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티엘뉴스] 한진가의 경영권 싸움이 외부세력을 등에 업은 남매간의 대결로 확전한 모양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조원태 회장 vs 조현아-조현민-이명희' 대결구도로 예상되었던 조씨 3남매 중 장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강성부 펀드로 불리는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과 '3자 동맹'을 맺자 위기감을 느낀 조현민 한진칼 전무와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등 오너 일가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지지를 공식화했다.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대한항공은 4일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이명희 고문과 조현민 전무의 입장을 밝혔다. “저희는 조원태 회장을 중심으로 현 한진그룹의 전문경영인 체제를 지지한다”라고 밝히며 “국내외 경영 환경이 어렵지만, 현 경영진이 최선을 다해 경영성과를 개선하고 전문경영 체제 강화와 재무구조 개선 등 경영개선 노력을 기울여 국민과 주주, 고객과 임직원들의 지지와 사랑을 받는 한진그룹을 만들어 주시기를 바란다”라고 현 경영진에 대한 지지를 표현했다. 마지막으로 “조현아 전 부사장이 외부 세력과 연대했다는 발표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으며, 다시 가족의 일원으로서 한진그룹의 안정과 발전에 힘을 합칠 것을 기원합니다.” 덧붙이면서 조현아 전 부사장에 대해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였다.
세 문장으로 비교적 간단하게 밝힌 오너 일가의 입장문에 대해서 업계는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 등과 연대를 통해 경영권을 노린 조현아 전 부사장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반응이다.
현재 조원태 회장이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 보유지분은 6.52%. 가족인 조현민 전무 5.31% 이명희 고문 6.47% 등 특수관계인을 합하면 모두 22.45%다. 우호지분인 델타항공 10%와 카카오 1%까지 하면 33.45%이다. 여기에 반기를 든 조현아 전 부사장의 우호지분은 조 전 부사장 6.49% △KCGI 17.29% △반도건설 8.28% 등으로 모두 31.98%다(반도건설의 의결권 유효주식은 8.2%이다).
조원태 회장 측과 조현아 전 부사장이 지분확보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바로 3월에 열릴 예정인 한진칼 주주총회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 때문이다. 사내이사 연임 안건의 당사자인 조원태 회장은 연임을 위해 주주총회 출석 주주의 의결권 가운데 과반수 이상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주총 출석률 77.18%를 감안하면 이번 주총에서 경영권 대결이 예상되는 만큼 주총의 출석률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조원태 회장이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40% 이상의 지지가 필요한 상황. 즉 지금 확보한 우호지분보다 최소 6% 이상의 추가적인 지지가 필요해 소액주주들의 지지표까지 필요하다.
▲ 조현아 전 부사장
조현아 전 부사장이 노골적으로 조원태 회장 측에 반기를 든 이유는 바로 경영배제가 가장 큰 이유일 거라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땅콩회항' 사건 이후 경영에 복귀를 못하고 계속 경영에서 배제된 상황이었다. 이에 반해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동생 조현민 전무 등은 그룹 내 직함을 가지고 활동을 하며 그룹에서 급여를 받고 있었다.
조 전 부사장은 상속주식의 상속세 납부를 위해 주식을 담보로 은행대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여기에 남편과의 이혼 소송 진행 등으로 금전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조 전 부사장이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상속받은 한진 칼의 지분이 6.49%, 조원태 회장은 6.52%. 조현민 전무 5.31% 이명희 고문 6.47% 등이다.
이런 지분 구조로 봤을 때 동생 조원태 회장이 경영권을 가지고 있지만 주요 오너가족 주주의 한명으로 경영복귀를 예상했지만 지난해 말 한진그룹그룹인사에서 누나인 조현아 전 부사장을 배제한 것이다. 이때부터 조현아 부사장은 법무법인을 통해 조원태 회장을 비난하는 성명을 내는 등 공개적으로 반대의 길을 걸었다. 조원태 회장과 어머니 이명희 고문과의 불화설까지 보도되면서 시장에서는 '조원태 회장 vs 조현아-조현민-이명희' 대결구도로 자연스럽게 예상을 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조현아 전 부사장의 경영복귀를 비판적으로 봤던 KCGI(지분율 17.29%)과 경영권 참여를 선언한 반도건설과 손잡은 것은 오너 가족에게 상당히 충격적으로 보인다는 해석이다. 이렇게 경영권 분쟁으로 내분이 일어나는 경우 오너일가의 경영권 마저 위협받을 것이라는 위기감이다. 이번 연합은 분명 서로의 득실을 계산을 했을 것이고 한진그룹사의 건설 프로젝트에 욕심을 내고 있는 반도건설 역시 계속해서 목소리를 낼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최근 KB증권에서 발간한 ‘대한항공, 절정으로 치닫는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이란 보고서에서 캐스팅 보드를 쥐고 있는 이명희 고문과 조현민 전무의 역할을 중요하게 보았다. 만약 이명희 고문이 적극적으로 조회장의 연임에 반대하는 경우 조회장은 경영권을 잃게 된다. 그러면서 반(反)조회장파는 전문경영인을 내세울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미 증권가 소식지를 통해 오너 일가가 물러나고 대한항공의 전문경영인이 회장이 될 것이라는 소문들이 돌았다. 즉 오너 가족은 지분 소유로 만족하게 되는 것이다.
한진그룹은 이번 3월에 열릴 주주총회에 전자투표제 도입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주주들이 양측 중 누구를 지지하느냐에 따라 경영권이 기존 조원태 회장이 방어를, 아니면 '남매의 반란' 성공으로 조현아 전 부사장, KCGI, 반도건설 연합군이 승리를 할 지 지켜볼 일이다. 그러나 아직 시간이 남아있는 만큼 물밑 접촉을 통해 극적인 화해의 가능성도 열려있는 것이 사실이다.
권기정 기자 john@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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