮어서 1~3년 동안 그대로 뒀다가 시신이 탈육 되고 나면 뼈만 간추려 땅에 묻는 방식으로 치르던 장례 풍습의 일종이다. 이곳은 마을과 가까우며, 바람도 없고, 산도 깊지 않은 곳으로 선조들이 이곳에 초빈을 만들고 신성시하던 곳이라고 한다. 

초빈을 지나 산길을 조금 내려오면 앞이 훅 트인 넓은 공터가 나온다. 이곳은 마을 아이들의 놀이터로 이용되던 연을 날리던 터다. 서쪽으로 부는 바람을 등지고 연을 날렸던 곳인데 350년 전통을 지니고 있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자치기, 제기차기, 진돌이, 댕깡, 고누, 고무줄놀이 등을 했으며, 어른들은 모닥불을 피워놓고 고구마, 감자, 옥수수 등을 구워먹던 추억이 깃든 장소이기도 하다. 

 

▲ 솔티옛길의 모습 

 

연터 바로 옆으로는 커다란 나무들이 잘 정돈되어 이뤄진 명상숲이 보인다. 몸과 마음을 쉬어갈 수 있는 이곳은 솔티 옛길 탐방 동안 에코 가방에 모아 온 나뭇가지, 나뭇잎, 솔방울 등을 펼쳐 놓은 하얀 보자기에 내려놓고 각자가 루페를 통해 봐왔던 다양한 이야기들과 투어에 대한 소감 등을 이야기 하며, 솔티달빛생태숲길 탐방을 마치게 된다. 

생태관광을 통해 일반 관광과는 그 목적 자체가 다르다는 점과 대규모 단체관광이 자신들만의 관광을 위해 자연환경을 훼손하고 지역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다 보니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생태관광으로 생태와 자연경관이 우수한 지역에서 자연자산의 보전과 현명한 이용을 통해 환경의 중요성을 체험하고 환경보존과 지역주민의 복지 향상을 추구하는 자연친화적이면서도 책임있는 행위라고 것을 실감하게 된다. 

이번 생태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한 박종석 전라북도생태관광육성지원센터 센터장은 “전라북도가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전라북도 생태관광 투어’는 메인 코스인 솔티 숲길을 걸어보고, 마을생태밥상을 맛볼 수 있으며, 마을 공동체 사업인 새랑나무랑, 꽃담원, 솔티애떡, 서래원 등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험하고, 운곡습지와 호암마을을 돌아보는 등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며, “사람과 자연이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만나는 자연과의 교류를 근본 취지로 하고 있는 이 프로그램을 잘 보완해 올 상반기 생태관광 상품으로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 송죽마을 입구에 우뚝 서 있는 마을 표지석 

 

#송죽마을(구·솔티마을)
생태관광은 전라북도가 펼치고 있는 정책 중 하나인 ‘농민과 농업, 그리고 농촌이 즐거운 전라북도’를 만드는 일과도 잘 맞는다. 그중 전라북도 정책에 잘 맞게 발전되어 가고 있는 공동체 마을 중 가장 대표적인 마을이 바로 송죽마을이다.  

현재 송죽마을에는 43세대 93명이 솔티마을 주민협의체(대표 유연필)를 구성해 성공적인 공동체 활동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 송죽마을 공동체 성공의 핵심은 마을주민들과 마을기업인 솔티애떡의 상호 협력이다. 마을주민들이 재배한 모시 전량(50톤)를 마을기업인 솔티애떡에서 시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수매한다. 시가보다 높게 판매한 금액의 이익금은 마을 주민 중 80세 이상 노인에게 매월 10만원씩의 연금으로 지급하며, 마을기업 체험수익금의 5%를 마을기금으로 적립하고 있다.  

송죽마을은 이런 성공적인 공동체를 운영해 2015년 행자부 공동체부문 대상을 시작으로 2016년 행복마을 1위, 2017년 대통령표창 수상, 2018년 국가생태관광지 지정 등의 수상을 한 바 있으며, 솔티애떡을 비롯해 서래원가든 단풍조경, 토박도예 갤러리, 꽃담아카데미, 새랑나무랑 등이 참여마을 기업으로 협력하고 있다.  

송죽마을에서는 생태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마을 역사 체험, ▷모시수확체험, ▷솔티애떡체험, ▷도자기체험, ▷야생화(식물나라)체험, ▷애기단풍 분경, ▷에코버딩(새소리체험) 등이다. 


#송죽마을 주변 관광지 소개
송죽 마을 주변 관광지로는 ▷내장산, ▷내장산생태탐방원, ▷대상수목원, ▷내장산 단풍생태공원, ▷내장산 워터파크, ▷천변 벚꽃길, ▷월영습지, ▷내장산 조각공원, ▷내장호, ▷정읍사 오솔길, ▷정읍시립박물관 등을 10분 내외로 만날 수 있으며, 30분 내외로는 ▷옥정호 구절초 테마공원, ▷황토현 동학농민기념관, ▷전봉준 장군 고택, ▷구파 백정기의사 기념관, ▷칠보 무성서원, ▷칠보 물테마 유원지, ▷피향정, ▷정읍 김명관 고택 등을 둘러볼 수 있다. 

한편, 전라북도는 자연을 보호하고, 자연 친화적인 환경을 만들기 위해 일찍이 전라북도생태관광육성지원센터를 육성, 발전시켜 오고 있으며, 전체 12개 시·군이 참여해 성공적인 생태관광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라북도 정읍 송죽마을 = 이상인 선임기자 lagolftime@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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