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티엘뉴스] "물이 빠지면 누가 발가벗고 수영을 했는지 알 수 있다."
세계 최고의 투자가 워런 버핏(Warren Buffett)의 명언이 금융투자시장의 위기와 함께 다시금 주목을 받는다. 시계를 2년 전으로 돌려보자. 전 세계 숙박·휴양업자들은 2020년에 발가벗겨졌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인구의 이동을 제한해 숙박업과 휴양업의 본질을 흔들었다. 올해부터 2년이라는 비극의 시간이 끝나간다. 그러자, 발가벗겨지고 황폐해졌던 비극의 현장에서 '새로운 옷'을 입고 버텨낸 신개념 트렌디 숙박시설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도심의 일상 속 ‘비일상’적 특별함
코로나는 커플과 친구들을 집에 머무르게 했지만, 집에서 벗어나야만 하는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아이가 있는 가족들이었다. 도시 중심에 있는 곳, 가족이 머무르기에 부족하지 않은 곳, UH SUITE의 숙박률 증가세는 이를 대변한다.
▲UH SUITE 명동점
'도심 일상에서 경험하기 힘든 비일상적 특별 경험'이라는 슬로건을 토대로 하는 UH SUITE는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는 뷰맛집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넓은 거실과 욕조, 투룸 이상의 쾌적함을 담은 사진들이 색다른 일상을 즐기는 인스타그래머들에게 공유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해당 숙소들의 위치 태그가 명동, 종로, 서울역, 해운대인 것도 접근성과 편리함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들에게 후한 점수를 얻을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박성재 (주)유에이치씨 대표는 "여행을 위한 공간보다는 일상 속에서 특별함을 경험할 공간을 항상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유에이치씨는 UH SUITE가 최근에 오픈한 명동점은 전 객실 내 전통 한옥과 모던 디자인을 혼합한 스파룸으로 SNS 분석을 하면, MZ세대 커플의 게시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UH SUITE 서울역점
진정한 휴식을 디자인하다
코로나는 모두에게 '휴식'의 의미를 되짚어볼 기회이기도 했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져 답답함이 커진 이들도 있었겠지만, '진짜 휴식'에 대한 간절함이 커진 이들도 많았을 테다.
태안 대소산 절벽 위에 자리한 무이림(無以林)은 이름부터 장자의 ‘무위이무불위’(無爲而無不爲)를 내세운다. ‘비움의 지혜로 일상의 짐을 내려놓고 스스로 행복해지는 법’을 말한다. 이곳은 최대 투숙 인원이 2인이며, 아이는 동반할 수 없다. 심지어 TV도 없고 와이파이도 없다.
▲무이림 1호실
모든 것을 비우는 휴식을 찾아 이곳에 도착한 이들이 어찌나 만족하고 갔는지, 무이림은 '예약하기 힘든 숙소'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객실은 단 10개. 바다와 절벽에 둘러싸여 있는 숙소 인근은 숲과 야생 식물들이 펼쳐져 있다. 산책로와 정원 등을 거닐며 모든 것을 비운 후, 새로운 채움을 준비할 수 있다. 무이림은 '휴식'의 개념을 디자인했다.
숙박의 여정을 연장하는 '큐레이션'
코로나는 잘 차려진 공간에 머물고자 하는 모두의 욕망을 키워냈다. 매달 가던 1박 여행은 1년에 한 번이 되었고, 인스타그램에서 사진들을 저장하며 떠나고자 하는 마음만 태웠다. 그 과정에서 가장 사랑받게 된 공간 큐레이션 중 하나가 바로 스테이폴리오일 것이다.
▲스테이폴리오 홈페이지
스테이폴리오는 코로나 이전부터 예술이거나 건축 작품으로 보아도 무방한 숙소들을 큐레이션해 주목받던 서비스였다. 탁월하고 까다로운 기준으로 숙소를 모아 자세한 스토리로 보여주더니, 어느 순간 예약이 가능해지고, 숙소 주변의 가볼 만한 곳들을 추천하고 있다. 스테이폴리오의 서비스는 유려하고 세련된 UI로 사용빈도수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테이폴리오에 만족해 애독자이자 애용자가 된 이들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그들이 꼽는 공통적인 애정의 이유는, "숙소를 가지 않고 구경만 하는 시간까지 즐겁다."는 점이다. 스테이폴리오는 숙박과 휴양이라는 여정의 길이를 집에서 숙소를 고르는 시간까지로 연장했다.
애프터 코로나19 시대가 더욱 기대된다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
최근 UH SUITE를 운영하는 주식회사 유에이치씨는 야놀자의 게스트하우스 섹션 담당 회사인 지냄의 지분을 투자를 통해 유치했다. 스테이폴리오도 TBT로부터 5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 유치 시작을 알렸다. 코로나19 팬데믹 중에도 이후의 시대를 준비하며 면역력과 새로운 체질을 개선한 이들 기업들은 위드 코로나에서 미소 짓고 있다. 그리고 애프터 코로나 시대를 고대하고 있다.
길고 길었던 코로나가 끝을 보이는 가운데, 숙박·휴양업도 활기를 되찾고 있다. 이들을 비롯한 새로운 DNA를 보유한 새 시대의 숙박 및 여행관광기업들이 더 등장하길 기대하는 사람들은 BtoB나 BtoC나 마찬가지일 것 같다.
정연비 기자 jyb@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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